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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혁신과 모빌리티 - 일상, 기업, 정부 영역에서 확산되는 새로운 혁신의 디지털 문화
이광석
종이 문서의 발달은 관료주의의 직접적 산물이다. 서구 유럽의 17, 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는 정부의 공문서에 서명을 첨부하면서 그 권위를 보증받기 시작했다. 권위의 진정성을 표시하는 방식은, 무명으로 만든 종이 바탕에 심볼을 각인하여 만든 고유의 형식지, 봉인, 그리고 서명을 통해서였다. 무명지에 각인된 심볼과 타이틀은 소속 기관의 권위를, 서명은 그 권위의 출처를, 봉인은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하는 표식이 되었다.
형식화된 공문서를 통한 국가 관료제의 확대는 시장의 기업 조직에도 참고 사항이 되어 영향을 미쳤다. 식민주의와 전 세계적 상권의 형성과 자본의 글로벌한 이동으로 말미암아 문서혁신은 점차 기업에 주도권을 넘기게 된다. 즉 기업 조직의 거대화와 글로벌화로 인한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관건이 되면서, 그리고, 80년대 극소전자통신혁명으로 말미암아, 기업들은 인트라넷 등 원격 네트워크를 통한 문서 결제 시스템의 도입을 이미 폭넓게 추진했다. 크게 보면, 근대 이래로 효과적 업무 처리를 위해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문서 형식은 그야말로 폭넓게 적용되어왔고, 때론 필요 이상의 문서 형식들을 만들어내면서 과도한 관료주의의 폐해를 낳기도 했다.
한국의 상황을 보자면, 사실상 현대적 의미의 문서혁신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전자정부’(e-government) 프로젝트 덕택이다. 이는 김대중 전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정책 과제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 업무의 관료적 효율성 재정비, 대민 서비스 강화, 종이문서 낭비와 비용 절감 등의 효과 때문에 시작된 논의가 문서혁신이었다. 최근의 문서혁신 논의는 이를 한 단계 업그레드하여 진전되고 있다. 즉 종이문서의 감축(페이퍼리스 환경 구축)을 통해 그린 IT 환경을 구현하자는 맥락을 넘어서서 모바일 업무 환경을 구축하여 생활의 전면적 변화를 도모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혁신의 영역은 크게 보면, 우선 정부 영역과 몇몇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일상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의 문서혁신 문화
일상을 영위하는 오늘날 현대인들을 보자. 특히 젊은 세대들의 디지털 문화를 들여다 보자. 전자 문서를 읽고 수업에 임하거나, 과제 제출을 프린팅하는 대신 파일로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데 대단히 익숙하다. 필서하기 보다는 교수 강의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내용을 보면서 강의 노트를 만든다. 필자의 경우도 어지간한 학술 논문, 보고서, 뉴스 기사를 전자문서 읽기 형식으로 저장해, 노트북의 키워드 찾기 기능으로 중요한 관련 문서들을 원하는 부분은 뽑아서 읽고 참고하는데 대단히 익숙해져 있다. 예를 들어, 포탈이나 블로그를 통해 중요하다고 보는 기사 콘텐츠는 그 자리에서 전자문서 형식으로 저장하거나, 오픈 색인 프로그램을 통해 아카이브(archive)화 작업을 수행한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넷북, 아마존의 이북리더기인 킨들의 대중화는 결국 현대인들에게 종이책을 찾아 읽는 행위보다도 모니터를 통해 문서들을 대하는 시간을 더욱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달리보면 이는 현대인들이 책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과는 다른, 개인 이동형 매체에 저장된 수많은 전자 문서들을 빠른 시간내에 정확한 정보를 불러들여 참고하고 인용하는 새로운 지식이용 방식의 변화된 문화에 맞춰 문서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안과 효율에 방점 둔 기업의 문서혁신
현대 기업들로 가보자. 이들의 입장에서는 문서혁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개인의 차원과는 다른 목적들이 존재한다. 최근 위키피디아, 플릭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와 발전은 기업에도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서혁신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보/지식 공유와 협업 구도를 통한 기업 효율성의 원리를 강조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자율적인 방식으로 좀 더 개방된 환경하에서 기업내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축조해나가는 관계와 소통의 소셜 문화가 확산되면서, 문서혁신에서도 이를 응용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늘고 있다. 사기업들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협업과 공유의 원리를 극대화하면서도, 불순한 외부자의 침입을 미연에 막거나 내부인력 중에서도 고급 정보에 대한 정보접근 권한을 차등화하면서 문서혁신이 이뤄져야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지사나 오피스 등을 분산화하여 여러 곳에 소유한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분산된 정보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통합 서버의 기능이 점차 중요해진다. 