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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합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일'에 집중되어 블로그에 일 얘기만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정말로 말로써는 그것을 다 설명하지 못할만큼 역동적이고 신기하고 재미 있는 일 투성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반성'할 것 투성이이고...

 

  기초생활수급자의 통장정지가 웬말이냐, 국가폭력이다! 라는 글을 참세상에 썼고 그 글을 읽은 KBS기자가 취재를 하고 싶다면서 연락을 해왔다. 참세상이 그렇게 주류 언론은 아니라서 설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겠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류 언론이 전화를 해왔기에 나름 놀라기도 했다. 그 취재를 좀더 심도 있게 다루어 보고 싶다는 말을 했고, 적당한 케이스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사례를 준비 했는데...막상 전화를 한 기자가 말단 이라서 선배 기자가 취재를 하기로 해서 자기는 보류하게 됐다는 말을 하러 왔었다. 약 3주 전에...

 

  그리고 5월이 되었다. 뭐, 일반인들의 정서에 부각하는 '가정의 달'이라서 인지 각종 (주류)언론에서 취재를 하고자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온다. 찾아 오는것 까지는 좋은데 사례를 소개 하는건 전적으로 나와 대표의 몫이다. 이러저러한 사람(빈곤한 독거노인)을 취재하고 싶은데 소개좀 해달라, 고 하면서... 거기 까지는 다 좋다고 치자. 이 기자들이라는게 정말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고 공부도 안하고 무조건 취재의 목적을 위해서만 달려든다. 내가 또는 대표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줘가며 얘기를 하면, 중간에서 딱딱 자르기만 하고 얻고자 하는 목표에만 집중하는 그 태도를 보일때 나는 정말이지 화나고 짜증이 난다. 말하자면 나는 전체적인 입장에 처한 사람이라 직접적인 인터뷰 대상자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없다. 사실, 사랑방을 먼저 소개하고 조금이라도 사랑방의 재정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지만 무턱대고 CMS를 써달라고 할수도 없는 일이고...사랑방에 별로 돌아 오는(재정적으로)것도 없는데, 거기다 난 지금 눈코 뜰새도 없이 바쁜데 일일히 원하는 답을 해줘야 하나도 싶고....단답형(돈이냐, 사랑방 이미지냐)으로 다가가는 것도 좀 속보이는 일이고...난감하다. 그리고 사실은 엄청 피곤하다.

 

  한순간의 행사를 위해 취재를 해간다고 한들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고 굳이 내가 거기에 동조해봐야 내가 하는 말은 너희들이 원하는 말이 별로 없을텐데...그리고 난, 지금 매일 잠도 못자고 피곤에 쩔어서 정신적으로나 몸으로나 거의 쓰러질 지경인데 말야. '제발 돈 안쓰는 선거를 하자.'고 독촉하는 후보의 말을 이행하는 것도 힘들고 답답하고 속이 터져서 오직 '술'생각 밖에 나지 않는데..그래도 술은 먹지 않아야 체력으로나마 이 복잡하고 정신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데....좀 그만하면 안되겠니? 주류 언론들아...

 

  오늘은 참세상에 기사를 올린 사례자가 드디어 약 두달 동안 묶였던 통장이 풀렸다고 하면서 그동안 쓰지 못했던 돈을 한꺼번에 다 찾아서 사무실에 빚진 돈을 갚았다. 그리고는 자기 때문에 고생했는데 맛있는 것도 못사줘서 미안하다면서 갔는데, 한시간 정도 후에 다시 찾아 왔다. 마트 비닐봉투에는 각종 음식물을 담아 가지고서...

 

  사무실에는 술도 안되고, 담배도 안된다는 '금주금연'이라는 자그마한 푯말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활동시간 외에는 어떤 누가와도 술은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분이 간곡하게 요청을 한 것이다. 오늘만 봐달라고..그리고 고생했다고 하면서... 그 비닐 봉지에 들어 있는 음식물을 주섬주섬 꺼낸다.  마트에서 산 회하고, 토종닭 그리고 소주 등등을....이럴수가. 역시 사람의 인지상정이란 거스를 수 없는 이치 이구나. 감격스러웠다. 그 분은 특히 알콜과 담배 없이는 못사는 사람이라서 푼돈이라도 꾸우러 왔을때 돈이 있어도 없다고 시치미 떼고 안 빌려 줄때도 많았고, 심지어 짜증을 내기도 했었는데... 내가 그렇게 표현 했을때 얼마나 서운하고 마음이 괴로웠을까, 싶었다. 그래서 오늘 그 분이 사가지고 온 회와 소주를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서 마셨다.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분은 아니다, 자기도 미안했다. 허구헛날 돈이나 꾸러 사무실에 오는게 불편하고 미안했다. 동자동사랑방이 돈은 없는 곳이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맨날 돈 빌려달라는 말만 하러 찾아 온게 너무 염치가 없었다, 라고 하면서 오리혀 나한테 사과를 하는 것이다.  참...사람은 이렇게 약한 그리고 착한 존재 이구나. 그리고, 내가 너무 주제 넘는 대접을 받는구나...얼마나 오랜만에 '회'를 먹어 보는지, 기억도 없고 오늘따라 그 회가 그렇게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행복하고 미안했다. 그 아저씨에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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