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5/06/14

'건설 5적',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건설 5적',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경실련 기고] "5적 연합해 해마다 수십조 챙기며 전국 투기장화"

 

프레시안 2005. 6. 13

 

경실련이 판교신도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과 10일 건설교통부 홈페이지 게시판과 청와대 게시판에서 잇따라 '판교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온라인 운동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경실련,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때"
  
  경실련은 13일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판교신도시 사업추진 이후 올초부터 용인분당 등 11조원, 서울 강남권만 무려 23조원이나 폭등하면서 판교사업이 집값폭등과 투기조장의 주범임이 명확해졌다"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쓴소리가 건교부와 청와대에 쏟아졌지만 여전히 정부는 판교개발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어 "14일부터 판교택지의 분양신청이 시작된다"면서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 건교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으며, 독단적인 사업추진을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직접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이 판교신도시 개발파문을 계기로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김지하 시인이 고발한 나라를 망치는 '오적'(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에 빗대 '건설(개발)오적'을 질타하는 기고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김 본부장이 지목한 '개발오적'은 재벌(건설업체와 이익단체), 경제관료, 보수언론, 정치인, 학자 등 다섯 부류. 이들은 IMF 사태 이후 각종 편법과 불법과 유착을 일삼아 부동산가격이 1천조원 상승했고,그중 아파트가격만 약 5백조원 상승하였으며 특히 참여정부 2년 동안 아파트가격만 약 2백조원 이상 상승시키며 연간 수십조원의 불로소득을 챙겼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다음은 김 본부장의 기고문 전문이다.
  
  건설오적,특혜와 반칙으로 전국토 부동산투기화

  
  개발오적 그들은 누구이며 언제부터 무슨 짓을 했나?
  
  단군 이래 반만년 보전되어 왔던 금수강산이 지난 반세기동안 개발독재정권과 개발오적들이 야합 무모한개발로 이 아름다운 강산이 파괴되고 있다. 파괴의 중심에는 개발만능에 사로잡혔던 군사 독재자와 경제 관료가 있었고 그들을 중심으로 개발오적이 만들어졌다. 한때 그들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앞세웠다. 경제관료들은 도시와 주택 그리고 국책건설사업을 통한 경제성장과 경기활성화라는 논리를 앞세워 경제성장의 핵심정책으로 둔갑시켜 지속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부패한 독재정권과 이후 준비 없이 집권한 민주투사정권은 일부 보수언론과 집권세력간 사적이익 챙기기와 사세 부풀리기 수단으로 개발정책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들이 나라를 거덜 내는 동안 비교적 양심세력을 자처했던 지식인과 시민사회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 시민사회조차도 개발만능 논리에 빠져 이를 묵인, 동조했던 것은 아닌가?
  
  개발만능주의에 모두가 사로잡혀 전 국토는 부동산투기의 장이 되었고 온 국민은 부동산투기세력으로 내 몰리는 동안 건설오적들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앞세워 도시개발과 국책사업을 통한 거품을 일으키며 그들만을 위한 개발을 밀실에서 계획하여 무모하게 밀어부처 왔다.
  
  개발오적 그들의 구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했던 군사독재정권의 최고통치권자와 핵심측근정치인,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했던 몇몇 관료와 야합 그들의 총애를 받았던 소수 기업을 단기간에 대형화시켰다. 이들 재벌기업은 관치금융 하에서 모든 재화를 자신들의 사금고처럼 활용했고 각종개발사업과 건설공사를 독점하거나 그들끼리 담합하여 재벌로 급성장했다.
  
  재벌로 변모한 건설족 그들을 뒷받침하며 살아가는 건설오적은 아파트분양 등 광고수입에 눈이 어두운 보수언론과, 학문을 한다면서 공익과 공공성은 버려두고 단물에 눈이 어두워진 자들 자신들의 화려한 학력만을 앞세워 각종특권을 누려왔던 학자와 각종연구원, 퇴임관료의 은신처가 되어버린 이익단체 그들은 오각구도를 이루며 하나의 조직으로 결속 지난 반세기동안 정보독점과 밀실야합, 담합, 독점을 통한 특혜와 반칙을 합법화시키면서 정책을 활용.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왔다.
  
  매년 신규주택 분양가격 담합,연간 30조원 이상 불로소득
  
  매년 얼마나 챙기고 있는가?
  
  매년 도시와 주택건설, 국책사업에 국민의 혈세와 국민의 자금이 약2백조원 규모로 투자된다. 그러나 건설오적이 국민을 속여 챙기는 눈먼 돈은 약 60조~70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비자금으로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돈의 규모는 매년 40조~5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우리사회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매년 공직자(정치인, 공무원, 공기업)에게 건네지는 뇌물규모는 15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발생한 최근 12년간 부패사례를 조사한 결과 건설 오적들의 뇌물거래가 전체부패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10조원 규모를 유흥비와 접대비로 소진하므로 인하여 우리사회를 썩고 병들게 만들어 왔다. 건설재벌사주가 불법적으로 챙기는 자금은 15조~20조원 규모이다. 대체 왜 이지경인데도 시민사회와 시민들은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개발(건설) 오적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왔고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유지되므로 그들의 구조를 시민사회와 시민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만의 잔치를 위해 국민의 혈세는 점점 늘어나고 세금은 낭비되고 있으며 국가경쟁력은 지난 10여년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가경쟁력은 경쟁국에 비하여 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각종 부동산개발정책과 주택정책이 건설경기활성화와 경기의 인위적 부양에 초점을 맞춤으로 인하여 30년도 채 안된 강남권신도시는 재건축 열기와 비리의 온상으로 변했고 강북은 모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고 재개발 열기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 시켰다.
  
  이로 인하여 10년도 안된 건축물을 모두 부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전체를 재개발과 재건축단지로 전락시켰다. 신규주택시장은 99년부터 아파트분양가 완전자율화 특혜와 공공택지 헐값공급특혜, 짓지도 않은 아파트 판매를 허용하는 선분양특혜, 공공택지 독점공급과 수의계약특혜 등을 제도적으로 합법화 시켜주어 매년 50만채씩 공급되는 신규주택 분양가격을 2배 이상 담합을 통해 끌어올려 연간 30조~40조원의 불로소득을 챙기도록 방치했다.
  
  연간 60조~80조원 규모의 국책사업과 개발사업, 민자사업 등에서는 사업비와 사업예산 편성기준을 잔뜩 부풀려 사업권을 따 내기만 하면 엄청난 이득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이들이 챙기는 불로소득은 연간 20조~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따라서 건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약 5배가량 증가했다. 국민의 세 부담은 계속 증가했고 토지가격과 주택(아파트)가격의 폭등으로 빈부격차는 치유불능 상태로 심각한 상황이다. 부동산가격은 약 1천조원 상승하였고, 아파트가격은 약 5백조원 상승하였으며 특히 참여정부 2년 동안 아파트가격만 약 2백조원 이상 상승하였다.
  
  재벌들과 건설업자는 부동산 사재기와 아파트건설 대규모국책사업권 수주에 혈안이 되어 불법과 편법 탈법이 난무하고 건실한 중소기업까지도 기술개발이나 건전한 기업 활동보다는 부동산투기와 짓기도 전에 판매가 허용되어 있는 아파트분양에 뛰어 들고 있다. 중소하청기업은 과도한 부채와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로 도산위기에 처해 있고 우리산업의 경쟁력은 하락하고 청년들에게 제공할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386 정치인도 밥그릇.감투에 눈멀어
  
  민주화세력과 386 신세대 의원들 무엇을 하고 있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시작으로 1990년대까지 10여 년간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세력이 1990년대부터 집권을 했다. 국민의 여망과 힘이 더해져 1992년대 이후 임기 4~5년인 정치권은 물갈이를 통하여 약간의 민주화를 진전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개발지상주의와 개발만능 논리를 제공하며 개발독재정권에 빌붙어 왔던 재벌과 건설업자, 일부언론과 학자 재벌단체 그리고 그 중심에 존재했던 임기가 무한대인 경제관료 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철퇴와 청산절차가 없었다. 그들은 준비가 없이 집권한 민주투사를 자처했던 민간정권들의 무능함을 메우며 아직도 개발만능과 개발지상주의를 내세워 다시금 전국적으로 개발사업과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개발거품경제에 집착하는 경제관료와 재집권욕구만으로 권력의 노예가 되어버린 세대교체된 정치인, 개발의 과실로 덩치를 키워 온 몇몇 재벌 그리고 개발을 부추기는 보수언론, 이들 뒤에서 기생하는 학자들은 공공사업과 국책사업 각종 개발사업이 민생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인 것처럼 논리를 제공하고 국민을 기만 해 왔다. 그동안 이 땅의 지식인이며 젊은 민주투사를 자처했던 386세대까지도 정치권에 또는 집권세력으로 등장해 국회에 자리를 잡았다. 또 노동자를 위한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세력도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준비 없는 상태에서 무임승차한 그들은 지금 자기 밥그릇 보전과 감투를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다.
  
  건설오적, 토지소유자 10%의 이익만을 대변
  
  건설(개발)오적은 무슨 짓들을 하고 있나?
  
