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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5/06/14

‘전세계 집값급등’ 세계화 부작용 때문

‘전세계 집값급등’ 세계화 부작용 때문


뉴욕타임스 분석

미국 물론 영·프랑스 등
평소 1~3%상승 그치다 지난해 13~18%로↑

“캘리포니아는 ‘이상 과열’이라 치자. 그러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의 집값이 치솟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세계화의 영향으로 전세계 주요국의 집값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으며, 거품 붕괴의 후유증 또한 세계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드리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세계화 영향…주요국 집값 동시 급등=지난해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12.5% 올랐다. 같은 기간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집값은 13.8~17.2% 급등했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이들 나라의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1~3% 수준이었다. 방 2개짜리 아파트가 100만달러(10억원)를 호가하는 것은 뉴욕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주요국의 ‘주택시장 붐’은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개방 등 세계화의 부산물이며, “그래서 그 결과가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금리는 미국 금리와의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투자자들은 아주 쉽게 돈을 빌려 국내외 구분 없이 투자용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주택경기 호황은 각국 중앙은행의 ‘작품’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2000년 기술주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진작을 이유로 급격히 금리를 내려 주택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 존 루엘린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를 주택시장에서 되찾게 하려 붐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메릴린치가 발표한 ‘세계 부유층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미국의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 비중을 2003년 17%에서 지난해에는 13%로 4%포인트 줄였다. 보고서는 “부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품 붕괴 후유증도 ‘전지구적’ =전세계적인 주택가격 급등은 그 거품 붕괴에 따른 후유증 역시 ‘전지구적’으로 파급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은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미국 소비에 의존해 온 중국 등 많은 수출국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의 집값이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는 주식가치가 1달러 줄면 4센트의 소비감소 효과가 나타나지만, 주택가치가 1달러 떨어지면 소비감소 효과가 7센트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 저금리…유럽 동조화
돈빌려 땅투자 부추겨
이미 정점…후유증 우려

미국의 전체 주택 가치는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이른다. 이는 주식시장이 정점이던 2000년(국내총생산의 130%)과 현재(〃 82%)의 주식 시가총액보다 훨씬 크다. 미국의 주택 보유 가구는 68%에 평균 집값은 12만달러에 이르지만, 주식 보유 가구는 52%에 평균 주식 보유액은 3만4천달러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미국의 전체 주택담보 대출액은 7조7천억달러로, 금융자산 투자용 대출액(1940억달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며, 주택가격 급락은 경기침체와 시중은행 부실 등 “증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파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한겨레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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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현대 기아 글로벌 톱 5 되려면---&quot;

“현대·기아 글로벌 톱5 되려면…”
이경섭 독일 아우라스포츠바겐 전 기술이사 인터뷰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현대·기아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기술 분야에서 현대·기아가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젤 엔진 관련 기술이 그렇습니다. 기술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면 언제든지 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최전선에서 20년 동안 실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자동차 기술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경섭(45) 전 아우라스포츠바겐 기술이사의 말이다. 아우라스포츠바겐은 독일 내 슈퍼차저(출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를 실린더에 밀어 넣는 장치) 제조업체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이 전 이사는 지난주 독일 현지에서 미디어다음 기자와 만나 현대·기아의 국내 시장 독주체제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현대·기아가 과거처럼 선발업체의 기술을 모방하기만 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향후 분명히 한계를 맞는다는 것.

그는 “현대·기아가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선 이 같은 사고방식을 이제 버려야 한다”며 도요타가 독일·미국 등의 자동차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렉서스가 벤츠·BMW의 차보다 낮은 등급으로 인식되는 것은 도요타의 기술 개발이 기존 기술을 융합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기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한다”며 “현대·기아가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브랜드를 알려도 제품기술이 앞서 있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이사는 현재 독일 베를린공과대학에서 자동차 기술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한때 거대 부품 제조업체였던 한국 서진산업의 독일 파트너로 일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준중형차 3차종의 독일 연방정부 시험기관인 데크라(DEKRA) 현지 충돌시험을 이끌었고,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래형 자동차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독일에서 독일 내 자동차 관련업체의 아시아 진출에 관여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 내에선 동아닷컴에 ‘이경섭의 자동차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자동차를 넘어 자기부상열차에 관한 연구를 하기도 해 독일 연방정부의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전 이사와 한 일문일답.

 

 

- 현대·기아는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다.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현대·기아가 국내 최대 업체지만 세계 최대 업체는 아니지 않은가. 최근 급성장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특히 디젤엔진 관련 기술은 상당히 뒤처진 상태다. 디젤엔진 기술은 단연 독일이 앞서 있다. 물론 판매량에서 독일이 세계 최고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은 자동차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기아도 자칫 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현대·기아의 경쟁력이 어느 수준에 있다고 보는가.

미국은 휘발유 엔진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유럽은 디젤엔진 중심이다. 디젤엔진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젤엔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배출가스저감은 물론 높은 연료효율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아우디 A4 2,000cc급 디젤엔진이 최대 시속 200km를 간단히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연료는 휘발유에 비해 적게 소모된다.

하지만 현대·기아는 이를 대비하지 못했다. 몇 년 전 독일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가 설립됐을 당시 디젤엔진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는 이를 흘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뒤늦게 디젤엔진이 우수하다며 국내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도 디젤엔진 모델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 내 우수한 디젤엔진 모델이 현대·기아의 내수시장을 위협할 것에 대비, 디젤엔진 모델의 판매를 막아 왔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필요해져 디젤엔진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국내에선 어떨지 몰라도 유럽에선 이미 늦었다고 생각된다.

- 현대·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규모로 볼 때 지금 상태라면 글로벌 톱5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지만 이는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할 때나 써먹던 이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500만대 생산을 넘긴다 해도 기술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면 언제든지 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양적으로 글로벌 톱5에 진입할 수는 있어도 질적인 측면에서 진입은 어렵다고 본다.

- 생산량도 상당히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생산량은 GM처럼 필요한 업체를 인수해서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현대·기아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가를 반대로 묻고 싶다. 예를 들어 도요타, 혼다라 하면 ‘하이브리드’가 떠오르고, 아우디는 콰트로시스템, 벤츠와 BMW는 수소연료전지와 각종 첨단 기술의 경쟁적 등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대·기아를 떠올렸을 때는 특정한 기술이 생각나지 않는다. 국내에 소개되는 VGT나 기타 새로운 시스템은 이미 선진업체들이 한참 앞서 적용한 기술이다.

