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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8

1.

서울에 올라온 후로 토요일 오전은 청소하는 날이다. 빨래, 설겆이, 방청소, 쓰레기통 치우기 등등.. 빨래 널고 앉으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적당하다. 좀 있다가 점심 차려 먹으면 되겠다. 근데 10분에 한 번씩 배가 아프다. 이런. 일어나자마자 만들어 먹은 딸기쉐이크가 또 속을 뒤집어놨나 보다.

 

2.

참 오랜만에 세 시간 짜리 회의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안 해도 될 소리는 왜 했는지. ㅡ.ㅡ 뭐, 사무실 사람들은 내가 소심하고 자신감 없어 하고 애가 좀 어리고, 그런 거 대충 다 아니까 별로 창피할 것 까지야 없지만, 회의는 최대한 냉정하고 건조하게, 라는 기조를 잡고 있었는데, 이게 뭐란 말이냐. 역시 말도 안 되는 기조를 잡았던 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노력은 해 보련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내 자신감 없음이 나는 물론이거니와 누군가들의 기운을 빼놓게 될까봐.. 여리여리하고 물렁물렁한 내가 쫌 많이 싫다.

 

3.

이음아트에 들러서 신간만 잠깐 둘러봤다. 천운영 소설이 있었는데, 긴축재정 중이라 사지는 못 했다. 하긴 아직 읽고 있는 소설도 여러 권이다. 계산대 앞에 보리랑 녹색평론에서 나온 책들이 있길래 제목을 훑다가 보라색 표지를 한 소설을 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라일락 와인>이었다. 음, 음. 이거 몇 년 전에 파일로 읽었던 모 선생님의 소설이랑 제목이 같네? 하고 책날개를 펴 보니 활짝 웃고 있는 선생님 얼굴이 콕 박혀 있다. 음. 아주 활짝은 아니었던가?

 

4.

나는 동숭동에서, 아빠는 개포동에서 각각 자취를 한다. 엄마의 명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생각은 하긴 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아빠랑 데이트를 해야 한다. 이런. ㅡ.ㅡ 하늘공원 같은데 나들이 한 번씩 가고 밥 한 끼 얻어먹고 때로는 아빠네 건넌방에서 하루 자고 오고 그래야 하는데, 많이 귀찮다. 머릿 속이 안 바쁘면 좀 나을 텐데, 여러 가지 나의 조건과 주변의 조건과 모든 것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라 어제 아빠 전화에도 간다 만다 제대로 답을 못 했다. 우욱. 아무튼 멀찌감치 떨어져 사는 게 장땡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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