  오각구도의 건설마피아조직의 덩어리구조가 깨어지지 않고 지속성장이 가능했던 근원은 권위주의와 군사독재 철권통치하에서 유치한 행태로 생존해 왔던 관료집단 그리고 부패하고 무능했던 군사정권을 이용 한탕을 챙겨왔던 건설. 부동산 재벌과 관치경제세력과 불법탈법에 능한 자들이 오랜 기간 끊임없이 자금을 모아 덩치를 키웠기 때문이다. 항상 그들 뒤에는 관료집단과 이들의 단물을 노리며 기생하면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양심을 팔아왔던 일부학자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이익단체 소속 연구원들이 있었다. 가장문제는 이들의 나팔수 역할로 사세를 키우며 권력까지 누려온 보수언론의 요직을 차지한 자들까지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그들이 막강한 자금과 권력을 바탕으로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2천조원(1천4백50만 가구)규모의 재고주택시장과 2천5백조원 규모의 토지시장에서 10%미만의 가진 자의 이익만을 대변해왔다. 연간 1백조원(50만 가구)규모의 신규주택 시장에서는 연간 30~40%의 거품을 조장하며 각종 특혜를 주고받으며 최근 4년간 약 5백조원 규모의 가격상승을 통한 과실 상당부분을 이들이 독식해 왔다. 또한 지난 반세기 국민혈세로 건설되는 50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이용하여 매년 30~40% 약 15조~20조원 규모의 특혜를 주고받아 왔다.
  
  이들은 불법과 편법 탈법을 합법화하며 특혜와 독점, 담합거래를 일삼아 왔다. 이들이 정부 또는 공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은 이들이 벌이는 부패에너지를 공급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되었고 이들 조직의 힘은 점차 강해지고 조직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도시와 건설. 부동산정책과 제도, 특히 국책사업은 예산 부풀리기 수법과 업계 내부결속을 통한 담합과 수의계약, 각종개발정보의 독점, 공공과의 거래에서 사업권 허가권 개발권을 서로 주고받아 왔다. 그들은 독점과 담합 등을 통하여 합리적 절차와 판단 그리고 공정한 평가보다는 통치권자 또는 결정권자와 근친관계 총애정도와 뇌물제공 액수에 따라 수혜자와 특혜가 결정되는 구조로 짜여져 그들 조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불법, 탈법, 편법행위를 서슴없이 행한다.
  
  모든 개발행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장치까지도 무력화시킨 고위관료와 재벌 대기업, 부동산투기세력들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그들은 너무도 당연한 부동산 실거래 가격파악조차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보유세가 선진국의 5~10% 수준인 현상도 수십년 지속적으로 방치되어 왔고 이를 조금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면 드러내 놓고 반대를 하고 있다.
  
  빈부격차해소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러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려는 기미만 보이면 이들은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언론을 동원 여론을 조작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들을 견제하고 이들의 행태를 감시해야 할 책무가 있는 평소 지식인을 자처 하는 자들도 이들의 행태를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다.
  
  건설오적 탓에 10년 세월 허송
  
  왜 이렇게 심각한 상태까지 왔는가?
  21세기를 준비해야 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약간의 진전이 있다고 느끼며 경제개혁을 소홀히 하고 관료개혁을 뒤로 미룬 채 안주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민주화쟁취가 목표였던 정치세력이 독재를 물리치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났어야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개혁을 위한 준비없던 독재투쟁세력이 자기들의 공을 앞세워 권력의 움켜쥐고 권력의 달콤함에 도취되어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것은 아닌가? 개발오적들은 독재 정치가들이 퇴장한 후 지금까지 민주화 투쟁세력들과 결탁하여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들 집단의 구조는 의리와 패거리 정치인과 관료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과 복종심을 강요하는 구조를 깨지 않고 있다. 이들의 농간으로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서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고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10여년을 허송하고 있는 것 아닌가?

   
 
  김헌동/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계 '부동산 거품' 파열 초읽기, 한국 '치명타'

세계 '부동산 거품' 파열 초읽기, 한국 '치명타'

부동산 망국 현실화 악몽, 정부는 '땜방식 처방'만 내놓을 듯

 

프레시안 2005. 6. 13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휩쓸고 부동산투기 광풍의 결과 형성된 전세계적 부동산거품이 곧 폭발할 것이며, 그럴 경우 한국 등 아시아국가가 가장 치명적인 '디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망국(亡國)' 악몽이 눈앞 현실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전세계적 부동산거품 곧 파열할 것"
  
  국내에서는 정부의 땜방식 부동산 대책을 비웃듯,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마침내 1억원을 돌파하고 '판교발 투기' 여파로 분당 대형아파트값이 10.29대책이후 2배이상 폭등하는 등 부동산투기 광풍이 전국을 휩쓸며 다수 국민들을 격노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벨탑'을 쌓아올리고 있는 유한계층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절대 신봉하며, 부동산 투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건설광고에 목 매단 국내 다수언론들도 "상류층들이 원하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이 집값 급등 원인"이라며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필두로 현재 주요 세계에서 지난 몇년간 급속히 부풀려진 부동산거품은 곧 '파열'하며, 특히 한국 등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세계화의 영향으로 세계 전역에 걸쳐 집값이 동반 급등하고 있어 거품 붕괴시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미국 집값은 지난 1997년 이후 1백30%나 급등하면서 뉴욕의 방 2개짜리 아파트가 1백만달러(우리돈 10억원)에 달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지역적, 미국내 현상이라기보다는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1.3%에 불과했지만, 2003년 3ㆍ4분기 부터 지난해 3ㆍ4분기까지 1년동안의 집값 상승률은 13.0%에 달했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의 경우도 1971년부터 2003년까지의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각각 3.6%, 3.6%, 3.4%, 1.7%에 그쳤지만, 2003년 3ㆍ4분기부터 1년동안의 상승률은 각각 13.8%, 17.2%, 10.8%, 14.7%에 달했다. 또한 홍콩, 뉴질랜드 주택 가격은 2003~2004년 동안 16% 올랐으며 아일랜드는 같은 기간 10% 상승했다.
  
  이같은 부동산 거품의 근본적 원인제공자는 미연준(Fed)을 비롯한 각국중앙은행이다. 지난 2000년 주가 하락과 기술주 붕괴에 직면하자 미연준은 경제에 미칠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고, 이어 EU 중앙은행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 이자가 낮아지면서 전세계 부동산투기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미국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르웰린은 "미연준과 다른나라 중앙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를 주택에서 되찾도록 하기 위해 이런 붐을 부추겼다"고 혹평했다.
  
  문제는 부동산거품 파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수잔 워처 부동산학 교수는 "이번 주택가격 급등의 진짜 문제는 세계화의 여파로 과열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은 점이 거품 붕괴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딩 대학의 부동산경제학자인 마이클 벨은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이 현상은 계속될 수 없는 이상 곧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거품 파열을 예고했다.
  
  워싱턴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도 국제유가의 갑작스런 상승 등 다른 경제적 충격과 맞물려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역사적으로 또 상식적으로 급등한 주택 가격은 원위치로 돌아가게 마련이며, 이 과정은 서서히 나타날 수도(연착륙) 혹은 급격하게(경착륙)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부자들 부동산시장서 발빼기 시작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 중산층은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미국 상류층은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캡제미니가 발표한 `세계부유층보고서'를 인용, 유동자산이 1백만달러 이상인 미국인들이 2004년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투자 비중을 13%로 2003년의 17%에 비해 4%포인트 줄였다고 밝혔다. 부자들이 지난해 부동산을 팔아 치운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상품에 대한 투자에는 재산을 덜 할당하는 대신, 헤지펀드와 채권 및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는 것.
  
  세계부유층보고서는 이와 관련, "부동산 분야가 과열됐다고 예견하는 듯한 이런 경향은 일반적으로 부유층이 보통 투자자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도 "부유층은 종종 투자 경향의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서 "부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부동산거품 파열을 예고했다.
  
  모건스탠리 "한국 등 동아시아, 내년에 디플레이션 위기"
  
  문제는 부동산거품이 터지며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경우 한국이 가장 심각한 치명타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앤디 시에는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는 현재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부동산 투기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과잉설비 등 때문에 내년에는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에는 특히 "디플레이션 위험성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과 중복된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높다"고 지적,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투기가 극심하고 중국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면 미국 등 서양 국가들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고 통화 약세를 통해 압력을 완화할 수 있어 디플레 위험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이와 관련, 지난 10일 "한국에서 부동산거품이 터지면 10년이상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망국, 현실화하나
  
  부동산투기가 심각한 정치-경제-사회문제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13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오는 17일에는 노무현대통령 주재로 부동산투기대책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껏 마련되고 있는 대책은 판교에 이은 '제3의 신도시' 건설 등으로 도리어 부동산투기를 증폭시킬 위험성이 큰 대책들이며, 분양원가 공개나 공공택지 공영개발, 분양권 전매 금지 같은 근원적 대책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달에는 전국적 부동산투기의 근원인 기업도시 3곳 선정, 공공기관 1백17개소의 지방이전 발표 등 부동산투기 호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땜방식 대책으로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정부대책이 헛돈다면 남은 운명은 경제법칙에 따른 '부동산 거품 파열'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탄식어린 전망이다. '부동산 망국'의 위험에 전면 노출된 위기의 계절이다.

