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파업을 죽이겠다?

현대차 파업을 죽이겠다(?) 구속 수감중인 박유기 전위원장의 글을 퍼올림.
철창안 넋두리 (10)  

"파업을 강행할 경우 범시민적인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대시민 거리홍보와 피켓시위, 시민 수만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질 수도 있다"

현대차지부의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동참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라는 조직에서 정면대응 하겠다는 내용을 지역의 모 신문이 사설로 설명한 대목이다.

그들은 "국가와 지역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무리한 파업에 대해서는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단다.

헌법에는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은 기업의 생산활동에 타격을 줌으로써, 기업주의 이윤창출 목적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보하는 합법적인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나서서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비난하고 짓뭉개겠다는 발상은 상식을 넘어 노동자의 헌법적인 권리마저 박탈하겠다는 도발인 것이다.
파업의 합법과 불법은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다...

2006년 현자노조가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했을 때도 '지역경제' '국가경제'를 내세우며 비난을 일삼았고, 몇몇 단체들은 현대자동차 정문에까지 와서 성명서를 읽고 언론, 방송기자들 앞에서 생쇼를 하고 간 걸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지금 상황은 '불법파업' '정치파업' '내부반대'까지 덧칠을 하면서 현자지부가 파업에 돌입하면 곧 죽일듯이 협박(?)을 해대고 있는 꼴이다.

노동조합 파업에 대해서 시민단체, 사회단체, 경제단체가 자기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들어서 자기입장을 성명서 형태로 발표한 적은 옛날에도 있었다.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노-사간의 충돌시 때로는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현재차 파업에 맞서고 있는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는 과거의 자기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나 거리 캠페인, 대규모 집회까지 동원해서 정면도발도 불사하겠다는 식이다.

이들이 왜 이럴까?
현대차 몇시간 파업했다고 울산사회, 국가경제가 뒤흔들리는가?
아니면 자기들이 소속된 단체나 회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가?

행복도시 울산을 만들자는 사람들이 그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나서는 파업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짓밟으면서 누구가 행복한 울산을 만들자는 것인가?
지역사회, 국가경제를 그렇게 걱정하시는 분들이 평소에 '발전'을 위해서 한 일이 뭐가 있는지?
유독 우리 파업에만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국가경영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정치집단을 보면 한나라당과 구, 열린우리당이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IMF체제로 몰아넣었고, 미국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만들었다. 그 결과 극소수의 부자들은 갈수록 떼돈을 벌게 되었고, 기업에서 정리해고(구조조정)되고, 비정규직, 실업자로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
농민, 어민, 도시빈민들의 삶은 시장개방, 대형마트 등으로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러한 극빈층들의 분노를 파업하는 노동자에게로 돌려놓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가? 우습게도 한나라당이 아닌가? 수구보수 세력들이 아닌가?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널려있는데 파업을 해? 배부른 짓거리 하고 있네"

라는 여론을 조장해서 어렵게 사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하여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인다.

『파업은 경제를 어렵게한다 → 파업은 잘못되었다 → 현대차 파업은 그냥 둬서는 안된다 → 파업을 이끄는 현대차노조는 잘못된 집단이다 →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핵심이고, 민주노동당이다 →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현대차노조는 나쁜 놈들이다 』

이렇게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다.
『 자동차산업 보호, 농업, 수산업 지키기, 사화적 양극화 저지 』라는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이 어찌하여 이토록 여론에서 왜곡될 수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울산에서 정치구조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대결구도가 명확하다.
이런 판에 민주노총, 현대차지부를 세트로 묶어서 매장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정적인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세력을 제압하는 가장 확실한 효과를 챙기게 된다.

시민-사회-경제 등 울산의 140여개 단체가 모였다는 그 조직이 현대차지부의 파업에 대해서 합법-불법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잘못된 짓'으로 매장하고 도발하는 행위는 결국 한나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더욱더 노골화 될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조합원과 함께 공유하고, 우리가 어떤 투쟁을 전개하더라도 1차적으로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 간부활동가들의 결의, 조합원들의 결의, 가족 나아가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치밀한 준비가 더욱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파업에 대해서 반대깃발과 피켓을 들고 울산시내 곳곳에서 심지어 현대차 각 정문에서 시위를 한다. 나아가 수만명을 동원해서 규탄대회를 하면서 한나라당 기조와 구호, 당원들이 이를 주도하면서 보수언론과 방송들이 덩달아 깨춤을 추게 될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현자지부만의 준비가 아니라 금속노조 울산지부, 민주노총 울산본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그리고 건전한 시민단체들이 모두 나서 전면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현대차지부의 패배는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패배로 나아가 민주노동당의 패배로 귀착된다는 위기감으로 단결해야 한다.

건강한 시민권력, 시민사회를 위해서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된 역량은 가장 든든한 힘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한나라당과 수구보수 세력들의 '무조건 파업죽이기' 책동에 맞서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한가하게 니탓, 내탓 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곳에 갇혀있는 처지에 당장 벌어지고 있는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투쟁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입 대는 것은 오줄없어 보인다. 그 부분은 일선에서 고생하는 동지들의 몫으로 인정하고 지켜보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단지 내가 걱정하는 것은 '행복...

범시민협의회'와 지역 언론들의 공세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걱정되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해 보는 것이다.

지난 연초 현대차노조 성과금 파업시 그들은 구체적으로 "10만명의 시민들을 태화강 고수부지에 모아서 규탄집회를 준비했고, 그중 5천명 정도를 현대차 정문에 보내겠다"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매운동'이라는 협박까지 동원가능한 저들의 공세임을 명심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배후의 한나라당의 의도까지......

박유기 (현대차노조 전 위원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