중앙 서버의 관리 모드는 통제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얻을 수 있으나, 그 서버가 외부 침입에 의해 정보가 누출되거나 바이러스 등에 의해 오염될 경우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와 같은 위험성에 대한 사전 대비가 있다면, 통합 서버에 의한 문서 저장은 페이퍼리스 환경 구현은 물론이요 어디서든 가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업무 환경 (24시간 모바일 오피스)을 가능하게 한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문서 업무 프로세스를 가시화하여 여럿이서 서로 협업해 과제를 수행하거나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U-모빌리티에 기댄 문서혁신 환경은 문서 작성과 프로젝트 수행 시간을 단축하고 수행 능력을 배가하는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알 권리’ 신장을 위한 정부의 문서혁신
마지막으로, 정부의 문서혁신을 살펴보자.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유되는 축적 정보가 지식 자산이 되면서 이에 대한 보안과 관리가 점점 중요하겠지만, 정부 문서혁신의 관건은 오히려 축적 정보에 대한 개방과 접근의 평등성에 있다. 사기업과 달리 정부의 역할은, 대민 서비스와 알 권리 보장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항상 상위임을 유념해 둬야 한다. 그래서, 특수한 국가 기밀 문서의 경우에는 보안과 관리의 측면이 강조되겠지만 일반적으로 정부 문서 혁신의 방점은 U-모빌리티 환경내 비차별적 전자문서 접근 보장이 기본이 되어야할 것이다. 정부 정책 문서들 혹은 관련 대민 정보들에 대해서 다양한 고정형/이동형 전자 미디어들을 가지고 어디서든 접근이 가능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정부 문서혁신의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생활 반경 어디서든 접근도를 높이는 ‘U-모빌리티’ 가용 능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그러자면, 사기업의 지적 재산권 등을 통한 사내 중요 문서 보호와 달리, 정부 문서에 있어서는 시민의 자유로운 이용 권리와 관련한 공공 소유 권한을 분명히 정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정부 기관들의 국책 업무를 대행하면서 정부 문서를 관리하거나 새롭게 생성하는 유관 기관들이나 단체들과의 저작권 문제를 분명히 해서, 시민 공유 정보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이들에 일임하는 우를 범하거나 일반인들의 이용 접근에 불편함이 있어선 곤란하다. 특수하게는 문서관리의 통합 서버나 문서 데이터베이스 등에 대한 관리를 일부 외부업체에 위임하면서 시민들의 접근도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막아야한다. 예를 들어, 미 연방정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연방 문서 정보들을 혁신과 효율 관리란 명목하에 몇몇 지정된 사기업들에 관리 업무를 위임하면서,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해야할 공공 정보의 유료화를 부추키게 되고 결국엔 시민들의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문서혁신이란 화두는 정부 기관내 관료주의적 효율성의 개선이나 사기업 내부의 조직 혁신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국민이 맺는 문서 시스템의 혁신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시민들의 정부 문서 이용의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U-모빌리티 강화의 페이퍼리스 환경 추구, 통합 서버에 의한 공공 문서들의 체계적 관리, 문서 접근에 있어서 기술적 용이성과 개방성 등이 조화롭게 이뤄진다면,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원하는 정부 문서혁신의 방향이리라.
(지역정보화 20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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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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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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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문서 공개의 문제를 넘어서는 질적인 문제인데... 나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들이야 그렇다쳐도, 문서 공개를 넘어 정부가 국민과 어떻게 질적인 소통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야옹님이 제시하신 듯. 감사~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