   
 
  박태견/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한 핵심 실세 30인 파악

북한 핵심 실세 30인 파악

정부, 남북대화 재개 대비 지난달 극비 작성
정치 10, 군부 9, 경제 3, 대남 4, 외교 4명
"김정일의 선군·실용 통치스타일 보여줘"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북한 정권을 이끌고 있는 핵심 실세들이 드러났다. 노동당과 내각.군부 등 분야별로 포진한 30명이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정부 당국의 내부 문건은 이들 파워 엘리트의 리스트와 함께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을 담고 있다. 북한 권력층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의 종합적인 판단이 문건을 통해 밝혀진 것은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과 98년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문건은 지난달 남북 당국 대화 재개 등을 계기로 정부가 북한 권력구도를 파악하기 위해 비공개리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별 명단은 정치분야 10명을 비롯해 ▶경제 3명▶대남 4명▶외교 4명▶군부 9명이다.

정치 부문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정점으로 명목상 대외 수반 역할을 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 주상성 인민보안상(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 연형묵은 1992년 12월부터 13년에 걸쳐 군수공업 시설이 집중된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맡아 왔으나 최근 해임된 것으로 지난 6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 당국도 연형묵의 해임 사실을 지난달 문건 작성 시점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얼굴을 드러냈다.

경제와 군수공업 분야에서는 실세총리로 분류되는 박봉주 내각총리와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광린 국가계획위원장이 올라 있다. 이들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등 북한의 경제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대화와 통일전선전술을 주관하는 대남 분야에서는 임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이 들어 있다. 당국 문건은 '30년 평북 출생'으로 알려졌던 임동옥을 '35년 황해남도'로 바로잡는 등 추가로 확인된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6자회담 등을 담당하는 외교 부문은 최태복 당 국제담당 비서를 주축으로 외무성의 백남순 외상과 강석주 제1부상, 김계관 부상 등이 거명됐다.

이들 당정 실세는 6.15 통일대축전 참가를 위해 14일 방북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맞을 북한 당국 대표단에도 포함돼 있다. 북측 단장인 김기남 당 교육담당 비서와 대남 실세인 임동옥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조평통 부위원장'직함으로,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은 '아태부위원장' 명칭을 달고 나온다.

30명의 실세 가운데 군부 인사가 9명이나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정부 당국자는 "군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선군(先軍)정치 등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조명록 총정치국장과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의 핵심 3인이 맨 위에 올랐다. 총정치국 부국장인 현철해.박재경과 총참모부 작전국장인 이명수 대장 등 김정일 위원장의 군부대 방문 등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실세 3인도 자리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의 권력 동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라며 "김일성 시대에 비해 훨씬 실무적인 인물을 발탁해 전면에 포진시켰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 면모를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중앙일보 2005.06.14 05:12 입력 / 2005.06.14 06:16 수정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quot;사과 배 농가 쌀협상 총알받이&quot;--&quot;너무 심하다&quot;

"사과·배 농가 쌀협상 총알받이" - "너무 심하다"
[현장] '이면합의' 의혹속 성과없이 끝난 첫날 '쌀' 청문회
텍스트만보기   권박효원(10zzung) 기자   
▲ 13일 오전 국회 `쌀 관세화 유예 연장협상 실태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각각 관료들과 답변내용를 논의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면합의' 논란 속에 13일 국회에서 열린 쌀 관세화유예협상 국정조사 청문회는 첫날 일단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이날 쌀협상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쇠고기 검역 및 식량점유율 등에 대한 미국과의 이면합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새롭게 '이면합의'로 밝혀진 내용 없이 그동안 제기됐던 쟁점들이 다시 반복됐다.

이날 대부분의 쌀협상 국조특위 의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쌀과 관련되지 않은 품목의 양보는 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정부를 질책했으며 "부가합의 과정에서 중국의 사과, 배 등 품목에 대한 검역절차를 조속히 처리하기로 해 국내 과수농가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 반기문 외교부 장관 등 당시 협상 담당자들은 "당시는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웠을 뿐 이면합의는 없었다"며 기존입장을 반복했다. 특히 박흥수 농림부 장관은 "사과, 배 농가가 쌀협상의 총알받이 된 것 아니냐"는 이시종 열린우리당 의원의 추궁에 "너무 질책을 심하게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 13일 국회 `쌀 관세화 유예 연장협상 실태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과, 배 농가가 쌀협상 총알받이 된 것 아니냐" "질책이 심하다"

이날 청문회에서 정부와 가장 첨예하게 각을 세운 의원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강 의원은 지난 9일 대정부질의에 이어서 이날도 "이미 지난 93년 UR 협상 당시 허신행 농림부 장관이 미국 측에 시장점유율 50%를 보장했다"고 '이면합의'를 주장하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측 면담록을 제시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미국은 이같은 '이면합의' 문서를 이용해 2014년까지 향후 10년간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합의한 정부의 협상태도는 굴욕적 외교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흥수 장관은 "미국이 자기 기록상 갖고 있을 뿐이고 우리가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미국의 시장점유율에 대한 정부 입장은 선의의 약속일 뿐 구속력이 없다"며 "이를 보장해준 것처럼 기정사실하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해진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강 의원은 "지난 2001년 전까지 미국쌀은 단 한톨도 수입되지 않다가 정부가 입찰규격을 변경한 뒤 매년 전체 수입물량의 25%를 차지하게 됐다"며 "미국측 요구 때문에 입찰규격을 바꾼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방호 한나라당 의원과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 역시 "허상만 전 장관이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쇠고기 문제를 논의했는데,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광우병 문제와 관련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해 요구한 것 아니냐"고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은 "미국 쇠고기 검역 문제는 쌀협상과는 별도의 현안으로 논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명수 농림부 차관은 입찰규격 변경과 관련 "의무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쌀의 품종을 구분해 입찰한 것일 뿐 특정국가를 염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국회는 13일 `쌀 관세화 유예 연장협상 실태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를 열고 협상의 적합성에 대해 조사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5-06-13 19:50
ⓒ 2005 Ohmy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quot;또 신도시? 업자 배만 불려주는 꼴&quot;

"또 신도시? 업자들 배만 불려주는 꼴"
경실련, 판교 개발 중단· 공영개발 촉구 시민행동 나서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가 13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번 정권 창출에 동참한 제가 죄지 누구 탓하겠소. 내 자신이 이리 한심스럽게 느껴지다니. 이번 정권이 그래도 세상 바꿔줄줄 알았는데. 가진자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못 가진자도 좀더 사람답게 살게 해줄거라 기대했건만. <중략>

이젠 어떠한 정책이 나와도 그 신뢰성은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소. 집값을 안정시켜서 서민안정을 시킨다. 참 좋은 얘기요. 계속 올라가는 부동산가격.. 내리기는 커녕 지키기도 힘들고 이젠 더이상 바라지도 않소. 당신들이 판교 땅사서 땅 팔아먹고 건설업체에 맡기는 그 순간. 당신들의 속셈은 이미 다 드러났소." ID : 믿은 게 죄지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과 건설교통부 참여마당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는 성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전 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강남·분당·용인 등 집값 폭등 지역에 대해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하고 세무 조사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 값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지 미지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나. 판교 로또로 인한 집 값 상승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 예상대로 주변 땅 값이 지금 계속 오르고 있다. 판교 개발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영개발해야 한다."

경실련 박병옥 사무총장은 13일 오전11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판교 개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병옥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240만 가구가 건설됐는데 또 다시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면서, "240만 가구 건설 결과 집 값은 2배가 뛰었고, 부동산 업자들 배만 불려줬다"고 꼬집었다.

박 사무총장은 "오를 때로 오른 집 값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가 그저 한심할 따름"이라며 "집 값이 더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 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박완기 시민감시국장은 "건교부가 판교로 인한 집 값 폭등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또 다른 신도시 개발로 집 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잘못된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며 " 건교부는 14일부터 진행하는 판교 신도시 택지 입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정부, 청와대, 국회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엇박자로 가고 있다"면서, "집 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판교 신도시 택지 공급을 중단시키고 공영개발 추진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집 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 집 값 안정과 투기근절을 위한 시민행동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경실련은 14일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각 정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펼치고, 15일에는 집 값 안정과 판교 공영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2005-06-13 15:42
ⓒ 2005 Ohmy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quot;공공주택 20% 건설하면, 노무현 85% 지지받는다&quot;

"공공주택 20%건설하면, 노무현 85% 지지받는다"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텍스트만보기   박수원(pswcomm) 기자   
판교발 부동산 '쓰나미'가 참여정부를 흔들고 있다. 강남을 대체하고 집 값을 잡겠다고 만든 판교 신도시가 첫 삽도 뜨기 전에 주변 부동산 값을 34조나 올려놓았다.

당황한 정부는 13일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개최에 이어 17일 노무현 대통령 직접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최근 판교 주변 집 값 폭등 현황을 발표한 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판교 공영개발만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판교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13일 오전11시 30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50) 본부장은 12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통과 교육여건 등 주변 환경이 쾌적한 판교가 인기를 얻는 것은 예정된 일이며, 그 결과 강남 라인 분당-용인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2.17대책으로는 강남 규제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사람들이 중대형 평형을 집중적으로 사면서 집 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대형 공급 확대와 제2 신도시 개발에 대해 "2000년 이후 매년 50만호씩 지어, 노태우 당시 200만호 보다 50만 가구가 더 공급됐지만 전국 땅 값은 500조원이 뛰었고, 집 값도 250조원이 올랐다"면서, "다른 신도시가 생기면 판교 같은 일이 또 벌어지게 되며, 참여정부 잔여 2년 임기 동안 새로운 신도시 건설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도시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헌동 본부장은 "당장 판교 개발을 중단하고 그 곳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면 집 값을 잡을 수 있다"면서, "집 값을 잡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복지부 산하의 주택청을 신설해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통해 민간 후분양제 실시, 공공보유주택비율 20%확대를 약속하면 국민 85%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판교 주변 집 값이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 건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분당이 들어서고 강남과 분당라인 교통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지하철 신분당선, 분당내곡 도시화 고속도로, 분당수서 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까지. 거기다 교육여건과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한마디로 살기가 좋다. 판교는 강남 대체 도시 아니냐.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강남 라인 분당- 판교- 용인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 쪽에 관심 갖는 사람들 역시 강남 아줌마들이다. 교통이 좋지 않은 강북은 절대 집 값이 오르지 않는다. 거기다 중대형 평형을 사면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비싸지만 값이 많이 오르는 삼성전자 주식이 인기 있는 이치와 같다."