- 한국의 자동차는 후발업체다. 후발업체는 위험을 줄이고 선발업체를 쫓아가는 게 나은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선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이제 버려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쫓아만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도요타가 독일과 미국의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하지만 결국 렉서스는 여전히 벤츠, BMW보다 낮은 등급의 자동차로 인식돼 있다. 이유는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됐다기보다 기술의 융합을 잘 이뤄낸 뒤 가격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 현대와 기아의 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가 기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언제든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 후 두 회사의 통합작업으로 양적인 크기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BMW는 랜드로버 인수로 별 재미를 못 보자 과감히 버렸다. 기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 현대·기아가 망하면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대·기아가 망한다 해도 한국경제가 송두리째 뽑힐 만큼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장치산업이다. 공장과 자본, 노동력이 시스템화 돼 있다. 현대·기아가 망한다는 것은 경영진의 교체를 의미한다. 공장과 노동력, 제반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되기 마련이다.

- 끝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제는 양적인 성장에 매달리기보다 질적인 성장에 나서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만 재빠르게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계가 있다. 최근 현대·기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브랜드를 알려도 제품기술력이 앞서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현대·기아의 독창적인 신기술 가운데 한 가지라도 세계 자동차산업의 표준이 돼야만 글로벌 톱5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미디어다음 200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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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도시? 그걸론 투기 못잡아!”

“또 신도시? 그걸론 투기 못잡아!”
[산업부 3급정보]○…정부가 판교급 신도시 건설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 확대정책이 오히려 주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투기를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실련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신도시 건설 방식으로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및 용인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집값 급등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집값 상승 도미노현상

판교와 강남 재건축으로 비롯된 집값 상승세가 분당,용인,평촌을 거쳐 과천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여의도,목동을 비롯해 개발호재가 있는 뚝섬 지역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주 과천시는 판교 영향력에 따른 상승세와 함께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한 3단지와 11단지의 가격 상승세가 주변 저층단지로 확산되며 전주에 비해 1.99%오름세를 보였다. 원문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 1월말 1억6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던 주공2단지 8평형은 최근 2억2000만∼2억3000만원,18평형도 4억2000만원에서 6억원대로 각각 40%이상씩 급등했지만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와 목동지역은 강남권 재건축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에 몰렸던 수요가 돌아서면서 여의도 서울아파트의 경우 호가 기준으로 연초 15억원대에서 지금은 최고 3억원 가량 올랐다. 목동 6단지도 현재 45평형이 10억원,55평형이 12억∼13억원 수준으로 올초보다 각각 1억원 이상 올랐다. 이밖에 뚝섬 인근지역도 서울숲 개장과 상업용지 매각이 호재로 작용,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공급확대가 집값 올려

경실련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확대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주거안정과 강남집값을 잡겠다고 시작된 판교 신도시가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키고 부동산투기만을 조장하고 있다”며 “현재의 집값 폭등은 국민주거안정과 투기억제를 위해 추진된 공공택지가 조성목적을 상실한채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주변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양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미 지난 2월 정부가 판교와 강남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2.17대책이 판교 일괄분양과 판교급 신도시를 추가로 개발하는 등의 대책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별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 결과 3월 들어 상승폭이 잠시 줄어들었지만 4월 한달 동안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7%와 4%대의 높은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올초부터 분당·용인 등에서 11조원,서울 강남권에서 23조원 등 판교 개발로 34조원의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 즉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던 판교 신도시사업이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아파트값만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의 집값 급등을 잡고 재발을 막기 위해 판교 신도시 추진일정 중단과 공영개발로의 전환,공공보유 임대주택의 대폭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밖에 보유세 등 세제정책의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판교급 신도시의 추가건설은 현 집값 폭등의 원인을 왜곡하는 잘못된 대책”이라며 “향후 많은 신도시와 공공택지자 조성될 예정이지만 높은 분양가와 잘못된 제도로 공공택지의 조성목적을 상실한 신도시는 집값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집값만 오르면 무턱대고 신도시를 짓겠다는 임기응변식의 대책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 주도로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친화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유세 등의 세제 정책도 글로벌한 기준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정욱기자 jwchoi@kmib.co.kr
 
국민일보 2005. 6. 14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The Kukmin Daily Interne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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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한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다&quot; / 손낙구

"한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다"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 (1)] 얼마나 올랐나, 얼마나 비싼가

프레시안 2005. 6. 13

 

[프레시안 손낙구/심상정의원 보좌관]'부동산 망국론(亡國論)'이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로, 부동산 투기 광풍의 폐해가 극심하다.
  
  경제전문가 일각에서는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면서 한국경제를 10년이상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것"(김태동 금통위원)이라는 경고도, "한국형 '집값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현대경제연구원)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집권여당 및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민 분노가 폭발직전"이라는 비난글이 잇따르면서 정부여권내에서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물건너간다"는 위기감이 표출되면서, 뒤늦게 더 강도높은 부동산투기대책을 만들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경실련 표현을 빌면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등 이른바 '건설 5적')의 조직적 반발로, 분양원가 공개-공공택지 공공주택 건설-분양권 전매 금지 같은 근원적 대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제3의 신도시' 같은 또하나의 투기부양책만 거론되는 개탄스런 상황이다.
  
  이때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장문의 '리포트'를 <프레시안>에 기고해왔다. 대학원 재학중 노동운동을 결심, 오랜 기간 노동운동 현장에서 뼈가 굵었고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으로 활동해온 손 보좌관은 각종 부동산관련 데이타를 수집, 우리나라의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경제와 다수 국민의 삶을 질곡시키고 마침내 한국경제 전체를 붕괴직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앞으로 6회에 걸쳐 손 보좌관의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소개하도록 한다. 최근 범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며 더이상 '미봉책'이 아닌 '근원적 해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해법모색의 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아래 글은 "통계로 보는 부동산 투기"란 주제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Htttp://www.pressian.com)에 실린 글입니다. 6회에 걸쳐 프레시안에 실릴예정입니다. 부동산 투기와 원인을 추적하는 손낙구 보좌관의 연구성과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관리자)

"한국 팔면 캐나다 6개를 살 수 있다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 (1)] 얼마나 올랐나, 얼마나 비싼가



 

'부동산 망국론(亡國論)'이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로, 부동산 투기 광풍의 폐해가 극심하다.

경제전문가 일각에서는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면서 한국경제를 10년이상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것"(김태동 금통위원)이라는 경고도, "한국형 '집값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현대경제연구원)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집권여당 및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민 분노가 폭발직전"이라는 비난글이 잇따르면서 정부여권내에서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물건너간다"는 위기감이 표출되면서, 뒤늦게 더 강도높은 부동산투기대책을 만들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경실련 표현을 빌면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등 이른바 '건설 5적')의 조직적 반발로, 분양원가 공개-공공택지 공공주택 건설-분양권 전매 금지 같은 근원적 대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제3의 신도시' 같은 또하나의 투기부양책만 거론되는 개탄스런 상황이다.

