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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리얼해서 무서운 메디컬 드라마

 

 

 

너무 리얼해서 무서운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은 어떤 드라마?
텍스트만보기   조은미(cool) 기자   
 
 
ⓒ iMBC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숨죽이고 지켜봤다."
"소름 끼치게 재미있다."
"친구한테 보라고 권하게 재방 좀 편성해 달라."


MBC주말드라마 <하얀거탑> 시청자게시판엔 벌써부터 기대가 넘쳤다.

지난 6일 시작한 MBC주말드라마 <하얀거탑>(안판석 연출, 이기원 극본)은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굴러간다. 2회 만에 주요 인물들은 이미 링 위에 올라갔다. <하얀거탑>은 본격 메디컬 드라마다. 병원 이야기라고 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 외과 과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권력 싸움이다.

여기에 병원 생활이 실제처럼 펼쳐진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병원 드라마인 건 틀림없다. 이 드라마를 본 한 대학병원 의사는 말했다.

"이 드라마는 의사들에겐 공포물이다. 너무 리얼해서."

의사들에겐 너무 리얼한 공포물?

드라마 배경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인 명인대 의대 병원이다. 병원 외과 과장(이정길)이 곧 퇴임한다. 하지만 후임인 장준혁(김명민)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없다. 장준혁은 천재적인 외과 의사다. 소문도 자자하다. 과장은 자기보다 잘난 그가 싫다. 또 다른 의사 노민국(차인표)을 거기 앉히면 퇴임 뒤, 다른 자리가 보장된다.

장준혁은 실력만 최고인 게 아니라 최고가 되고 싶다. 그게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인의대 병원 외과 과장이다. 변수는 이 병원 실세인 부원장(김창완)이다. 그는 권모술수에 닳고 닳은 달인이다.

하지만 일이 꼬인다. 그가 오진한 환자를 장준혁이 몰래 수술한다. 인간적인 내과의사인 최도영(이선균)이 부탁해서다. 그런 장준혁을 부원장이 그냥 둘 리 없다. 장준혁은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까? 외과 과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까? 천재 외과 의사의 야망의 끝은?

<하얀거탑>은 본래 소설이다. 야마자키 도요코가 쓴 일본 소설이다. 1969년에 발간됐다. 철저한 취재 뒤 사실성 높은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신문 기자 출신 소설가가 썼다. 소설은 단순히 의사들 이야기를 넘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소설이 <하얀거탑>의 원작이다.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1978년과 2003년이다. 일본에서 2003년 만든 드라마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안판석 PD도 "처음 봤던 그 드라마가 잊혀지지 않는다. 워낙 명작이다"고 말했다.

원작의 힘일까? <하얀거탑>엔 벌써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는 대화들이 넘쳐난다. 과장님 사모님조차 행여 부원장 사모님보다 튈라. 애써 수수한 옷을 고르며 말한다. "대장보다 튀어봤자, 남는 건 불똥 밖에 없는 거야."

 
▲ 9일 오후 경기도 이천 세트장에서 외과 과장(이정길)과 부원장(김창완)이 장준혁(김명민)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이 촬영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5억 들인 세트장까지 사실성에 공들여

한국판 <하얀거탑>은 일단 사실성 있는 드라마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의사들로 꾸려진 자문단도 있다. 안판석 PD는 "의료적인 요소를 2006년 상황에 맞게 번안했다.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실제 지난 주말 방송에선 사실적인 수술 장면이 방송됐다. 외과의사 장준혁은 환자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환자 가슴을 열어 심장을 마사지 했다. 이때 실제 사람과 흡사한 환자 모습의 '더미'가 사용됐다. 2500만원 가량 하는 고가 소품이다.

이 드라마가 실감나는 데는 세트장도 한몫한다. 명인대학병원 모습은 6개월 동안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만든 1200평짜리 세트장에서 모두 촬영한다. 수술실, 병실, 중환자실, 연구실까지 세밀하게 만들었다. 정교한 병원 그대로다. 맹장 수술 정도야 당장 해도 될 정도다.

김창완씨는 말했다. "딴 생각 없이 연기만 할 수 있는 세트장이다. 자전거 타고 여행하다 보면 산에 미치고 강에 빠지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이 세트장에선 정말 '하얀거탑' 속에 푹 빠지는 느낌이다."

배우들도 탄탄하다. 김명민, 이선균, 송선미 같은 젊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김창완, 이정길, 변희봉, 정한용, 양희경 같은 중견 배우들이 뒤를 받친다. 벌써부터 배우들 연기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창완은 지금껏 우리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선보였다.

불륜도 불치병도 없는 드라마, 될까?

 
▲ 6개월간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만든 1200여평의 명인대학병원 세트장의 수술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야망을 쫓는 장준혁을 연기한 김명민은 발군이다. 안판석 PD는 "김명민은 분석력이 상당히 뛰어난 배우"라며 "그에겐 인간의 복합성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 같은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복잡한 인물인 장준혁을 표현하는데 적역이라는 것이다. 김창완도 김명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BS <대조영>, SBS <게임의 여왕>과 맞붙는 <하얀거탑>은 지난 주말 평균시청률 11.4%, (TNS미디어 집계)을 기록했다.

안판석 PD는 "이 드라마는 좋은 드라마"라며 "좋은 이야기라는 덴 자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불륜, 출생의 비밀, 불치병, 재벌2세 없는 드라마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하얀거탑>은 성공할 수 있을까?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심판대에 오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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