- 그렇다면 강남이 오르는 이유는.
"강남 역시 넓은 차선 도로가 곳곳에 뻗어 있다. 도시계획이 훌륭하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정부가 2.17대책을 발표했는데 골자는 판교에 혐오시설을 넣고, 강남에 개발이익환수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으로는 강남을 규제하기 어렵다.

강남에서는 이 대책이 나온 거 보고 더 이상 대책이 나올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거다. 그리고 분당이 뛰면 강남이 뛴다. 그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건설업자들과 건교부다. 강남의 아파트들이 아주 좋을 것 같지만 20년 넘은 아파트들이 많다. 정확히 말해 강남은 지금 집 값이 아니라 땅 값이 뛰고 있다. 그걸 모르는 게 청와대다."

- 중대형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2000년도 이후 매년 50만호씩 공급했다. 노태우 당시 200만호 보다 50만 가구가 더 분양됐다. 그 결과 분양가는 2배로 뛰었다. 전국에 땅 값은 500조원이 뛰었고, 집 값도 250조원이 올랐다. 공급을 늘리면 뭐 하나. 애초 판교도 강남 집 값을 잡겠다고 만든 것이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국세청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고, 세무조사 등 일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세청이 완장 차고 나서는 게 아니라 5년간 아파트 분양을 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 건설사들 세무조사 하는 일이다. 시티파크를 비롯해 재건축 비리 현장에 건교부와 국세청이 완장차고 나가서 한 일은 오히려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다 도망가게 도와준 일 밖에 없다."

- 판교와 비슷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판교에 2만구 분양과 함께 임대주택 6000가구 건설 계획을 세웠다. 2만구 분양을 한다고 주변 아파트 값이 34조원(판교 주변 5개 지역 11조, 강남 23조)이 올랐다. 첫 삽도 뜨기 전에 말이다. 판교 같은 신도시가 또 생기면 어떻게 되겠냐. 투기꾼들은 주변 중대형만 찾아서 거기만 공략할 것이다. 왜냐, 투기로 돈 번 사람들은 다시 거기에 투자를 하게 돼 있다. 거기다 지금 신도시를 계획하면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참여정부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과연 신도시 건설이 가능할까?"

"판교 개발 중단해야 한다"

▲ "판교 개발 중단해야 한다"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경실련은 판교 공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판교 280만평 가운데 30만평은 상업용,업무용 토지다. 매각할 땅이다. 그리고 30만~40만평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나머지 200만평은 녹지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도시에 임대 주택을 만들라는 것이다. 중대형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정부가 약속하지 않았나. 2003년말까지 전체주택 1236만호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30만호로 2.4%에 불과하다.

공공보유 비율을 20~30%만 늘려도 집 값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택지조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판교를 평균 80만원에 수용해 평당 원가를 400만원으로 잡았다.

6월 14일부터 20일까지 30만~40만평 아파트 부지를 건설업자들에게 25.7평 이하는 평당 1000만원에 팔고, 채권입찰 방식으로 중대형은 1500만원 대에 팔 계획이라고 공고까지 냈다. 이 계획 중단해야 한다. 주택공사가 땅 장사 해서 2배가 넘게 남기는 게 집 값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공공임대주택을 그 처럼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재원 마련를 비롯해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공공임대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팔아먹기 위해서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살기위해서 짓기 때문에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있다. 주택이 재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국민연금 등 기금을 쓰면 된다. 공공주택에 국민연금 투입하는 거 국민들이 지지해 줄거다."

-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번이나 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 뿐이었다. 국민들이 기억할 만한 정책이 없다. 그게 문제다."

-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집 값을 잡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출범 초기 후분양을 언급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분양제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대통령이 뭔가 생각이 있나보다'라고 판단했다. 후분양제 이야기가 나오고 1년 동안 이를 비판하는 온갖 목소리가 난무했다. 그리고 2004년 2월 국무회의에서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는데, 내용이 기가 막혔다.

보고서의 핵심은 200만 가구 건설 계획 가운데 공공 1000가구를 시범적으로 후분양하겠다는 것이다. 200만가구 가운데 1000가구 후분양? 이건 후분양 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그런데 아무도 이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 이게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상이다. 그래서 2004년 2월부터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집 값을 잡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주택청을 신설해,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민간은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공공보유주택 비율을 20%로 끌어올려야 한다. 건설마피아들과 전쟁을 선언하고 관료들을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들도 모두 바꿔야 한다. 뇌물 받고, 집 값 올린 주범들이 있는 곳에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집 값 안정 민생경제의 1번이다.

그리고 주택청을 복지부 산하로 옮겨야 한다. 건설부가 주택을 잡고 있어서는 절대 변할 수 없다. 탄핵 때와 같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 85% 국민이 지지를 해줄 것이다. 우선 45% 집 없는 사람들이 지지할 것이고, 집 값 한푼 오르지 않는 25% 지방 거주민들이 지지할 것이고, 서울과 수도권에 살면서 집 값이 제자리인 서민 15%가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시간이 없다. 판교개발 중단이 급선무다. 우선 13일 오전11시 30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시위를 할 계획이다."

김헌동은 누구?
"내가 사는 아파트 값 50% 내리는 게 목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경실련에서 '국책사업감시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후분양제가 어이 없이 좌절되는 것을 목격하고, 2004년 아파트 거품빼기운동에 돌입했고, 2005년에는 공공건설 감시에 나섰다.

19년 동안 대기업 건설업체에 근무했던 것이 지금 활동의 밑천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건설 매카니즘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하다. 아파트 건설과 공공건설 어디에 구멍이 존재하고, 비리가 파고 드는지 훤하다.

그는 96년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건설 제도와 정책을 바로 잡자"고 생각해 경실련 활동에 뛰어들었다.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친동생이기도 한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공공건설 20% 예산 절감 방안과 건설산업 개혁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제안하기도 했었다.

그는 지금 10억원으로 가격이 오른 잠실주공5단지에 살고 있다.

"9년 전 3억원에 구입한 아파트가 가만히 있는 데도 계속 오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값 50% 내리는 게 목표다."
2005-06-13 11:33
ⓒ 2005 Ohmy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삼성에 노조 만들어야 경제 민주화 온다

“삼성에 노조 만들어야 경제 민주화 온다”
삼성 무노조 경영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인터뷰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상복을 입고 모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사진/송은정 매일노동뉴스 기자
지난 4월 29일 서울 태릉 성심병원 영안실.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모친의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무노조 경영’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던 그는 지난 2월 22일 울산지법에서 ‘삼성그룹을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울산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그는 4월 28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은 평소 지병을 앓고 계셨다. 올해 76세인 노모께서 마지막 눈감는 모습을 그는 결국 보지 못한 것이다. 5일간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일시 석방된 그는 임종 당일날 버스마저 놓쳐 29일 아침에야 빈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어머니가 평소 신장이 안 좋으셨습니다. 4, 5년간 혈액투석을 받으셨는데. 이번에 돌아가신 계기도 병원에 가시다가 넘어지신 거랍니다. 머리에서 피가 나실 정도였다는데, 병원에선 연세도 많고 살 가망도 적다 하더군요. 결국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27일 사고가 나 중환자실로 실려온 뒤 산소호흡기로 연장하시다 28일 새벽 임종하셨어요”

김 위원장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울산구치소에서 3월 28일부터 16일 동안 단식농성을 해서인지 무척 야윈 모습이었다.
“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니잖아요. 무슨 정권을 쓰러뜨리자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들자고 한 건데, 이런 일이 생기네요. 어머니 임종도 결국 지켜보지 못하는....”

김 위원장은 이천전기에서 일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는다. 1996년 그는 이 회사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불법단체 구성’과 ‘불법홍보물 배포’로 징계해고됐다. 이천전기는 김 위원장을 해고한 뒤 삼성계열사로 편입됐다. 1997년 삼성중공, 1998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서도 노조설립을 시도하다 쫓겨난 그는 2000년 1월 삼성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삼성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노조설립 시도가 있을 때마다 회사쪽 사람들은 이를 주도하는 노동자들을 미행, 감시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악용해 회사쪽에서 먼저 노조설립 신고서를 관청에 내는 식으로 노조 설립을 막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2001년 경북 삼성에스원, 서울 삼성캐피탈, 2003년 호텔신라 노조 설립 시도들이 무산됐다. 2002년 삼성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2003년 1월 마침내 해고자를 포함해 모든 삼성 계열사 노동자와 사내 하청업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초기업 단위노조인 ‘삼성일반노동조합’이 출범한다.