이때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장문의 '리포트'를 <프레시안>에 기고해왔다. 대학원 재학중 노동운동을 결심, 오랜 기간 노동운동 현장에서 뼈가 굵었고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으로 활동해온 손 보좌관은 각종 부동산관련 데이타를 수집, 우리나라의 부동산투기가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경제와 다수 국민의 삶을 질곡시키고 마침내 한국경제 전체를 붕괴직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앞으로 6회에 걸쳐 손 보좌관의 의미있는 연구성과를 소개하도록 한다. 최근 범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며 더이상 '미봉책'이 아닌 '근원적 해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해법모색의 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제1부. 부동산 투기와 빈부격차

자본주의 경제에서 땅을 비롯한 부동산은 세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첫째, 주거생활의 터전이자 공간이란 얼굴이다. 둘째,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생산요소라는 얼굴이다. 셋째, 자산가치의 보존과 수단이란 투기의 얼굴이다. (김태동ㆍ이근식, 1989)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은 투기와 맞물려 주거와 생산의 공간이란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된지 오래이고, 부동산 문제는 정치사회 문제인 것은 물론 한국경제의 정상적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투기의 문제이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구체적으로 첫째, 땅값 집값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게 빠르고 높게 폭등한다, 둘째, 그 결과 서민생활이나 국가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비싸다, 셋째, 부동산을 일부 부유층이 독차지해 부동산값이 폭등해 버는 엄청난 이익을 다 빨아들여 빈부격차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한국 부동산 문제의 현황을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얼마나 올랐나

‘불패 신화’가 된 부동산 먼저 부동산 가격은 얼마나 폭등해온 것일까. 해방 직후 부동산이 대부분인 귀속재산을 실질시가의 10% 수준의 헐값에 불하하면서 시작된 한국 부동산 파동의 역사는 <표 1-1>에서 보듯이 1960년대부터 10년 안팎 주기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극심한 투기로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을 띄어온 것으로 종합된다. 부동산 가격은 토지공개념 도입 직후인 1990년대 초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조금 떨어진 것은 빼고는 계속 올랐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어떠한 정책도 소용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는 ‘부동산불패신화’가 자리 잡게 됐다.

① 전국 땅값 30년만에 19배로

정부가 체계를 갖춰 전국 수준의 땅값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국토이용관리법 제28조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1975년부터 작성한 전국 지가변동률 통계부터이다. 이 통계를 종합하면 전국의 땅값은 1974~2004년까지 30년만에 19배로, 대도시 땅값은 30배 서울 땅값은 37배로 뛰어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는 10배로 오르는 데 그쳤다.




② 대도시 땅값 40여년만에 7백80배, 서울은 9백54배 올라

정부가 1975년 전국수준 땅값 통계를 내기 전인 1964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12개 주요도시 땅값 변동을 조사해온 통계자료가 남아있다. 이 통계를 종합하면, 1963~1974년 서울과 전국 12대 도시 땅값은 각각 26배가 폭등했다.

여기에 <표 1-2>를 연결하면 1963~2004년까지 주요도시 땅값은 무려 7백80배, 서울 땅값은 9백54배로 뛰어올랐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가 38배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대도시 땅값 상승률은 매우 높았다.




③ 제4차 부동산 파동 ‘강남불패’ ‘개발불패’

외환위기가 끝나자마자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2002년 최정점에 달했던 제4차 부동산 가격 폭등기는 정부가 2003년 10.29대책을 발표하자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2005년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건설교통부가 2005년 1월 1일 현재 기준으로 조사한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조사대상 땅 가운데 88.67%가 땅값이 올랐고, 내린 곳은 4.56%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 비율을 91% 수준으로 올린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2001년부터 본격화된 제4차 부동산 파동으로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2005년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도 마찬가지이다. 2005년 들어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2003년 9월 = 100을 기준으로 0.6% 올라 3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고, 전국 1백39개 시.군.구 가운데 67%인 98곳이 집값이 올랐고 떨어진 곳은 21곳에 불과했다.

제4차 부동산투기 파동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땅값에 앞서 집값 특히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 서울지역의 가격 폭등이 두드러지고 그 중에서도 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강남권 부동산 가격이 가격 폭등을 주도해 ‘부동산 불패’에 이어 ‘강남불패’ 신화가 생겨나고 있다.

셋째, 그 결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둘러싼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넷째, 전체적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아파트값 폭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충청권과 경기도 일부 등 개발지역의 땅값이 전국 땅값 폭등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의 집값상승은 외환위기 때 집값 하락분을 만회하는 정도에 머물렀으나 2001년부터 전체주택값이 9.9%, 16.4%, 5.7% 등 연속 3년 동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2003년 정부의 10,29 조치 후 잠시 수그러드는 듯 하다가 2005년 2월부터 다시 뛰고 있다.

1999년 12월을 100으로 했을 때 2005년 4월까지 소비자 물가는 20% 올랐지만 집값은 1.5배인 34.4% 올랐다. 특히 주택중에서도 아파트, 지역으로는 서울지역이 크게 올라 서울아파트값은 물가상승률의 4배가 넘는 81.6%가 올랐고, 강남아파트는 무려 5배가 넘는 103.2%가 치솟았다.

2002년의 경우 전국 땅값은 9.0% 올랐지만 서울은 두 배 가까운 15.8%가 올랐으며, 2001년 전국의 집값은 9.9%, 2002년엔 16.4% 올랐는데 서울은 각각 12.9%, 22.5%로 훨씬 많이 뛰었다. 2000년과 2001년에 강남 아파트는 그 보다 훨씬 높은 22.0%와 35.2%가 올랐다.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강남아파트 가격 폭등은 부동산 정보업체의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5년 전인 2000년 1월 전국의 아파트 시가총액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82개사의 전체 주식 시가총액은 각각 334조와 322조로, 12조 차이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제4차 부동산 파동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뒤인 2005년 4월에는 각각 1000조와 436조로 아파트 시가총액이 주식 시가총액의 2.3배에 달했으며, 그 차이는 무려 564조에 이르렀다.


2000년 이후 3년 10개월간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1990년 이후 10년간 오른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2000년 1월 24일 평당 650만원~2003년 11월17일 평당 1천166만원으로 3년 10개월 동안 79.4%가 올랐다. 1990년 1월31일 평당 395만원~1999년 12월 27일 평당 640만원까지 약 10년간 가격 상승률 62.0% 보다 1.27배나 높았다. 특히 강남아파트 가격은 3년 10개월 동안 두 배로 뛰어올랐다.




