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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뭘 하지?

남양 유업에서 집으로 뭔가가 날라 왔습니다.


‘아기 돌보기’라고 출생 시부터 유아기까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책자더라구요.


1개월 때는 뭘 하고 2개월 때는 뭐하고...

예를 들자면 1, 2개월 때 기저귀 채우는 법, 성격 교육, 외기욕(이건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아기를 안아주는 방법 등등..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면 이런 식입니다.

"생후 1, 2개월 된 아기는 몸이 충분히 발달해 있지 않으므로...엄마가 안아주면 모정이 싹터.."


3.4개월 때는 “주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사람과의 접촉을 좋아하게 됩니다. 엄마가 가까이 가거나 말을 걸면..”

“아기는 안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기를 안을 때 머리를 엄마의 왼쪽 가슴에 두면 심장 고동을 느껴 아기가 안정..”



5.6개월 때는 “이제부터는 혼자 노는 습관을 익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되도록 엄마의 눈길이 미치는 곳에 있도록 하는 것이...”

“어머니의 지혜에 따라 가정용품 중에서도 아기에게 훌륭한 장난감이...”

 

여기까지 읽다가 문득,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육아를 할 건데..

그 책에는 그 많은 일을 전부 엄마가 하라고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읽어봤습니다.

아빠는 언제 등장할까...

 

그리고, 결국은 찾아냈습니다. 아빠가 처음 등장하는 때는 아기가 7,8개월 때였습니다.

제목은 "아빠도 함께 놀아줍니다"

 

7.8개월 아기 때에는 “혼자 놀기보다 어른들이 놀이 상대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어른이 지쳐 싫어질 정도로 몇 번이고 반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 때에는 아기의 놀이 상대로 아빠의 참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아빠가 아기를 키우면서 하는 역할은 애랑 '놀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아기가 놀면서 기뻐 좋아하는 소리에 엄마, 아빠 까지도 같은 즐거움 속을 ..."

여기까지 읽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더군요.

 

어떤 선배가 저한테 한 말입니다.

"육아 휴직 해봐야 남자가 할 일이 없어. 방해만 돼"

"그리고, 고생도 별로 안 해. 애가 얼마나 이쁜데?"

 

아마 그 선배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책에 적혀 있는 대로 했던 모양입니다.

한 6개월은 아무것도 안 하고, 7,8 개월 쯤 됐을 때, 하루에 한 번씩 놀아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곧이곧대로인 사람 같으니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다 이런 식이니까

낮 동안 내내 애 보채고 울고 그럴 때는 없다가 밤에만 잠깐 나타나서 애기 얌전해졌을 때만 본다는 이야기를 여자들이 할 법도 합니다.

 

책을 끝까지 봤습니다. 아까 그 경우 외에 아빠는 한번 더 등장합니다.......

9.10개월 됐을 때 애가 모험심과 탐구심이 생기고 호기심이 많아져서

아빠 엄마가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을 많이 한다는 군요.

여기서 아빠의 역할은 깜짝 놀라는 일입니다. 그다지 힘이 드는 일은 아닐 듯 합니다.

 

책에는 애를 키우는 사람은 당연히 여성이라고 되어 있네요.

사실, 뭐, 아기 젖을 먹이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3,4개월때쯤 한다는,

아기를 안고 왼쪽 가슴에 대서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게 하는 일

 

..남자 심장 소리가 특별히 불량스러운 게 아니면, 이거 아빠도 할 수 있는 일이죠

그거 말고, 밥하고 빨래하고 기저귀 갈고..등등 할 수 있는 것 태반입니다. 

 

아빠가 애 키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책을 한 10년 이내에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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