이천전기에서 해고된 뒤 10년 가까이 김 위원장은 삼성을 상대로 한 수많은 사건 속에서 싸워왔다. 삼성에스원, 호텔신라, 삼성SDI, 중앙일보 인쇄노조, 분당 삼성플라자, 삼성코닝과 같은 삼성계열사에서 노조를 건설하려는 싸움, 최근에는 삼성SDI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과 신세계 이마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노조설립 싸움에도 관여했다.

“군사독재시절도 아니고, 감옥에서 어머니 임종을 맞다니...”

10년 가까이 삼성과 싸워오는 동안 김 위원장이 가족들을 챙길 겨를은 거의 없었다.
“20년 전부터 저는 ‘좋은’ 자식이나 아비로서 노릇을 포기했습니다. 가족들을 호위호식 못 시켰죠. 명절날 부모님을 찾아뵈면, 제가 용돈을 드리기 전부터 어머니가 눈치를 먼저 보면서 ‘저녀석 세뱃돈이나 줘야 하는데’ 하셨어요. 올해 설날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뵜습니다. 그런데 차비가 없는 줄 알고 엄마가 저한테 ‘이거 복돈이다, 받아라’ 하시면서 5천 원을 주시더군요”

그가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부터 꿈이 안 좋더라구요. 책을 읽다가 슬픈 얘기가 나오면 왠지 서럽고 눈물이 고이고. 야 이거, 무슨 다른 일이 생겼나, 했어요. 그날 삼성 동지 한 명이 면회를 와서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하더군요. 그날 저녁부터 밥이 안 먹히더라구요.”
어머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 아들이 무엇을 상대로 왜 싸웠는지 모르셨다. 팔순이신 아버님 또한 아들이 왜 임종도 놓치고 늦게 왔는지 사연을 모르신 채 장례식장 한 켠을 지키고 계셨다. “어머니는 저한테 ‘처자식이 멀쩡히 있는데 나이 먹어서까지 아직도 데모질이냐’고 하셨어요. 그렇게만 알고 계셨죠. 그런데 제가 오랫동안 계속 하니까, 어머니도 ‘나름대로 무슨 이유가 있겠지’하셨습니다. 삼성과 싸운다는 건 부모님 두 분 다 모르셨어요. 어머니한테 이번 수감 사실도 알리지 않았어요. 제가 수감됐다는 걸 모르고 돌아가신 거죠. 아버님한테도 형님이 ‘성환인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다가 밤에야 온다’고 말씀드렸답니다”

“절대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삼성노조 설립에 몰두하던 김성환 위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시’를 당해왔다. ‘누군갗 김 위원장 휴대전화기를 몰래 복제해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죽은 사람 명의인 휴대전화로 ‘친구맺기’를 한 뒤 2003년 8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위치추적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방법으로 위치추적을 당한 삼성 전현직 노동자들과 함께 지난해 7월 여러 정황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을 고소했다. 7개월 동안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2월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오히려 삼성은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같은 홍보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삼성SDI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을 다시 고소했다. 김 위원장은 울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당했다. 집행유예 기간에 법정구속된 그는 2002년에 같은 혐의로 받은 징역 3년형을 더해 모두 3년 10개월 실형을 살아야할 처지가 됐다. 검찰이 위치추적 사건수사를 중단하고 삼성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판정을 내린 뒤 6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특별검사법 관철을 요구하며 16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수감자 가운데 몸에 문신이 있는 조폭 한 명이 있어요. 단식한 뒤 죽을 먹는데 그이가 ‘이거 드시고 형씨 밥먹으슈’하면서 뭘 주는 거예요. 보니까 우황청심환이예요. 그거 보고 반인륜죄가 아니라면 여기온 이들 누구나 다 ‘양심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벌이나 정치인들은 수천억 원씩 돈을 해먹는데, 여기 온 사람들은 음주운전이나 단순사기, 이런 걸로 들어 왔거든요. 이들은 스스로 죄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죄를 져도 풀려나는 사회지도층에 대해 욕을 해요. 사실 자기들도 돈 몇천만 원만 쓰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기 싫어서 안한다는 겁니다. 양심수란 게 따로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감옥 안이 오히려 이해관계가 없어요”

월간『말』은 지난 5월호에서 ‘삼성에스디아이 위치추적사건’ 수사기록을 분석했었다. 그 결과 삼성이 관련된 이 사건에서 검찰이 핵심 용의자나 결정적인 단서들을 적극 파헤치지 못하고 맥없이 수사를 중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말』5월호 표지사진 인물이었다. 담담하게 말을 잇던 그는 유일하게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 전에 단병호 의원실 김건태 보좌관이 다녀갔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말』지 5월호를 보여주면서 어머님 영정 앞에 올리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오늘 올라 오면서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거든요. 그런데 김건태 보좌관 말을 듣는 순간, 결국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양대노총, ‘삼성 전담기구’ 만들어달라”

김 위원장은 “어머니 임종은 볼 수 있을 거라 의심하지 않았는데, 임종을 못 본 게 평생 한으로 남을 거 같다”란 말을 되풀이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김 위원장 옆을 지켜주던 삼성에스디아 해고노동자 박경렬씨도 그런 ‘한’을 갖고 있었다. 박씨는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에서 노조설립에 관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1999년 말 6일 동안 박씨를 외지로 끌고 다니면서 ‘노조 포기각서’를 쓰라고 회유하고 압박했다. 각서를 써주고 풀려난 박씨는 2000년 2월부터 두 달 동안 말레시아에 파견을 가야 했다. 귀국한 뒤 다시 노조설립 문제로 회사와 맞선 박씨는 가방에 칼을 넣고 다니며 ‘자살’까지 불사했다. 박씨는 회사쪽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고 수원구치소에서 수감 중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남인 박씨도 지병을 앓아왔던 아버님 임종을 결국 지켜드리지 못했다.

장례식장엔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당한 피해자 가운데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회사에서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도 있었다. 강씨는 “회사에선 동료들이 나를 피하고 밥 먹으러 혼자 가고. 완전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는 건 아닌지...삼성에서 싸웠던 이들은 이런 ‘한’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회사들과 싸웠던 노동자들 사례를 보면 회사쪽의 집요한 회유와 압박을 이길 수 없어 결국 노조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쪽은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을 주면서 사태를 매듭짓곤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과 싸워본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면서 그는 노동계에 ‘삼성 전담기구’를 조직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일반노조는 돈만 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조’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도 곧 삼성한테 돈을 받고 그만 둔다’하고 의심해요. 실제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경험이나 투쟁경험이 없어서 돈을 받고 쉽게 깨집니다. 하지만 싸우다 포기한다고 그 사람을 쉽게 욕할 수 없어요. 현장에서 겪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압니다. 1, 2주일을 끌려다니며 ‘너 하나 죽여서 묻더라도 세상을 모른다’ ‘대한민국 헌법은 삼성 밑에 있다’ 이런 소리를 듣는데, 단 하루나 이틀이라도 이 엄청난 재벌과 싸운다는 것은 삼성 노동자한테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 고통을 당사자 처지에서 이해해줘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삼성 조직화를 결의했지만 실천은 안 됐어요. 양대노총에게 삼성 노동자 조직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삼성을 상대하는 전담기구없이 개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탄압을 이겨내며 삼성에 대응하기는 힘들어요”

그는 삼성 노동자 투쟁을 보도하는 언론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어느 한 노동자가 삼성과 싸운다고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보도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거대자본권력과 싸우는 노동자들의 숨소리와 삶을 그대로 전달해주셨으면 합니다. 삼성 족벌세습과 무노조 경영이 문제라면, 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겪는 생생한 활동과 아픔들을 언론에서 좀 더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써주셨으면 합니다. 삼성 노동자들은 그 고통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어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결을 못해서 진다”

그는 삼성 노동자들한테도 문제를 지적했다. 박경렬씨와 강재민씨와 술잔을 기울이던 그는 침울한 분위기를 걷어내려 노력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삼성 노동자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날카롭게 지적했다.

“복수노조를 악용하고, 미행과 감시, 휴대전화로 위치추적까지 하고,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문제는 이런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신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의 정보력은 막강하다, 삼성은 전지전능하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은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깨지 못하는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어요. 스스로 주눅들게 만들고 패배의식에 빠지고. 삼성에서 노조가 안되는 건 삼성무노조 경영이 워낙 세다는 점도 있지만, 큰 이유는 우리 노동자들이 단결을 못해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이 삼성한테 깨지는게 아니라, 단결을 못하기 때문에 지는 겁니다“

여기에다 그는 “국가권력 자체, 특히 사법부가 삼성의 노조탄압을 비호하고 있다는 졈도 지적했다. “눈앞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하는데 그 증거를 줘도 검찰은 삼성이라면 무혐의 처리를 합니다. 법원도 삼성을 옹호하고. 삼성구조본 법무실 변호사들 면모를 보면 대검,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로 화려하잖아요. 이종왕 법무실장은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고 구조본 부사장인 서 모 검사는 에버랜드 불법주식증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답니다. 수원지검 특수부 이모 검사는 삼성전자 사건관련 공판검사였는데, 재판이 진행중에 삼성구조본부로 그야말로 공직자 윤리의식도 없이 옮겨갔습니다. 제가 법정진술에서 출세욕에 사로잡힌 검사와 삼성이 야합했다고, ‘법경유착’이라고 비판했더니 재판관이 ‘허위사실 유포’라 하더군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의미

