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graffiti

머리가 아주 많이 아파서,

명랑한 노란티를 입었다.

운동화 뒷축이 닳은 걸 뒤늦게 깨닫고

젖은 양말 뒤꿈치만큼 맘이 축축해지긴 했지만,

밝은 빛깔의 티셔츠와 바지는 나 대신 웃고 있었다.

 

실은 비어져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담으면서

일이 되어버린 일을 하고 있으려니,

토하고 싶어진다.

 

그저 존재함이 역겨운 순간이 여러번 지나갔다.

 

앞에 앉은 관객은 채 다섯이 되지 못 하고,

뒤에 앉은 이들은 보나마나 열을 채우지 못 할 선선한 극장에서..

대니보이 선율에 마음을 까닥이고 있으니

그제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아트시네마는, 인사동 길로 걸어들어가니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고,

나는 테리 길리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웃었다.

사람들은 때로,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현실을 즐길 줄 알았다.

 



오늘부터 다시 카운트다운.

하루.. 이틀.. 사흘... 한 달.. 일 년... 십 년...

 

당신은 그렇게 영화를 버리지 못 했구나..

한 때는 그것에 많이 화가 났었다..

영화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얘기하곤 하던 것에 대한 마땅찮음.

인정하길, 바랬던 것 같다. 영화도,

나에 대해서도, 어떤 의미로건 인정해주기를.

그는 어쩌면 끊임없이 나를 인정해 주었건만,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건 나였던 것 같기도 하다.

 

목소리가 많이 낮아져간다..

잠기어간다...

 

누군가 나 대신 비애감을 느껴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