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거두면되지 죄인다루듯
어두운 이미지 포장 곤란
[조선일보 이진석 기자]
“총리가 언급한 블랙리스트가 누구를 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국세청이 난감한 표정입니다. 지난 11일 이해찬 총리가 부동산 투기자들에 대해 “5만 명이 안 될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 때문에 국세청이 무슨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처럼 비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17일 “실무적으로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에 대한 자료가 있지만 이들을 블랙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매카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50년대 초반의 미국에서 등장했습니다. 공산주의에 동조했다는 의심을 받은 연기자나 작가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활동을 제약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 노동계와 학생 운동권 탄압을 위해 공안 당국에서 작성했던 핵심 인물 명단을 의미합니다.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한 번쯤 이름을 올렸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부동산 부자(富者)들을 가리켜 마치 죄인 취급하듯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하니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유재산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땅과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과거 어두운 이미지의 ‘블랙리스트’라는 단어에 담는 것은 곤란한 것 같습니다.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걸맞은 세금을 걷으면 되지, 국민들의 적개심을 조장하는 것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진석기자 [ 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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