10년 동안 그는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싸워왔다. 그렇다면 그에게 ‘삼성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삼성 노조 건설은 그동안 삼성노동자들이 지녀온 숱한 패배의식을 다 날리는 일입니다. ‘삼성 정보력은 막강하다, 삼성에서 노조는 꿈도 못꾼다’는 패배의식 말입니다. 이건 어느 한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어 그곳 노동자들만 잘먹고 잘살자는 게 아닙니다. 삼성 노조건설 싸움에서 이긴다면 20만 삼성 노동자가 진정한 노동자로서 권리, 인간이기 위한 인권과 생명권을 주장하는 싸움들이 뒤이어 터져 나오게 됩니다. 정치민주화 뒤 사회경제적 평등을 뜻하는 경제민주화는 이제 노동자가 해야할 일입니다. 초일류 최첨단 기업인 삼성이 족벌세습과 무노조 경영과 같은 시대착오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걸 지지하는 정치권력과 언론, 사법권력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이에 맞서는 삼성노동자들과 양심있는 개혁세력이 다른 축에 있습니다. 삼성노조 건설투쟁은 이 두 세력 사이의 싸움이죠. 경제정의와 실질적 평등과 같이 가는 싸움입니다. 삼성에 노조를 건설한다는 건 이제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평등사회를 위한 시작을 의미합니다“

 

월간말 2005년 228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감시와 처벌, 삼성 무노조 경영의 뒷면

감시와 처벌, 삼성 무노조 경영의 뒷면
삼성 노조파괴 공작 실태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이건희 회장 고대 소동’이 있던 5월 2일 고대 인촌기념관 앞. 대학생들 틈에서 시위를 하던 삼성 해고노동자 김갑수씨는 이런 증세가 있다고 한다. “차를 타면 항상 뒤를 돌아보게 되거나, 집이나 자동차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김성환 위원장 모친상이 있던 태릉 성심병원. 삼성SDI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는 영안실을 나오자 먼저 주변 건물들부터 경계하는 눈으로 살폈다. “밖으로 나오면 일단 건물부터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혹시 저 안에서 누가 날 감시하고 있지는 않나,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김씨와 박씨는 모두 삼성에서 노조설립에 관여했던 이들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은 이 노동자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감시와 처벌’이 진행됐다. 무노조 경영을 관철시키기 위한 삼성의 비법은 이런 것이었다.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전담인원이 붙어 감시한다. 설립 신고를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납치와 감금, 회유와 협박으로 노조 포기를 강요한다. 해외파견을 보내거나 여차하면 해고해버린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이용해 회사가 먼저 노조설립신고서를 내기도 한다. 여기에는 국가권력이 삼성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도 짙다.

높은 연봉과 쾌적한 근무환경, 엘리트들만 모인 국내 최고의 기업. 이런 조건들이 삼성무노조 경영의 비결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을 만큼 그들의 권리가 완벽하게 지켜지느냐 하면 그것도아니다. 회사의 이익과 노동자들의 권리가 상충할 때 회사는 더 이상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럴 때 노조가 필요하지만 이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삼성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리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치밀하고 집요한 노조파괴 공작의 실태를 밝힌다.

 이태준 기자 ltj@digitalmal.com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99년. 삼성에스디아이 수원공장도 조용히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희망퇴직 권고, 각 공정을 사내협력업체 형태로 분사,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 연봉제 확대와 같은 작업이 진행됐다. 회사 정책을 바꾸는 과정이지만 사원들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 노조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노사협의회가 있지만 구조조정 방침을 승인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회사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며 김용구씨를 비롯해 이 회사 노동자 10여명은 99년 11월 말 노조를 만들자고 뜻을 모은다. 총무를 맡은 김씨는 12월 8일 민주노총 관계자와 만나 지원을 받으며 13일 최종 설립신고를 하기로 계획했다. 삼성 무노조 경영의 '진가'는 이때부터 발휘됐다. 노조설립신고를 사흘 앞둔 12월 9일부터 한 달동안 회사는 일정한 ‘공식’에 따라 이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을 ‘각개격파’해 나갔다.

#1. 납치-억류-노조포기각서-해외파견

노조설립 총무였던 김용구씨는 12월 9일 야근 뒤 집에서 쉬고 있었다. 곧 이 회사 조아무 과장과 김아무 과장이 김씨 집을 찾아왔다. 회사관리자들은 점심이나 먹자며 김씨를 불러내 차에 태웠다. 그때부터 이들은 김씨를 사흘간 안성, 제천, 온양 등지 호텔로 끌고 다니며 노조설립자 이름을 대고 노조포기각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술을 먹이며 달래기도 했다. 관리자들은 수시로 어딘가로 전화통화를 했다. 김씨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결국 12일 각서를 써주고 사흘간 억류에서 풀려났다.

회사는 다른 사업장 노조 설립 움직임과 김씨를 격리시키기 위해 김씨를 2000년 2월 14일 말레이시아와 2000년 9월 브라질로 출장을 보냈다. 귀국 뒤에도 김씨는 회사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햇다. 사적으로 동료들과 만나는 것도 감시받았고 민주노총같은 사이트 접속이나 메일교환도 제한받았다. 김씨는 “쉬는 날이나 전근근무일 때 관리자들이 ‘어딜 가느냐, 누굴 만나느냐’며 묻는다. 정말 철창없는 감옥같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2. 납치-감금-권고사직

노조설립에 동의한 장길준(가명)씨한테도 12월 9일 담당과장 최아무 과장과 주아무 과장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들도 저녁이나 먹자며 장씨를 차에 태우고 이천, 울진, 속초 콘도 등지로 끌고 다니며 노조포기 각서와 희망퇴직을 요구했다. 15일 이들은 장씨에게 “다른 동료들은 다 끝났으니 버티지 말라”고 압박했다. 결국 20일 장씨는 희망퇴직에 서명을 했다. 이들은 6천만원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줬고 장씨는 24일에야 수원에 돌아왔다.

#3. 일본억류-권고사직

고윤배(가명)씨와 최민호(가명)씨는 노조설립 모임 참가 뒤 12월 6일부터 일본에서 가 연수를 받았다. 11일 귀국 예정이던 이들에게 동행한 권아무 상무, 신아무 과장, 최씨와 동문인 이아무 과장이 “노조설립을 포기를 해야 귀국할 수 있다”며 협박과 회유를 했다. 여권은 신아무 과장이 보관했다. 회사 관리자들은 고씨와 최씨를 분리시키고 오사카 호텔 등지로 끌고 다니며 희망퇴직이나 해외사업장 파견을 강요했다. 결국 최씨는 18일 사직서를 쓰고 귀국했다. 고씨 또한 19일 최씨 소식을 듣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19일 사직서를 쓰고 귀국했다. 20일 신 과장이 최씨와 고씨에게 각각 8천만원을 희망퇴직금 주었다.

#4. 억류-해외파견-구속

박경렬씨에게는 12월 10일 오후 정아무 대리, 김아무 직속상사가 집에 찾아왔다. 이들도 같이 밥이나 먹자며 박씨를 차에 태우고, 천안,대전,가평,온양, 춘천 등지 호텔로 끌고 다니며 노조설립포기 각서를 강요했다. 박씨는 결국 노조포기각서를 써주고 16일 귀가했다. 회사는 2000년 2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박씨를 말레이시아로 파견했다.

노조설립 가담자 가운데 정태철(가명), 박길영(가명)씨는 중국으로 파견됐고, 임경석(가명)은 브라질로 파견됐다. 박씨는 9월 브라질로 파견된 김용구씨 귀국이 연기되자 이에 자살소동까지 벌이며 항의하던 중 경찰에 구속된다. 수감중 박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2002년 석방되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여전히 회사쪽 인사들이 자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보물을 배포하고 다니면 인사과 신 모 과장이 어떻게 알고 따라와 회수해갔다. 집과 식당 주변에도 회사쪽 감시원이 있는데 집 근처에서 나한테 걸린 적도 있다”

   
삼성에스디아 천안공장 해고노동자 김갑수씨가 고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삼성에스디아이 수원사업장은 99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사원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회사측 방침대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이 회사 노동자 10여명이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 노조 설립 신고를 불과 사흘 앞두고 노동자 1명당 회사 관리자들 3-4명이 따라붙어 일정한 ‘공식’에 따라 관리에 들어갔다. 감시-납치-억류-노조포기 회유와 협박-해외파견 또는 해고 수순이었다. 이 작업은 12월 9일부터 한 달 정도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99년부터 2000년에 걸친 이 회사의 치밀하고 집요한 ‘노조파괴’ 작업에 노동자들은 사직을 하거나 해외로 떠나야 했다. 노조 경험이 없는 삼성 노동자들은 조직되지 못한 반면, 회사측은 철저히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시도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이 회사 한 관계자는 “노조설립은 회사 경영방침과 어긋나므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전달한 것”이라며 “납치란 말은 어울리지 않다. 본인들이 원했으면 얼마든지 집에 갈 수 있었다. 돈도 당사자들이 요구해서 준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수원사업장만이 아니었다. 이 회사 울산 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으로 98년 9월 회사측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해 징계해고를 당한 송씨도 회사 관리자들에게 하루 동안 납치를 당했다. 관리자들은 송씨에게 해고투쟁을 하지 말라고 회유와 협박을 했다.

2000년 10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도 노사협의위원으로 활동하던 김갑수씨도 동료 4명과 노동조합 건설을 논의하던 중 10월 9일 납치-감금당하고 노조포기 각서와 해외파견 근무를 강요당했다. 김씨는 11월 16일 징계해고당했고 나머지 동료들도 사직하거나 해외로 발령받았다.