<표 1-11>에서 보듯이 이 기간 동안 투기가 극심한 강남지역 아파트에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은 다른 자산에 투자했을 때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편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에서 강남과 함께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 곳은 개발지역이다. 역대정권과 마찬가지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와 지자체는 막대한 개발계획을 쏟아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 2~3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총 개발건수만 135건, 면적으로 2억7470만평에 이르러 6~70년대 개발시대가 연상돼 ‘강남불패’에 이어 ‘개발불패’가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을 상징하는 단어가 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2004년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은 3.86%인데 비해 충청 경기 일부 등 개발지역의 땅값은 11~23%까지 급격히 올랐다.

충남 연기군은 행정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2003년 11.59%, 2004년 23.3%, 2005년 넉달간 11.67%가 올라 2년 반이 안돼 57.45%가 올랐다. 연기군의 올해 넉달간 상승률은 전국 평균 1.29%의 9배다. 기업도시나 개발지역 후보지도 땅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전북 무주(넉달간 2.293% 상승), 충남 태안(2.21%), 전남 영암·해남(각각 1.64%), 경기도 평택ㆍ파주ㆍ여주(3.89%ㆍ2.92%ㆍ2.80%) 등이 넉달 전국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2. 얼마나 비싼가. 땅값 2천조, 아파트값 1천조

너무 빠르게 폭등하는 바람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서민과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나 명실공히 세계최고 수준으로 너무나 비싸다.

① 대한민국 땅값 2300조. 한국 팔면 캐나다 6번, 프랑스 7번 사고, 미국 절반 산다

우선 땅값을 보자. 건설교통부 공시지가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땅값 총액은 2,041조에 달한다. 이는 국공유지 등 비과세대상 토지를 제외한 것으로, 면적기준으로 보면 약 300억 평에 달하는 전체 국토의 약 4분의 3에 대한 가격이다.

표에서 보듯이 공시지가는 2000년 54%이던 현실화율을 2005년까지 91%로 높여 시가 반영률을 높여왔으며, 2000년 이후 현실화율을 감안한 공시지가 총액은 대체로 약 2,300조대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땅값 2,300조’는 어떤 수준의 가치이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300조는 국내총생산액(GDP) 778조 약 3배, 총예금 540조와 총대출금 565조의 약 4배, 상장주식 총액 412조의 약 6배, 상장채권 총잔액 661조의 약 3.5배에 해당돼, 다른 지수에 비해 땅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땅값은 총액으로 따져 세계 3위 수준으로, 한국 국민과 한국경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 때문에 목이 졸리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의 가치기준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별 땅값수준을 정확히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치는 각 나라마다 고유한 특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를 기준으로 나라별로 땅값을 분석하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성과를 보면 한국의 땅값이 세계에서도 가장 비싼 수준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우선, 땅값총액 대비 국민총생산액 비율은 1990년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2004년 현재 2.6~2.9배 수준으로 고지가 국가인 일본(2001년 현재 2.6배)에 버금갈 뿐 아니라 일반 선진국이 평균 1.0배 내외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감정원이 건교부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자체 추산한 지가총액을 GDP와 견준 수치도 2003년 현재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1980년대말 경 다섯 나라를 비교한 이정우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땅을 전부 팔면 한국 땅의 10배에 달하는 캐나다를 6번 살 수 있고, 한국 땅의 5배가 넘는 프랑스를 8번 살 수 있으며, 미국 땅도 절반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한국감정원에서 네 나라의 땅값수준을 5년 주기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평당 가격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2위이다. 1995년 현재 한국의 평균 땅값은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며, 영국보다 5배 정도 높고, 미국 보다는 50배가 높다.


② 아파트값만 1000조

이제 집값을 보자. 주택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주택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되고, 다시 공동주택은 아파트ㆍ연립주택ㆍ다세대주택으로 구분된다. 1985년에는 전체 재고주택 중 단독주택이 77.3%ㆍ아파트 13.5%ㆍ연립 5.7%ㆍ영업용 건물내 주택 3.5% 비중이었으나, 2000년에는 아파트 47.7%ㆍ단독 37.1%ㆍ연립 7.4%, 다세대 4.1%ㆍ영업용건물내 주택 3.6%로 아파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건교부, 2004 주택업무편람)

정부는 2005년 4월 아파트 653만호, 단독주택 433만호, 다세대ㆍ연립주택 172만호 등 총 공시대상 주택수 1,258만호에 대해 국세청과 건교부가 나눠 사상 최초로 전체집값을 공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주택의 13.7%에 해당하는 다세대주택과 중소형연립주택의 공시가격 총액은 각각 53조 6000억과 16조 1000억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이 적정시가의 80%인 점을 감안하면 약 87조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주택의 86.4%를 차지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가격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2004년 현재 주택수가 1258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원이라 해도 전체 집값 총액은 1258만조원이고 2억원이라 치면 2500조가 넘고, 오피스텔 등까지 포함하면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집계한 데 따르면 2005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1000조 6358억 이다. 이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82개 사의 전체 시가총액 436조 2298억의 두 배가 넘고, 2005년 한 해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포함, 194조 7833억원)을 다섯 번이나 꾸릴 수 있는 돈이다. 또 우리나라 1000대기업 총매출액 1100조 3271억원과도 맞먹는 금액이다.


아파트 시세총액은 4년 전인 2000년 12월 400조원에 불과했으나 2001년 이후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마다 100조씩 급상승해 4년 만에 두 배 반이 뛰어올랐으며, 참여정부 출범 26개월 동안에도 276조 4155억원이 늘었다.

특히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 3개구 아파트 시가총액은 163조 1968억으로 6개 광역시를 모두 합한 197조 6048억원에 버금갔다. 강남구 아파트를 팔면 삼성전자 주식을 전부 살 수 있고, 송파구 아파트를 팔면 한국전력ㆍPOSCOㆍ국민은행 주식을 통째로 살 수 있으며, 서초구 아파트를 팔면 LG필립스LCDㆍSK텔레콤ㆍ현대자동차 주식을 다 살 수 있는 등 강남권 아파트값 시가총액이 한국 10대기업 주식총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서영훈(2004)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집값 수준은 땅값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다.

