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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8호- 2004년 여성 10대뉴스

2004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성 10대 뉴스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는 2004년, 7호까지 발간된 ‘여성, 삶, 노동’ 소식지에 실린 57개 뉴스 중 기억해야 할 10개를 선택하는 설문을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진행하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주말까지 겹쳐 무척 짧은 기간이었지만 54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10대 뉴스 순위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설문 참여자들은 올 한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여러 문항으로 나눠져 소개되었음에도 성매매 여성인권과 성매매방지법에 관한 기사가 10대 뉴스 중 세 항목을 차지할 만큼 올해 여성뉴스 핵심 단어는 ‘성매매’였음을 보여줍니다.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소식지로 보는 2004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성 10대 뉴스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빈곤의 여성화’에 맞서는 투쟁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합니다. 2005년에는 더욱 알찬 소식과 내용으로 ‘여성, 삶, 노동’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밀양 성폭력 사건 (42명)

지난 12월 7일 울산남부경찰서에서 여중고생 3명을 유인해 1년여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마구 때리고 집단성폭행한 혐의로 경남 밀양 지역 남고생 41명을 붙잡아 수사 중인 것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당시 17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고 24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 사건은 공개되자마자 큰 충격을 던져주며 사건의 올바를 해결을 바라는 네트즌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 여중생 어머니가 1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기는커녕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히면서 더욱 충격을 주었다. 수사팀은 지난 3월 성폭력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폭력 사건의 신고 접수에서부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지켜야할 사항들이 크게 강화됐으나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1) 여경조사(입회) 신청 묵살 2) 여경조사제도 적극 활용 안 함 3) 진술녹화 (진술녹화는 원칙적으로 피해자들이 법정에 가서 또다시 수치심을 느끼며 같은 진술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도록 증거 확보차원에서 하는 것)무시 4) 가해자-피해자 대면금지 위배 (성폭행사건 수사에 있어 피해자를 가해자들과 대면시키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또다시 위협을 느껴야 했음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가해자 가족들과 마주쳐 "신고하고 잘사나 보자"는 등의 협박까지 받아야했다) 5)수사교육 소홀 6) 가해 가족의 협박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덮어버렸으며, 폭언까지 가한 것 등이다.
이에 따라 울산남부경찰서는 밀양 고교생의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 기존 4명의 강력계 수사팀 전원을 해체하고 여경을 포함한 6명의 새수사팀으로 보강, 편성했으며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했다. 울산지검은 16일 대검 지시에 따라 팀장(부장검사)과 피의자 조사를 담당할 검사 4명, 피해자 조사를 전담할 여검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밀양 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전담 특별수사팀(팀장 강태순 부장검사)을 구성했다. 밀양 성폭행 관련 1차로 구속된 피의자 3명에 대한 수사서류가 이날 경찰에서 검찰로 처음 송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내년 초 설치될 예정인 '울산지검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피해자 보호와 지원 방안을 적극 마련하기로 했다. 검찰의 특별수사팀이 이번 사건을 수사한 울산남부경찰서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청소년이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일부 과장돼 외부에 알려졌던 점을 감안해 수사 내용을 매일 공개하지 않고 기소 단계에서 일괄 발표하기로 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이날 징계위원회를 열어 밀양 성폭행피해 여중생과 함께 있던 자리에서 "밀양물 다 흐려놨구나"는 등의 불필요한 폭언을 한 김모 경장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이날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집단 성폭행 사건 조사에서 1)피해자 신원노출 등 피해사실 공개 2) 부적절한 조사 및 이로 인한 피해자의 심리적 모멸감과 불안감, 성적 수치심 조성 등 수사과정에서 나온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밀양 성폭력 사건이 전면 재수사되면서, 선정적 보도, 확인 취재 미흡, 피해자 인권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 등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이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언론에 ‘두목, 성기구, (실제 성)양…” 이란 단어들이 등장했다. <동아일보> 첫 보도를 내보낸 지 일주일만에 이뤄진 ‘확인취재’, <조선일보>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보도, <기독교방송>는 피해자 가족들과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피해 여학생의 거주지를 구까지 표기하고 성씨까지 노출시켰다. 언론은 ‘피해자 두 번 울린 경찰’ ‘성폭행 피해자 인권 어디 있나’ 등의 기사를 쏟아내며 연일 경찰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2. 법원 ‘아내 강제추행‘ 첫 유죄판결 (40명)