2001년 12월 23일에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홈페이지에 “저희 아버지께서 납치를 당하셨어요”란 글이 올라왔다. 22일 에스디아이 울산공장 노동자 최일영(가명)씨의 딸 최정란(가명)양이 올린 글이었다. 최일영씨는 회사쪽 구조조정 추진을 비난하고 노조를 건설하자는 유인물을 회사 안에 뿌렸다. 회사간부들은 그를 이틀 동안 밀양, 산청, 진해 등지 식당과 콘도로 끌고 다니며 ‘다신 이런 일 하지말라’는 각서를 요구했고 최씨는 각서를 써주고 풀려났다. 납치도중 최씨는 딸 최정란양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납치당한 사실을 알렸고 최양은 이 글을 민노총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김용구씨와 박경렬씨 사례에서 보듯, 회사는 노조설립 시도를 무너뜨리 뒤에도 한 번 ‘찍어놓은’ 이 노동자들을 계속 감시했다. 쉬는 날이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를 캐물었다. 그리고 2003년. 이들은 또 한 번 충격적인 일을 당한다. 수원사업장 김용구, 박경렬, 고윤배, 강재민, 울산사업장 송수근, 천안사업장 김갑수 등 삼성에스디아이 전 사업장에서 노조설립을 시도했던 이 노동자들 20여명을 2003년 8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누군가 휴대전화로 위치추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월간『말』5월호는 수원사업장 노동자들을 위치추적을 했던 범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서를 분석해 범인의 동선을 추적한 바 있다. 그 결과 범인은 수원시 정자동에 거주하며, 이 회사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수원 공장 주변을 한 번 거쳐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수원 주변에 사는 이 회사 비생산직 직원과 유사한 움직임이었다. 피해 노동자들이 이 회사 인사과 담당자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도 이런 범인의 동선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삼성이 범인이란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과연 우연일까.

   
“돈줄테니 노조 탈퇴해라”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는 회사가 돈으로 노조탈퇴를 회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수원공장 냉장기, 세탁기, 에어콘 이른바 ‘백색가전’ 부문을 광주공장과 해외공장으로 옮기고 이 곳에 첨단 정보기술 연구개발단지를 건설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2004년 3월엔 전자레인지 부문 해외이전, 5월에는 세탁기와 에어콘 노동자에게 광주공장 전직과 명퇴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이전 계획에 당장 일자리가 걸린 세탁기 부문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조를 만들고 설립신고를 냈다. 이러자 2004년 5월 23일 이 회사 인사부 임직원들이 노조설립 노동자 5명에게 각각 붙잡아놓고 노조포기를 설득했고, 노동자들은 간신히 빠져나왔다.『인천일보』는 이 사건을 5월 24일 가판에서 보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기사는 그날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돈을 줘서 노조 탈퇴와 사직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규태를 비롯한 이 회사 노동자 3명은 2004년 5월 25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수원시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그러자 성아무 차장과 인사부 김아무 보안과장을 비롯해 회사 관계자가 김씨를 회의실에 억류시키면서 노조신고서 취하와 사직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여기서 성아무 과장은 김씨가 응해주면 2,9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각서를 써줬다. 김씨는 결국 노조신고를 취소했다.

이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삼성전자 인사과 성아무 차장은 이 회사 노동자 홍두하씨가 2004년 8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그해 9월 9일 홍씨에게 노조 탈퇴 조건으로 1억 3,5OO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홍씨는 회사의 회유와 강압을 못이겨 결국 그날 금속노조을 탈퇴했다. 회사는 3개월에 걸쳐 홍씨 예금통장에 돈을 지급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삼전전자의 무노조 정책이라는 것이 회사의 막강한 자금력에 기반한 회유와 강압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노조설립? 회사가 5분 전에 먼저 신고”

복수노조 금지조항 조항을 활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삼성의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노동자들이 관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내기 전에 회사에서 먼저 ‘유령노조’를 만들어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무효로 만드는 방식이다.

2000년 5월 삼성 에스원 노동자 5명은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아 노조설립신고서를 서울 중구청에 제출하러 갔다. 그런데 이 회사 기술팀 과장이 20분 먼저 강남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에스원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는 무효가 됐다.

삼성코닝에서 분사된 ‘아텍엔지니어링’ 경우는 더욱 ‘아슬아슬’했다. 2001년 10월 이 회사 노동자들은 수원시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회사가 불과 5분 전에 먼저 노조설립신고서를 접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회사 노조설립도 무산됐다.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해당관청들이 삼성과 공모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떻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행정관청에 신고하면 회사가 5분먼저 노조 설립신고했다고 할 수 있나. 행정관청과 야합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는 단순한 노사갈등 문제가 아니라 돈과 권력으로 경찰, 행정관청과 결탁해 저지르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범죄행위다”

이같은 의혹은 “성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법부가 유일하게 삼성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정부 들어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한 검찰은 특히 삼성이 연루된 사건 앞에서는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소를 중지했다.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변호사)은 이에 대해 “수사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을 2003년 춘천지검은 중간용의자를 지목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여 범인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번 삼성관련 위치추적 사건에서 검찰은 정황상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 회사 인사과 직원들에 대해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강력한 추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국가권력이 지켜준다?

에스디아이 수원공장 노동자 강재민씨 관련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검찰이 보인 태도 역시 이런 의혹을 더한다. 강씨는 2004년 7월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에서 회사 임직원을 고소했다.  그해 8월에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회사관계자들은 그에게 고소취하와 노조탈퇴를 요구했지만 그 혼자 버텼다. 회사관계자는 작업시 강씨를 1미터 뒤에 서서 욕설과 함께 그를 집요하게 감시하는 '1미터 그림자 감시'를 했다. 강씨를 자기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로 2차례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문제는 검찰이 보인 태도다. 검찰은 지난 4월 8일 이 사건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애초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삼성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했는데, 검찰이 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공동대책위원회는 “수원지방노동사무소장이 지난해 12월 9일 ‘위치추적 고소인들의 노조탈퇴와 관련해, 삼성 관리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곧 수원지방노동사무소는 회사측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노동사무소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무혐의 의견을 냈다”며 설명했다.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한 노동사무소가 수원지검한테서 어떤 ‘수사지침’ 압력을 받고, 송치서를 ‘무혐의’로 고쳐 보낸 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 뿐 아니다. 법원 또한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 계산원 노조설립 문제에서 수원지방법원은 ‘무노조 경영’을 지키고 나섰다. 신세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씨가 회장 자리를 맡아오고 있다. 이 계열사 신세계이마트 수지점에서는 지난해 12월 계산원 노동자 22명이 임금현실화, 휴게시간과 생리휴가 보장들을 이유로 ‘신세계이마트 수지분회 노조’를 설립한 일이 일어났다.

회사 관리자들은 노조원들을 감금하거나 집요하게 회유하면서 탈퇴를 강요했다. 결국 18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법은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마저 무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마트는 경기일반노조가 회사 앞에서 벌이는 시위를 막기 신세계는 지난 1월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가처분 결정문 내용은 이러했다. △경기일반노조 관계자는 신세계이마트 백미터 안에서 유인물을 게시, 전파할 수 없다 △서명활동과 집회도 금지된다 △위반 시 1회당 50만원을 이마트에 지급해야한다.

특히 결정문은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 미행하고 있다”“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이마트가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하고 있다”는 자세한 표현까지 지정해 ‘이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금지시켰다. 이를 어길 경우도 1회당 50만원을 부과했다. 그 뒤 이마트는 ‘법 위에서 노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가 조합원 3명에게 내린 정직징게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5월 9일 지노위의 이런 결정에도 아랑곳않고 조합원 3명을 징계해고했다.

“시청에 삼성 인사팀 직원이 와있어요”

더욱 충격적인 점은 행정관청에 삼성 인사팀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신고를 내러 오는지를 감시했다는 사실이었다. ‘행정관청이 삼성과 결탁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백색가전 부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시도한 지난해 6월 21일 경기방송은 “1층에 (삼성) 인사팀 직원이 와있다”는 수원시청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취재를 담당한 경기방송 안영찬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원시청 청원경찰한테 물어보니 "시청 뒤 별관에서 인사팀 직원 2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말해주더라.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신고서를 가져오는지 감시하기 위해 인사팀 직원들이 시청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에는 이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수원시청 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수원시가 지역혁신기업인 삼성전자와 교환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2주일 동안 시청 공무원 6명과 삼성전자 2명이 교환 근무를 한 적은 있다. 삼성직원들은 시청 기획예산과, 지역경제과, 총무과 각 부서에서 하루씩 근무했다. 2004년에는 우리가 가기만 했지 삼성 직원이 온 적은 없다. 인사팀 직원이 상주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삼성이 급여를 주며 시청 공무원들을 준직원으로 만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올해도 사업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업무중복으로 기획 담당팀이 없어졌다”며 “2005년에는 해당사업이 없다”고 대답했다.