2004년 서울 1~3차 동시분양 기준 공급면적 33평(전용면적 25.7평) 신규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4억3,989만원으로 일본 도쿄의 신축맨션 평균분양가격 5억1,110만원과 영국 런던권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6,483만원에 비해 낮지만, 미국 북동부지역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3,430만원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20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7억4,481만원으로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Coop와 Condos) 2004년 1/4분기 평균매매가격 7억9,171만원(한국과 동일평형 환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의 주택가격(한국과 동일평형으로 환산)과 비교해보아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해 대만이 66.8%(‘02년), 싱가포르가 41.5%(’04년 1/4분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 등 주요국가의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비교할 때 한국의 최근 신규주택 가격은 미국과 일본이 1인당 GDP 3만불을 달성한 시점의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와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를 비교해보면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는 물론 미국, 일본, 영국 등 최선진국에 비해서는 한국의 집값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③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수도권 vs 비수도권, 강남 vs 비강남

대한민국 제1차~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을 거치는 동안 전국의 모든 땅값과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그 가운데서도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훨씬 큰 폭으로 폭등해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강남대 비강남이라는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공시지가 조사대상 면적 중 서울 면적은 3.3%이지만 땅값은 전국의 28.8%, 587조원에 달하며,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의 조사면적 비율은 18.4%이지만 땅값은 전체의 60.2% 1113조원에 이른다.

아파트값의 경우도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3개시도 아파트 세대수는 전체 아파트의 55.2%이지만 아파트 값은 전국 아파트값의 4분의 3이 넘는 75.8%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은 아파트세대수로는 전국의 20.3%이지만 아파트 시가 총액으로는 402조 8521억으로 전국 아파트값의 40.3%를 차지했다.


같은 서울과 수도권이라도 강남구를 포함한 강남권 부동산 가격은 강북이나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크다.

건설교통부 발표 공시지가에 따르면 강남구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6.6%에 불과하지만 땅값은 2004년 기준으로 83조 9700여억원에 이르러 서울시 땅값의 14.3%를 차지했다. 강남구 땅값은 금천구 땅값에 비해 무려 8.8배에 달하며, 강남구 땅을 팔면 서초구(51조), 금천구(9조), 중랑구(11조), 강북구(11조) 땅을 모두 살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문화일보 2005.5.4)

또한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 등 강남 ‘빅3’라 불리는 강남권 3개구 땅값을 더하면 모두 184조4천억으로, 노원구(18조5천억)ㆍ관악구(16조6천억)ㆍ광진(16조4천억)ㆍ구로구(15조9천억)ㆍ성동구(15조9천억)ㆍ동대문구(15조9천억)ㆍ동작구(14조2천억)ㆍ은평구(13조7천억)ㆍ도봉구(13조2천억)ㆍ강북구(11조5천억)ㆍ중랑구(11조1천억)ㆍ금천구(9조6천억) 등 12개구 땅을 모두 사고도 12조3천억이 남는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땅값이 비싼 5곳 중 강남구(83조9700억), 서초구(516백억), 송파구(48조9800억) 등 상위 세 곳이 모두 한강이남권이며, 중구(29조8200억), 종로구(26조6100억) 등 강북권은 두 곳이었다. 땅값이 가장 싼 5곳은 금천구(9조5700억)를 제외하고 강북구(11조800억), 중랑구(11조5천억), 서대문구(13조1990억), 도봉구(13조2800억) 등 네 곳이 한강 이북권이었다.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 시가총액은 163조1966억원으로 6개 광역시를 모두 합한 시가총액인 197조 6048억원에 버금간다. 강남권 3개 자치구가 서울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5%이고, 강남구 보다 세대수가 40% 이상 많은 노원구의 시가총액은 강남구의 3분의 1 수준이다.(부동산뱅크 자료)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 아파트 단지 시가총액이 종로구, 중구, 은평구, 강북구 등 구 단위의 한 지역 안에 있는 아파트 전체의 시가총액을 훨씬 뛰어넘었다. 타워팰리스 1,2,3차 7개동에는 2,719가구가 모여 있는 데 한 평당 평균 2700만원에 달해 시가 총액만 5조원이 넘는다.


시가 11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84.3%가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같은 서울이나 수도권이라 해도 강남 대 비강남의 구도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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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 구조, 개선방안은?③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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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발전 붕괴 악순환 함정, 헤어나야

협력적 대-중소기업 관계 구축…‘남미형’ 돼선 곤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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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그림으로 지금의 하도급 확대와 근로조건 격차의 악순환 구조를 표현하면 이렇다. <그림 1 참조> 하도급 구조와 노동시장의 계층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더욱이 하도급 기업들은 수직적 분업구조 아래에서 더 낮은 위치로 떨어진다. 이는 양적 유연성 전략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외주화를 더욱 촉진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 매일노동뉴스

결국 외부에 열악한 근로조건을 갖는 2차 노동시장의 존재는 대기업 내부 노동시장에 포섭돼 있는 정규직들에게 ‘고용안정’에 더 집착하도록 하는데, 따라서 대기업은 정규직들을 포섭하는 비용을 더욱 늘리게 되고 이를 중소기업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써 얻는 이득으로 상쇄하려는 유인을 높이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를 한마디로 ‘숙련에 기초한 산업발전이 붕괴되는 악순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간 거래 투명성 제고 절실

▲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 ⓒ 매일노동뉴스
조 연구위원은 8일 연구원 주최로 열린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에서 하도급 구조의 문제를 이같이 분석하면서 “협력적인 대-중소기업간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계 대기업이 이제까지 성장해 온 전략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가”라며 “세계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과 제품기술뿐 아니라 현장의 고급기능인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출 주력산업들에서 이러한 기술과 기능 간 조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던졌다. 따라서 그는 “현장기능을 조직적 숙련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그를 토대로 중소기업과의 유기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또한 이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를 공정하게 나누는 자세, 즉 성장에서 분배로 이어지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업간 고용분화와 임금격차 확대를 개선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노력, 특히 정책혼합(policy mix)을 통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업종별 노사정협의회 통한 자율감시와 개선노력 △초대형 원사업장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전략변화 위한 사회적 압력 △정부조달에서의 인센티브/패널티 정책 △공공부문에서의 모범 창출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를 하도급 형태별로 세분화시켜 사외하도급의 경우 기업간 거래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한계 등을 감안, 중소기업 지원대책으로 접근하고,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에 대한 단속중심으로 접근하는 한편 합법 사내도급에 대해서는 훈련을 지원하자는 제언했다.<그림 2 참조>

 ⓒ 매일노동뉴스

한국형 모델은 찾아질 것인가


지금과 같이 기업별 노동시장이 분단돼 있고 핵심과 주변이 분리돼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고부가가치화의 실패와 사회통합 붕괴(남미형)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영계는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완화(미국형)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전반적인 고용안정성 제고(독일형)를 요구하고 있다. 또 한 편에서는 대기업 정규직들이 갖고 있는 정도의 고숙련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기업별 분단노동시장의 강화(일본형)를 얘기한다.