아내를 성폭행하고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한 남편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 부부 사이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부장판사)는 8월 20일 아내를 강제추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강제추행 치상 등)로 불구속 기소된 K(45)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부간 강제추행 인정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1970년에 부부 강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번 사안은 부부간 강제추행의 경우로 대법원 판결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고 대법 판례가 강제추행까지 부정하는 취지더라도 30년 넘게 경과한 현 시점에서는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의무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성적 결정권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성관계 요구에 응하지 않는 배우자에 대해 성관계를 강제할 수도 없다"며 판결 요지를 설명했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은 84년 결혼한 여성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한 첫 판결, 영국에서도 94년 부부 강간을 처음 인정했고, 독일에서도 97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법률상 아내가 강간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11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부강간죄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다.

3. 성매매방지법 9월 23일 시행 (36명)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운동은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감금된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2004년 3월 22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6개월 후인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되었다. 내년에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집창촌(이하 집결지)을 폐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예전 성매매 행위 처벌법이었던 윤락행위등방지법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윤락’ 용어를 ‘성매매’로 대체한 점, 이에 따라 업주와 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 성매매 여성 중 성매매 피해자 개념을 설정하여,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 선불금 등 성매매와 관련된 채무관계는 무효가 된 점이다. 무엇보다 9월 23일 이후 한달 동안의 집중단속이 이 법의 시행의 사회적 파급력을 높였다. 그러나 법의 제정과 시행 과정에서 성매매방지법의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선 이 법의 제정을 추진하였던 여성단체의 경우 성매매 여성을 사회적 피해자로 규정해 비범죄화하는 개정운동을 준비중이고,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은 집회와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법 집행이 음성적 성매매는 단속하지 못하면서 눈에 쉽게 드러나는 집결지만 집중 단속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한다는 법의 취지에도 무색할 만큼, 충분한 재정과 종합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3차 여성하청노동자 고공농성 진행 (25명)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을 1차 하청, 모비스 하청, 2,3차 하청 등으로 분류해 처우를 차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임단협의 경우 1) 정규직-격려금 100만원+100%, 연말성과금 200%, 추가 성과금 100만원 2) 1차 하청-격려금 50만원+100%, 연말성과금 200%, 추가 성과금 60만원 3) 모비스 하청 격려금 30만원+50~70%, 연말 성과금 50%, 추가 성과금 40만원 등이 지급됐지만 2, 3차 하청에는 한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는 6월24~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비조합원을 포함해 2천255명이 참가한 쟁의찬반투표에서 93.3%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였다. 노조는 일단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간부 50여명이 2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으며, 7월1일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참여를 유도했다. 때를 같이해 정규직노조도 25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투쟁국면에 들어갔다. 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부터 가동된 '원, 하청 공동투쟁위원회' 활동 등 정규직노조의 지원과 협조 속에 임단투를 진행했다. 비정규직노조는 현재 1) 정규직 통상급의 80% 2) 불법파견 정규직화 3) 노조인정 4) 2, 3차 비정규직 1차와 동일적용 5) 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교섭요청을 8차례나 거부함에 따라 노조는 24일 현재 간부를 중심으로 철야농성,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정규직노조도 지난 6월14일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활동지원을 결의한 바 있다. 17일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40여명이 회사본관 앞에서 40여명의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모여 투쟁승리를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1일 시도된 파업에는 1, 2, 3, 5공장에서 2∼30명의 하청노동자만이 참여하고, 도급업체가 곧바로 일용직 노동자를 투입하는 등 공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7월5일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1) 임금 9만5천원 인상 2) 성과급 200% 3) 하반기 생산목표 달성격려금 100% 4) 타결일시금 100만원 등에 최종 합의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처우개선의 핵심내용은 '정규직 임금 인상분의 80%(76,000원) 인상'. 더구나 이번 합의안은 2, 3차 하청업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지난해처럼 하청노동자 사이의 성과급 격차도 커질 우려가 있다. 노조는 애초 '정규직 통상임금의 80% 보장'을 요구해 왔으나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
그 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 3차 사내하청 동일대우’를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였다. 울산 현대자동차비정규노조는 지난 7월 16일 임원진이 굶은 채 일하는 '단식노동'을 벌인 끝에 2, 3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도 1) 임금 7만6천원 인상 2) 특별격려금 기본급 200% 3) 일시금 60만원 지급 등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단식노동 여파로 태형산업(2공장), 현대세신, 해성(3공장)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사측은 곧바로 협상에 나섰다. 이와 함께 사측이 파업참여를 저지하는 와중에 태형산업의 한 여성노동자가 단조 정문 앞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자 협상이 급진전, 이 같은 합의가 이루어졌다.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 3차 하청노동자들이 작업거부, 여성노동자들이 1시간 가량의 고공농성 진행. 이 파업으로 원청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3년 간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2, 3차 하청 임금인상액 동일적용과 성과급 200% 지급 등에 전격 합의할 수 있었다.

