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자본주의의 도...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 이렇게 주문처럼 되뇌인다.

 

"돈 안되는 일에 목숨 걸지 말자."

 

굉장히 울적할 때도 주문처럼 이렇게 되뇌인다.

 

"돈 안되는 일에 목숨 걸지 말자."

 

무척이나 싫은 인간이 있어 드잡이질하고 싶을 때도 역시 이렇게 말한다.

 

"돈 안되는 일에 목숨 걸지 말자."

 

한때 도에도 빠져보고 선에도 빠져봤었다. 워낙에 격한 성정이라 조금이나마 달래볼 수 있지 않을까 동양의 고전에 깊이 빠져들어도 봤고 신비주의라는 것에도 심취해봤다. 그러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저 머릿속으로나 받아들이고 말 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결국은 아무 보람 없이 거칠고 즉흥적인 성격 그대로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을 다스리는 한 가지 키워드를 찾아내게 되었다. 바로 "돈"! 어차피 돈 없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돈 없으면 인터넷도 못한다. 돈 없으면 몸 누일 작은 방조차 구할 수 없다. 라면을 먹을래도 밥을 먹을래도 돈이 없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돈이 내게는 없다. 그 절박함.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돈이 절실해지고 나니 다른 것들이 그저 하찮기만 하다. 좋고 싫고 옳고 그르고 다 부질업기만 하다. 화가 나고, 울고 싶어지고, 미워 죽이고 싶어지다가도 돈을 생각하면 다 하찮은 것처럼 여겨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돈. 오로지 그 하나 뿐이니까. 덕분에 돈을 생각하면 나는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말하자면 돈의 자유라고나 할까?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화 내봐야 돈이 안된다면 그것은 가치없는 일이 된다. 아무리 울고 깊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어봐야 돈이 안된다면 울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미워하는 것 또한 그것이 돈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미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화가 나고, 울고 싶고, 미워할 "뿐" 그래야 할 필요는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유. 다른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 감정이나 이성, 경험, 그외의 다른 주위의 것에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 자유. 오로지 돈 하나에만 매달리면 되는, 오로지 돈 하나만을 바라보면 되는, 거의 무한한 절대의 자유. 도라고 하는 것은 곧 자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돈. 따라서 돈은 자본주의의 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나는가? 울고 싶은가? 짜증나는가? 누군가 미워 견딜 수 없는가? 그러면 다음과 같이 외쳐보라.

 

"돈 안되는 일에 목숨걸지 말자."

 

그러면 지금 화내고 있는 것들이, 울고 싶어지는 것들이, 짜증나는 것들이, 그 미워 죽겠는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 듯 여겨질 것이다. 돈이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화내고 울고 짜증내고 미워하는 나 스스로가 바보같이 여겨질 것이다. 그것이 곧 자본주의의 도. 인간을 궁극의 자유로 안내할 자본주의의 도일 것이다.

 

문제는 돈 되는 일을 만나면 사람이 참 비굴해진다는 것. "돈인데?"라는 한 마디로 모든 반론도, 모든 항의도, 모든 이의제기도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돈"이니까. "돈이 되는 일"이니까. 돈 안되는 일에 목숨 걸지 않는 만큼 돈 되는 일에 목숨을 걸게 되는 것이다. 하긴 그럴 일도 별로 없기는 하지만. 나도 이제는 돈 되는 일에 목숨 좀 걸어봤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