조 연구위원은 “이 각각의 방향에 대해 그 중간 영역에는 그것을 둘러싼 갈등과 제약조건들이 있다”며 “사용자들은 일본형 구조에서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철저한 근로윤리를 기대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강성노조 등으로 인한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미국식 정리해고 자유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계는 산별노조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 하에서 누렸던 권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또한 산별노조를 토대로 기업횡단적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직무평가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녹록한 작업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한 방향으로 확실하게 전환하거나 한국형 발전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남미형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미 남미형으로 간 것 아니냐”고 진단하면서 “단기비용 최소화를 통한 단기순익 극대화라는 기업전략은 비정규직 활용, 하도급 증가로 이어지는데,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이제 생산기지 해외이전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약탈적 네트워크’ 고리를 끊기 위해선 대기업의 ‘도덕성’에만 호소해선 안 되고 정부의 개입이나 지배구조 개선, 패러다임의 전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모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하청에 흘러가게 하는 처방 말고 하청을 직접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협력성이 탈각된 원하청 관계를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까지 표현한 것은 더 이상 시장이 정부의 간여범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라며 “이제 새로운 ‘기업시민’이란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확대라는 새로운 인식틀 형성이 필요하며,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수혜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CSR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떡고물은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위탁거래를 하는 업체는 3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004년에 이뤄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3차년도 조사결과에 따른 것인데, 수탁업체로만 한정할 경우 제조업 27.1%, 비제조업 14.2%에 이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매년 실시하는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중소기업 가운데 약 2/3가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도급거래는 수위탁거래보다 좁은 개념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하도급 구조에 포괄돼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용어해설 참조>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국가 주력산업에 속하고 있어 상징적 중요성을 가지며 특히 최근에는 중화학공업이나 건설업뿐 아니라 IT산업, 그 중에서도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중층화된 하도급거래가 광범하게 확산돼 있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는 지난 10여년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해 왔는데,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94년에는 수탁업체 비율이 중소제조업의 48.9%였으나 2001년에는 66.2%에 달했고, 또한 1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2차 하도급업체의 비중이 늘어나 하도급구조가 중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급업체들은 평균적으로 7개 정도의 모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1개 업체만을 거래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업도 20%에 달하는 등 소수의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모기업과의 거래기간도 제조업 10.0년, 비제조업 7.2년으로 장기에 걸쳐 있었다.


이 같은 모기업 의존성은 하도급 구조상 불가피한 현상인데, 역사적으로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부품과 소재를 공급해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모기업이 하도급 중소기업을 활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지원 등을 통해 보호·육성하지 않으면 안 됐다.


바로, 이 점에서 조성재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현상의 단초를 제기한다. 과거에는 수출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가 존재했으며 이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까지 어느 정도 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적하효과(혜택이 아래쪽으로 흘러가는 것)의 고리가 약화된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탁기업의 수탁기업에 대한 지원사항을 살펴봤는데, 과거 10년간 기술지원, 설비대여, 자금지원, 원자재제공 등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 연구위원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위탁기업이 제품설계도면을 수탁기업에 제공하는 비중이 증가해 온 것인데,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기술개발능력의 발전이 더딘 중소 하도급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수 없어 임금 지불능력이 제약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기업의 납품거래 시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불규칙한 발주,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 납기 단축․촉박 등은 계속 증가추세여서 이 역시도 중소 하도급기업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결과 최근 2년간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경상이익률 모두 대-중소기업 간 차이가 확대됐고, 지금과 같은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 됐다.

<용어해설> 하도급거래와 수위탁거래
하도급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 그리고 중소기업간 거래이더라도 기업규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업체간의 거래를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은 자본금(또는 매출액)과 상시 노동자 수로 따지는데,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 광업·건설업·운송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30억원 이하, 대형 종합 소매업·호텔업·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운영 관련업은 상시 노동자 수 300인 미만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하 등을 '중소기업'이라 한다. 이보다 자본금이 더 많거나 상시 노동자 수가 많으면 ‘대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위탁거래는 하도급거래보다는 더 넓은 개념으로, 기업규모 간 구분 없이 다른 기업에 일정 업무를 위탁하거나 다른 기업의 위탁을 받아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12 오후 2:55:5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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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②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②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철강, 전형적 하청구조…그러나 ‘협조적’ 노사관계
사내하청을 ‘확대된 생산과정 주체’로 인정해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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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은 각종 산업부문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기간사업이다. 전략적 중요성 이외에도 철강업종은 2002년 기준으로 제조업 임금노동자의 2.4%, 제조업 생산액의 5.8%, 제조업 부가가치액의 5.1%, 제조업 설비투자액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 노동부 발주 프로젝트 중 철강산업 쪽을 수행한 강혜영 포스코 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손정순 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팀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하도급 구조는 통상적인 원-하청 관계인 사외하도급보다는 전형적인 사내하도급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철강 생산과정이 각 단위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독립되거나 분할돼 진행될 수 있는 순차적인 연속 공정이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시간에 따라 생산공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최종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도급차수에 따른 노동조건의 차이
도급차수 연봉 근로시간 경력년
재벌관련기업 3,591만원 52.5시간 6.6년
2차하도급 2,351만원 58.0시간 4.3년
3차하도급 2,352만원 57.5시간 4.6년
4차하도급 2,356만원 61.2시간 4.0년
5차이상 1,900만원 67.9시간 4.4년
전체 2,391만원 58.2시간 4.5년
또한 사내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업무는 철강 생산과정상 간접적, 부수적 직무인 원료 운반, 적치, 보전보수, 제품 포장 등이고, 이는 간접부문 중에서도 육체적 부담이 큰(3D) 업무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핵심-주변’의 구분을 통한 사내하청화의 역사가 매우 오래됐고, IMF 경제위기 이후 외주화를 통한 사내하청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띤다고 설명한다.

실제 IMF 경제위기 이후 300인 미만 사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1,000인 이상 되는 대형 사업체 수는 구조조정 여파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종업원 규모 1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생산액 비중치는 92년(28.4%)과 견줘 2002년(34.3%)에 5.9%가 증가한 반면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92년(46.8%)과 견줄 때 2002년(41.4%)에 5.4% 줄었다.

사내하청 규모, 정규직의 67.5%

국내 최대 철강사인 A사(2003년)의 경우, 정규직은 1만9,419명인데 비해 사내하청노동자는 총 55개 업체 소속 1만3,114명(정규직 대비 67.5%)이나 됐다. 그런데 연구팀은 부정기적 정비나 보수 등으로 A사가 요청할 때에만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A사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69개사 1만4,91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그림 참조>

 ⓒ 매일노동뉴스

이들 하청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을 보면, 원하청간 직무 구분이 분명한 경계가 없이 직무간 연계성이 높았으며, 특히 생산설비에 대한 유지 보수 부분에서는 핵심설비는 원청이, 그 밖의 설비는 하청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수직적 계열화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에서도 격차는 컸다. A사 정규직 임금(성과급 제외)은 연 평균 3,981만원인 데 비해 하청업체 노동자 초임은 55.1% 수준인 2,194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철강업종 노사관계는 A사가 그러하듯 협조적, 순응적인 관계자 일반화돼 있어 경영층에게 정규직에 대해서는 포섭전략을 통해 노사관계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고용유연화와 임금비용 절감효과는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즉 ‘포섭과 배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업종·지역차원 최저기준 설정 필요

연구팀은 철강업종 내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대체로 철강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직무인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이상의 총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상당수 하청노동자들이 유해·위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임금격차 중 상당 부분은 차별적 임금격차라고 봤다.

