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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종

"동순아~~ 동순아??"
아침부터 집나간 우리집 강아지 동순이를 찾고 있는 나...
대문만 열어 놓으면 사방팔방 돌아 다니다
이집 기웃, 저집 기웃..
마을의 모든 집을 돌고 나서야 집에 들어오는 동순이..
내가 부르는 소리에
어느새 방울소리 딸랑 거리며 나타난다..

오늘은 어디 있다가 왔는지
온 몸에 도깨비풀씨를 잔뜩 붙이고 등장하는 동순이..
한 100개쯤 붙어있는것 같다..

동순이란 이름은 출생지에서 따왔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있는 빵집에서 태어나서..
본은 홍성 홍가요, 이름은 동순이다. 홍, 동, 순..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동순이를 찾으며 "동순아~~"를 외치던 나..
그때 마을 부녀회장 아줌마랑 딱 마주쳤다.
하시는 말씀이..
"허허... 동순이가 누구이름인줄 알고 그렇게 부르고 다녀?"
하시는거..
"에??네?? 우리 강아지 이름인데..!@#$ 아시면서.... "
"동순이는 저집(집을 손으로 가리키며) 할머니 이름이여.." 하시는 거다..
"네??!!!!~~"

벌써 8개월 동안 난 동순이의 이름을 신나게 부르고 다녔고..
알사람은 이미 다 아는 이름인데..
순간 당황+ 당혹+충격+난처함 등등 오만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다가
잠시후 갑자기 터지려는 웃음 때문에 낼름 돌아서서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걸어왔다.

동순이와 동명의 할머니는..
귀가 잘 안들리신다. 큰 소리로 말해도 알아들을까 말까..
인상좋고, 인심좋고,  무엇보다 84세의 울동네 대표 꼬부랑 할머니.. 연령순위 2위..
난 수도없이 그 할머니 앞에서도 동순이의 이름을 불러댔고,
개를 싫어하시는 할머니라 동순이가 할머니네에서 말썽이라도 피우면
"너.. 동순이 혼나~~ 어쩌구 저쩌구.."기억도 안날만큼 이름을 불러댔는데..
그게 같은 이름이었다니..이를 우짤꼬..

그런데 할머니는 지난 8개월동안 단 한번도 이름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84세의 노인의 이름과 아직 1년도 안된 강아지의 이름이 같다.
잘 못듣는 노인이지만 그녀의 영혼이 너무도 맑아서 가끔 그것 때문에도
웃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식으로 할머니가 내게 웃음을 줄줄이야..

물론 괜시리 죄송한 마음도 있으나...
같은 이름을 지어서는 아니다..
그저 큰소리로 매일매일 그이름을 불렀던 것이 그냥 미안하고 죄송하다..^^
앞으론 할머니 앞에서는 절대 크게 동순이 이름 부르지 말자고 결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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