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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austed

월요일, LT를 마치고 집에 와서 푹 뻗어버렸다.
그렇다고 해도, 엄마가 집을 비우신 사이 아버지 저녁상을 차려드리고 조금 같이 놀아주고 다녀온 짐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불 끄고 전기장판을 켜고 누워있는데, 돌아온 엄마가 뭐라뭐라 하는 잔소리, 가끔 아빠가 심심하다고 들여다보면서 거는 말들이 다 너무 신경을 건드린다.

뭐라도 볼까, 하고 다운받은 영화를 쳐다보고 있으니, 재능있고 신선한 '청춘'이라는 사람들의 마음씀씀이들이 또 괜히 부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해서 멍청하게 울컥 하기도 한다.

맞아, 사실은 뭔가 나 스스로 울고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면서
계속 보기 싫었던 본격 신파 드라마를 또 왕창 다운받아서 또 눈물을 흘려주고.

그러고 나니 안그래도 부어있는 몸이 더 뚱뚱 붓기나 하고, 안그래도 아픈 머리가 더 아프고, 안그래도 아픈 목과 막혀있는 코가 더 심해지기만 하고. 더 완전히 지쳐버리고...

미치도록 바쁜 활동 속에서도 계속 되는 고민들을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서로 쏟아내고 토론하기를 한참. 지난 하반기 부터 진행된 고민이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실제로 사업 평가와 계획을 계속 고쳐가는 최근 한동안은 정말 엄청 달렸던 것 같다. 특히 큰 그림 차원에서는 별다른 준비도 대책도 없이 진행된 LT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각각의 스탭들의 개인적인 고민과 절망까지 너무 흠뻑 공감을 해서일까, 특별히 나에게 커다란 상처나 짐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완전히 지치고 울고싶은 기분이 절로 드는지... 게다가, 며칠 전에 생리도 시작했고, 한달 후엔 해방을 맞이할 상황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 공간에서의 활동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주는 허무함이랄까 서글픔일 수도 있겠다. 정말 멀고 아득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이를테면, 내가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워크숍, 마지막 LT, 마지막 회의 등을 경유하고 있다. 다음 생리를 할 때는 나는 이미 여기 스탭이 아니다. 이런 감정일까?

여하튼, 그 안에 해야 할 일은 정말 크고 무겁고 많은데,
그걸 정말 다 할 수 있을지,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사실 자체도 막막하기도 하다.

더욱 더 속력을 붙여서 해나가도 모자랄 판에, 머릿속이 점점 하얘지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된걸까, 여유롭게 우아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안그래도 방전되어 하루 빨리 충전해야 할 밧데리를 열심히 흔들어서 조금이라도 더쓰고 있는 기분이랄까.


하고싶기도 하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하고

어쩌지도 못하고 가슴만 뻑뻑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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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온라인 공간에서 깊은 한숨...

연구보고서 작업 때문에 100인위 활동을 다시 추적하다가
한참 진보넷에 죽치고 있었다.
원래는 대충 흐름만 보려고 했는데, 보다보니 하나같이 쉽게 넘길 수 없는 글들.

처음엔 100인위의 전술적 판단에 대해 입장을 가지기 괴로웠던 심정, 공개 이후의 여파들, 소용돌이 치던 학교와 술집들, 비판이랍시고 자랑스럽게 던져지던 재수없는 입장들이 다시금 머릿 속으로 밀려들어왔고,
이미 많은 여성 (예비) 활동가들에게 상처를 준,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인간 하나 때문에, 다시 또 많은 여성활동가들이 모여서 에너지와 시간과 마음을 낭비했던, 피해자 대책위원회라는 (남들에게 말하면 쉽게 믿지도 못할 것 같은) 활동을 쓴 느낌으로 되새기게 되었는데,
조금 더 지나자 나의 그런 기억 쯤은 가볍게 넘겨버릴 수도 있을법 한, 거기 게시판에 남겨져 있는 많은 여성들의 마음들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진보 플라자에는 들어오고 싶지도 않다는 어떤 사람의 글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얼마나 큰 상처, 얼마나 무거운 어깨, 얼마나 쓰라린 배신과 패배감과 분노를 경험했을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한숨을 모니터 앞에서 쏟아냈을지, 내 안에서는 정말 선명하게 그려져서,
게다가, 그런 상황은 그 순간의 특수한 상황이 아님을, 언제든 계기가 있으면 재현되고, 나도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임을, 아직도 그대로임을 알기 때문에,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한숨, 머릿속 저 너머에서 나오는 눈물을 오랫만에 느꼈다.

특히, 노기연 김상복씨와 관련한 문제와 그에 대한 피해자의 논리정연하고 서슬 퍼런 입장글, 그에 대한 몇몇 여성활동가들의 지지와 탄식의 글, 그리고 100인위의 입장글은, 정말이지, 마음을 후벼파는 듯.
어딘들 없으랴, 운동판이면 더 노련하고 더 배신감이 느껴질 뿐. 지금 나의 공간은 어떠한가.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했다고, 자의적이고 충동적이라고 매도당하는 게 너무나 뻔하지 않을까?

나는, 학생운동 한답시고 (그 때나 지금이나) 엄청 바쁘게 돌아다니는 척이나 할 뿐, 페미니스트이고 여성운동 한다면서도 더 중요한 다른 활동 한답시고 주변만 서성되면서 어떠한 적극성도 보이지 못했을까.
왜 그 눈물과 한숨들 속에서 힘이 될 수 있는 글 한번 남기질 못했을까. 왜 100인위 활동으로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을 언니들에게 마음에서 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적어도 매일매일 출근하면서도 피해자들을 옹호하고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받아보겠다고 밤 새 면담 풀고 문서 쓰던 언니들이 한 숨 이라도 더 잘 수 있도록 일을 분담할 수는 없었을까.

한참 전에도 잠시 생각해 본 것이지만,
반성폭력 운동 뒤 남은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임파워먼트가 필요한데,
이 운동은 정말이지, 그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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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달까 한심하달까 하는 심정

얼마 전 누군가의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의 선택과 이후 활동을 평가하는 표현이었는데, 꽤나 적절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수년간 해온 활동을 평가하고 계획을 가져나가면서,
도대체 나는 왜 이딴 식으로 하고 있었을까?
왜 이런 것들을 진작 하지 못했을까?
등등의 생각이 계속 스친다.

토론 과정에서 핵심도 아니고, 굳이 그럴 것도 없는, 피해망상적 심정인 걸 알지만...

가슴이 아린 건 아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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