따라서 연구팀은 업종차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고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재 구성돼 있는 ‘철강업종 노조협의회’에서 근로조건 개선방안과 내용을 논의한 뒤 사용자협회를 통해 규범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철강업종의 지역적 편재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사회적 틀의 지역·업종별 협의구조 형성이라는 방향에서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하청노동자를 확대된 생산관계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과 함께 원청 정규직 노조의 처우개선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계열사간 내부거래, 저가입찰 바꿔내야
8~10개 대형 SI업체 과점형 독점구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SDI, LG CNS, SK C&C 등을 비롯한 8~10개의 대형 시스템통합업체(SI)들이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발주 프로젝트를 거의 전담, 수주하는 과점형 공급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SI업체가 자사 계열 재벌 계열사들의 프로젝트를 거의 전담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쪽을 연구한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정현 명지대 교수, 김영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팀은 이 같은 산업의 특성·환경 분석을 통해 하도급 구조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헤쳤다.


연구팀은 우선 2001년 5,418개의 소프트웨어 사업자들 가운데 대기업 수는 79개로 1.5%만을 점할 뿐이고, 나머지 5,339개는 중소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중소 IT서비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중저위의 숙련과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가능성이 커 대형 SI업체들간의 거래관계에서 교섭력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불균형이 심한 또 다른 이유는 거래되는 제품과 용역이 전통적인 물적 재화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 부분이 일종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어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고, 그 보상에 대한 정의도 모호한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형 SI업체들이 재벌 계열이기 때문에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 중소기업과의 심한 불평등 거래를 관행적으로 체질화해온 관행을 소프트웨어 산업의 도급거래에서도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그 이유로 지적된다.


이러한 결과, 재벌계열사와 하청업체 간은 물론 그리고 도급차수가 많아질수록 하청업체들 간에 임금격차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재벌계열사의 평균연봉은 6.6년 경력에 3,591만원인 반면 2차 하도급은 2,351만원(4.3년)이었고, 5차 이상은 1,900만원(4.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집단적 노사관계의 발전속도는 더뎠다. 연구팀은 우선 노조화의 잠재적인 주요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대규모 사업장에서 무노조주의와 개별적 고용관리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중소기업 위주 산업이고 다른 산업에 비해 근속기간이 현저히 짧은 데다 노동이동이 빈번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를 통한 기업 유지 △저가입찰로 인한 전체 산업의 수익성 악화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 등이 현재 소프트웨어산업의 하도급 문제를 발생시키는 기본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대가 산정과 기술성 평가 과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이어 그룹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차단 또는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내부거래시장을 외부에 공개하고 경쟁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동일그룹 내 SI업체의 수주물량(비율)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09 오후 4:09:07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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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① - 자동차산업

양극화 촉매제 하도급구조, 개선방안은? ① - 자동차산업

사내하청, 모두 정규직화하라?
노사 간 담합·생산인력 관리 후진성 극복 등 본질적 접근 필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동관련 이슈 가운데 핵심은 바로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 근로조건 등의 격차문제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불공정 거래 등에 기인한 지불능력의 차이,
기획 연재 순서
1. 산업별 하도급구조 - 자동차산업
2. 산업별 하도급구조 - 철강, 소프트웨어산업
3. 우리나라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이로 인해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하도급구조와 고용관계’ 토론회를 계기로 3회에 걸쳐 하도급구조의 실태와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어느 정도로 차별이 심각한 지는 더 이상 문제로 삼을 시기는 아닌 듯하다. 국내 완성차 A사 정규직과 비교할 때 A사의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같은 근속년수의 노동자 임금이 70% 수준, A사로부터 업무를 하도급 받은 사외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이 61% 수준이란 것은 놀랄 만한 수치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하청노동자들의 규모는 더 늘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의 ‘광공업통계자료’에 따르면, 완성차 대기업 고용규모는 9만6,887명으로 최고치였던 97년 이후 계속 줄어 2001년 7만2,305명까지 떨어졌다가 2002년 7만7,554명으로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부품산업의 고용규모는 99년(11만2,316명) 이후 계속 늘어나 2002년 12만9,498명을 기록했다. 결국 외주화, 모듈화, 사내하도급 확대를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최근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 판정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노동조합 조직 등으로 사내하청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사회전반적인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정규직화냐, 아니냐’ 위험한 쟁점


현재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노동자들로 조직된 노조들의 공통된 요구는 ‘불법파견 판정자 전원 정규직화’이다. ‘불법’적으로 제3자에 고용돼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일해 왔던 해당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사내하도급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기에는 ‘위험한 쟁점 형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별 도급구조와 고용관계’라는 노동부 발주 프로젝트 가운데 ‘자동차산업’ 쪽을 수행한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홍장표 부경대 교수, 이시균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 팀은 “사내하도급(하청) 문제는 단순 비정규직 활용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뿌리 깊은 불신 및 생산인력 관리의 후진성과 연관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조성재 연구위원은 “고용조정의 안전판, 정규직이 기피하는 3D 직무의 배정, 저인건비의 활용, 투입인원(M/H·맨아워)을 둘러싼 작업장 갈등의 봉합 수단 등으로 위치지워진 사내하도급은 노사간의 구조적 담합행위에 의해 그 문제가 증폭돼 왔다”며 “이 때문에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화할 것인가, 아닌가로 쟁점이 좁혀지는 건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라고 우려한다. 즉, 왜곡된 노사관계와 생산관리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한 점에서 관련된 현안들과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사의 작업조직을 보면, 주요 공정 중 하나인 최종조립라인에서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작업의 가장 말단 단위인 스테이션에서조차 혼재 편성돼 있다. 이는 작업에 관한 통제권과 (하청업체의) 자율권을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뜻한다. 그런데 이 같은 혼재작업조직이 발생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시적으로 사내하청을 쓰는 경우인데, 적지 않은 수가 M/H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규직 인원 투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회사쪽과 노동강도를 완화하고자 하는 대의원들의 입장이 대립되면서 손쉽게 사내하청 투입으로 타협해 버린다”며 “결국 사내하청은 일상적으로 라인에 투입돼 ‘정규’업무를 담당하는 구조가 작업장 내에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공급 체계, 기업별노조의 한계