과거 삼성코닝 인사과에서 노무담당일을 했다는 김형극씨는 97년『어느 삼성노사관리자의 참회』란 책에서 ‘삼성의 노사관리 지침’을 이렇게 요약했다.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철저히 활용...유령노조의 완벽한 설립을 위해 시청 또는 군청에 매일 지킴이를 보내는 한편, 관계자에 대해 지속적인 준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준삼성직원으로 적극 협조얻는다...직원들에게 너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삼성에선 실질적인 노조를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점조직을 통해 노조설립 기도는 사전에 발각나고 말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심어준다...삼성에서 이렇게 잘해주지 않느냐 당근수법을 쓴다”

앞선 사례들은 실제로 이러한 노무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을 각개격파했다. 조직되지 못한 삼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회유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돈을 받는 식으로 물러났다. 노동계가 “삼성노조는 돈받고 끝내려고 노조를 조직한다”는 불신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은 가전부분을 정리하고 첨단 산업단지로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 일터를 잃게 될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는 식으로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저항할지 모른다. 이는 삼성 무노조 경영과 계속 부딪히게 될 것이다.

   
2005년 대한민국의 ‘팬옵티콘’

주목할 점은 삼성의 이 치밀한 노조파괴 전략이 낳은 효과다. "삼성은 막강한 정보력이 있다" "삼성은 국가권력 위에 있다" "감성 밑에서 노조는 꿈도 못꾼다"하는 생각이 삼성 노동자들 의식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18세기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팬옵티콘’(Panonticon : ‘다 본다’는 뜻)이란 원형감옥을 제안했다. 원형기둥 모양으로 생긴 이 건물 각층에는 죄수방이 있고 건물 안 중심에는 각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감시탑이 서있다. 감시탑은 어둡게 하고 죄수방들은 모두 환하게 유지한다.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지만, 감시자는 중앙에서 모든 죄수를 둘러볼 수 있다. 죄수는 감시자가 늘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일거수 일투족을 스스로 통제하게 된다. 저항의식은 거세당하고 규율은 자연스레 몸에 밴다. 팬옵티곤의 진정한 효과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감시자의 눈’을 감시 대상자 내면에 만들어서 그 스스로 자기를 감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기 순이익 10조원, 반도체와 엘씨디 시장점유율 세계1위, 사회공헌활동 규모 국내1위.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의 이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노동자들에게 ‘감시와 처벌’을 내면화시켜 '무노조 신화'를 관철시켜가는 ‘팬옵티콘’의 형상이 숨어있다.

 

월간말 2005년 228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도피 생활 5년 8개월여만에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사진은 서울역 맞은 편의 옛 대우그룹 본사 건물.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분식회계 40조·사기대출 10조
‘빚더미 세계경영’책임 가려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불법·부실경영으로 국가경제에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끼친 이른바 ‘대우사태’의 장본인이다. 사법처리도 받기 전에 일고 있는 사면론과 재평가 움직임은 대우사태에 대한 그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김 전 회장이 돌아오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대우 부실경영의 실태 및 책임 △정·관계 로비 의혹 △국외도피 과정에의 정부개입 여부 △국내외 재산은닉 등 4대 핵심 의혹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 부실경영 실체=지난 4월29일 대법원은 대우의 분식회계, 사기대출,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기소된 임원 7명에게 23조원의 추징금과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 등을 보면 김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분식회계를 지시하며 주도적 구실을 했음을 보여주는 임원들의 진술과 재판부의 판시내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당시 대우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정부 관계자는 “대우사태는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모든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과는 반대로 쌍용차를 인수하고 고금리 자금을 끌어들여 수출 주도형 경영에 집착한 나머지 회생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는 얘기다. 1999년 당시 대우계열사 임원은 “대우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우사태’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짐을 떠넘기고 말았다. 대우의 부채 60여조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졌고 다른 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렀다.


정·관계 로비 없었나
영국 비밀계좌 자금중 43억달러 용처 감감

정·관계 로비 의혹=검찰은 지난 2001년 대우의 영국 비밀 금융조직인 비에프시(BFC)가 편법으로 끌어모은 200억달러 가운데 43억달러의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중 상당액이 국내외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지금까지 정치권에도 ‘김우중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분식회계와 국외 재산도피 혐의 등에 집중하느라 실제 조성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로비 의혹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검찰이 밝혀낸 부분은 당시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이재명 의원에게 각각 1억원과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뿐이었고,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로서는 김 전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가 13일 “뇌물 1~2건은 나오지 않을까”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이미 김 회장의 진술을 끌어낼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외도피 정부 개입했나
인터폴 수배자가 10여개나라 들락날락

국외도피 과정에 정부 개입?=김 전 회장이 5년8개월의 국외도피기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다. 베트남과 프랑스, 독일 등 최소 10개 나라를 수십차례 넘나든 것으로 전해지지만,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사람이 그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한때 ‘김우중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미국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 등의 요청에 의해 떠난 것”이라며 타의설을 주장한 적이 있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산은닉 없다는데…
부인 수천억 재산… 위장계역사 소문도

국내외 재산은닉?=측근들은 김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부인 정희자씨는 경주 힐튼호텔과 경기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재산들은 김 전 회장이 가족에게 적법하게 증여한 것으로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일단 가족 재산에 대해선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재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위장계열사도 여럿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비밀 금융계좌를 이용해 빼돌린 재산도 상당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이 다니던 하버드대에 기부한 300만달러도 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우와 관련해 민사상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40여건에, 청구액만 6천억원이 넘는다. 홍대선 석진환 기자 hongds@hani.co.kr


세계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
유럽·동남아 ‘안방 드나들듯’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인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고 출국한 뒤 그대로 잠적해버려 5년8개월 동안 해외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평소 지론처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트남 중국 타이 홍콩 등 세계 각국을 떠돌았다. 2002년 12월 한국 여권이 만료된 뒤에는 지난 87년 취득한 프랑스 여권을 이용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그는 2000년 1월 독일에 머물면서 장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는 등 주로 유럽에 머물렀으며, 같은해 4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을 7차례나 방문하는 등 동남아와 중국을 빈번히 오갔다. 이후 행적은 잘 파악되지 않지만 2002년 9월 독일에서 장 협착증 재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말 베트남 타이 이탈리아 등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정권교체기인 2002년말부터 2003년 초에 걸쳐 한차례 귀국을 시도했으나 에스케이사태가 터지자 포기했다.

사면 분위기 조성 판단한듯

그는 2002년 말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도올 김용옥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고, 2003년 1월에는 미국 〈포천〉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국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하노이 새도시 건설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등 베트남을 무대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4월 대우 전직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뒤 귀국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건강이 악화된 데다 대법원 판결도 끝나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최근 불법 정치자금 제공 경제인에 대한 사면 등으로 분위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공적자금 10조 날릴듯

대우 부실 30조 투입… 혈세로 메워야

옛 대우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대략 30조원에 이른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우채를 보유한 국내외 채권금융회사로부터 35조6천억원(장부가 기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데 12조7천억원을 투입했고, 대우채 때문에 22조9천억원의 손실을 본 금융회사에 예금보험공사가 증자·출연한 공적자금이 17조원이나 된다. 이 중 이미 회수됐거나 회수가 가능한 공적자금 규모는 20조원 정도에 그치고, 10조원 가량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정경제부와 자산관리공사 등이 집계한 대우 관련 공자금 회수 현황을 보면, 자산관리공사는 지난 4월말까지 4조8천억원을 회수했다. 이밖에 대우종합기계 지분 매각 대금 6700억원과 쌍용차 매각 대금 5천억원 등이 회수됐으며, 지엠대우와 대우상용차, 대우버스 등의 매각으로 1조7천억원을 거둬 대략 7조7천억원의 공자금이 회수됐다.

앞으로 회수가능한 부분은 대우조선과 건설, 인터내셔널, 정밀, 캐피탈, 일렉트로닉스 등의 회사에 대한 정부쪽의 보유지분이다. 이들 회사 중 상당 수는 부실자산을 배드컴퍼니로 떼어내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나, 매각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조2천~4조3천억원, 대우건설 2조~2조6천억원, 대우인터내셔널 1조1천~1조4천억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정부지분을 추정치대로 팔더라도 최대 회수액은 20조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 미회수액은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대우 부실은 국민 전체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 셈”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한겨레 2005. 6. 1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꿀꿀이죽' 먹인 어린이집

'꿀꿀이 죽' 먹인 어린이 집
먹다남은 음식모아 석달 전부터 급식…"아이들 피부질환까지"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
조선일보 입력 : 2005.06.10 22:51 17' / 수정 : 2005.06.11 09:11 42'

관련 검색어
어린이집 급식
서울에 있는 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죽을 끓여 어린 원생들에게 먹였다”며 집단 항의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청은 수유동 K어린이집이 3개월 전부터 야유회 때 먹다 남은 김밥 등과 돈가스, 떡으로 죽을 끓여 원생들의 아침 ‘영양죽’ 또는 점심으로 먹여왔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어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먹다 남은 음식으로 애들이 먹을 것을 만들 수가 있느냐”고 흥분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 어린이집은 80여명의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이 다니고 있다.


▲ 먹다 남은 음식으로 끓인 어린이 죽.(왼쪽) 죽에서 건져 올린 건더기.(오른쪽) /SBS-TV
학부모들은 “애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고, 피부질환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이 음식이 피부질환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오래된 음식을 먹이는 것을 본 어린이집 교사의 제보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며 “대개의 어린이집은 보건소나 어린이집연합회가 제공한 식단표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된 어린이집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냉장고에서는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다양한 재료로 영양죽을 끓여준 것일 뿐, 버려야 할 음식을 줬다는 것은 누명’이라며 학부모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K어린이집은 50명 이상의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 관할 지자체 위생과에 집단급식소 신고를 해야 하는 식품위생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구청 측은 밝혔다. 구청은 어린이집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고발할 계획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