사내하청에 대한 차별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이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사내하청이 끼우는데,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서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무나 숙련 등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불합리한 차별이 유발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서구에서 일반적인 산업별 노조체계와 이와 연관된 직무급 노동시장이 발달돼 있다면 굳이 사내하청 같은 고용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례로 독일 금속노조나 서구 산별노조를 보면, 개별 노동자의 임금결정에서 어느 기업에 속해 있는가보다 어느 직무나 직능등급에 속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임금결정에서 직무나 직능등급의 중요성보다는 연공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직무 혹은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구팀은 “사내하도급은 기업별로 분단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아래에서 노사간 담합의 의해 차별과 배제가 구조화된 하나의 형식”이라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더 나아가 업무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배제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 매일노동뉴스

정규직 고임금 “권위를 세워야”

그렇다면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연구팀은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라는 클 틀에서 고용(조정)의 유연성 측면뿐 아니라 임금(체계)의 유연성, 노동시간의 유연성, 작업장 운영의 유연성 등을 짚으면서 이들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완성차들이 제시하는 대안 중 하나인 ‘완전(진성)도급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였다. 완성차 공정이 일관생산체제인 점에서 공정분리가 쉽지 않고 간접부서도 일정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하청업체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는 사정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이나 철강, 화학 산업에서는 진성도급화도 일부 가능하지만 자동차는 기술체계상 곤란하며, 따라서 일본에서도 자동차나 전자산업의 불법파견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의 파견을 합법화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더욱이 완전도급화를 위해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전환배치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노사관계상 쉽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연구팀은 도요타와 같이 기간제 노동자를 완성차가 직접 고용하면서 임금상의 차별을 피하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요인, 또는 임시적 결원 대체 등을 위해 그야말로 비정규 고용형태를 취한다는 것을 뜻하며, 이 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적용을 통한 차별억제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그야말로 비정규 고용형태’를 취하더라도 정규직에 대한 유연한 활용 방안이 노사 협조적으로 도출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즉 노사가 시간 유연성, 임금유연성, 작업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그 잔여 개념으로서 계약직을 최소한으로 활용해야 하며, 따라서 정규직 노조와 사용자 간에 유연한 생산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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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구팀은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는 정규직이 고임금을 받는 데 비해 작업장 내에서 숙련에 근거한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고임금에 걸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훈련, 임금, 승진체계가 고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질적 유연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양적 유연성 수단을 정비해야 하는데, ‘고용조정’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을 상정한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노동시간, 교대제, 임금체계와 구성 등 다양한 방식을 혼합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어해설>
◇ M/H(Man/Hour) 협상
신모델 도입이나 새로운 사양의 증가, 작업량 및 라인속도 변동 등의 과정에서 투입돼야 하는 인원수를 둘러싸고 작업장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노사교섭을 말한다.


◇ 시간유연성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달성하면서도 시간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로 독일에서 발달한 노동시간 계정제를 들 수 있다. 이는 호황시에 잔업 등을 통해 자신의 시간 구좌에 저금해 두었다가 불황시에 꺼내 쓸 수 있는 제도로 노동자들은 임금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수요변동에 대응해 자유롭게 공장가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한·중·일 비정규직 활용, 어떻게 다른가
비정규직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97년 22.9%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2002년에는 29.6%로 늘었고, 2003년 현재 시간제 고용비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34.5%), 호주(27.9%) 다음으로 많은 26.0%였다. 또한 전기전자사업에서는 사내하도급 활용비율이 50% 내외에 이를 정도이며, 전통적으로 일부 기간공(계절공) 활용에 머물렀던 도요타자동차조차도 최근에는 9천명(25%)이 넘는 기간공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중·일 자동차산업의 비정규직 직무와 처우 비교
  한국 중국 일본
직무 동일직무/
주변직무 혼재
동일직무수행 단순직무 중심
처우 정규직과 격차 큼
(정규직 1년차의 80% 이하)
정규직과 거의 동일
(임금은 직접지급,
간접비는 파견회사에 지급)
정규직과 격차 적음
(정규직 1년차와 거의
유사하거나 많음)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이 지난 2일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개원 16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동차산업의 비정규직 활용실태 한·중·일 비교’에 따르면, 일본의 2차, 3차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내하도급(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광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 같은 비정규직 증가는 90년대 이후 10여년간 불황을 경험한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생산은 증가했지만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고용을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고용관계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큰 과제였기 때문에 고용과 임금제도에서 상당한 정도의 시장과, 서구화가 진행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 전체적으로는 한국 현지법인들을 포함, 10년 근속 이내에서는 1~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같은 정규사원의 계약제 이외에도 노무공(파견노동자)을 상당한 정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사내하청, 일본의 사내하청 또는 기간공, 중국의 노무공 등 3국의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1년차와의 임금격차는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 도요타의 기간공은 정규직 1년차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중국의 노무공은 정규계약직과 거의 유사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고 5대 보험 등 간접비는 파견회사를 통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완성차 A사의 경우 정규직 1년차 월 인건비(4대 보험 등 간접비용 포함)는 277만4천원인 반면 하청업체 노동자는 186만6천원이었다. 정규직 1년차의 68% 수준인 셈이다.


이 같은 차별도 문제지만 조 연구위원은 “산업경쟁력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조직적인 기능향상 프로그램이 빈약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임금 및 승진제도가 취약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다능공을 육성해 이들의 현장 이상상황에 대처하고 조직적으로 개선활동을 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계적으로 매년 인상되는 기본급과 이에 연동하는 잔업수당과 상여금 등으로 임금이 구성돼 있고 기능향상을 보상할 수 있는 승진경로는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조 연구위원은 “일본 자동차산업의 정규직이 현장의 조직능력을 지탱하는 ‘핵심인력’인데 비해 한국은 단지 비정규 주변인력과 구분되는 ‘중심인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규직에 대한 고율의 임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사용자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저임금의 사내하청을 확대하거나, 외주 확대를 통해 외부 중소기업의 저임금 계층을 활용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후발주자인 중국의 변화와 맞물려 한국의 자동차산업 위협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 연구위원은 “아직은 중국 자동차 생산현장에 비해 한국의 기능수준이나 품질, 생산성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중국에 비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길고, 우수한 인력의 장기근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업특수적 숙련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히려 이를 명시화, 체계화하는 것은 일본식 생산방식을 나름대로 해석, 전 세계 작업장에 적용하고 있는 상하이GM 등이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2005-06-08 오후 4:09:21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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