5.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 11월 1일부터 단식농성 시작 (23명)

지난 9월 23일 성매매 방지법 시행을 계기로 경찰의 집중단속이 진행되면서,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을 중심으로 단속에 항의하는 집회가 시작되었다. 지역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집회는 10월 7일 여의도에서 3000여명의 성매매여성들이 전국집중 집회를 하면서 확산되었다. 이들은 ‘전국 한터 여 종사자 연맹’을 결성하고, 11월 1일부터 국회 앞 여의도에서 단식농성을 시작, 이 농성은 현재까지 이어져 60일을 내다보고 있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성매매 특별법을 즉각 개정하여 주십시오. 2. 정부에서 약속한 유예기간을 보장하여 주실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3. 자율적인 여 종사자와 성 구매자에게 적용되는 모든 법 적용을 철폐하여 주십시오. 4. 폐쇄보다는 개방되어 있는 집장촌을 철저히 유지, 관리, 감독을 하여 주십시오. 5. 인권과 서로간의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저희에겐 인권 유린을 당하는 법이 되었습니다. 이를 시정하여 주십시오. 6. 음성적(티켓다방, 노래방, 휴게텔 등) 영업 형태와 오픈되어 있고 밀집되어 있는 저희 집장촌을 선별하여 법 적용을 세분화시켜 주십시오. 7. 우리 같은 자율적 종사자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하고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게 하여 주십시오.(11월 11일 여의도 집회, ‘우리들의 요구 사항’) 그리고 12월 6일부터는 여성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여성부가 있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소복시위’도 벌이고 있다.
한편 인천 숭의동과 부산 완월동의 성매매여성들의 경우, 10월 27일 여성단체와 함께 정부의 자활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11월 3일 여성부는 이 두 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우선 지정했다. 그러나 성매매도, 탈성매매도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한다는 두 지역 성매매여성들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이 양립할 수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다.
성매매방지법의 시행과 성매매여성들의 직접행동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격론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성매매여성들의 성노동자로서 인정과 요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논쟁에 실천적 입장을 고민하는데 있어, ‘빈곤의 여성화 현실, 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 긍정과 자기조직화 관점’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6. 간병인 유료소개소 실태조사 결과 (22명)

간병인 노동자들의 투쟁은 2003년 9월 1일, 서울대병원이 88년부터 운영했던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폐쇄하면서 시작되었다. 투쟁은 ‘중간착취 없이 일하고 싶다’란 소박한 요구에서 시작되었고, 8개월 동안의 기나긴 투쟁 끝에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투쟁은 간병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알리며, 서울대병원 간병인 노동조합 건설로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제자리 찾기 공대위’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대 22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38명의 간병인들을 직접 만나 간병인 유료소개소, 간병인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본래 이런 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전국적 차원에서 실시해야 할 사업이었다.
공대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5개 조사대상 업체 중 23개 소개소가 소개료 과다 징수, 연회비 강요, 불법근로자공급 등의 불법 행위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살인적인 노동시간(주6일, 하루24시간)에도 불구하고 일 8시간으로 환산하면 16,666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간병인들은 유료소개소의 중간착취와 더불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간병인들은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해,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7. 철도청, 2년 차 새마을호 계약직 여승무원 31명 집단해고 (19명)

철도청은 지난 3월 3일, 2003년 4월 20일 노조와 합의한 ‘새마을호 여승무원 정규직화’ 약속도 어긴 채, 2년 차 여승무원 31명에게 12월 31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해고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는 ‘새마을호 계약직 여승무원 정규직화 쟁취 및 철도 비정규직 철폐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1월 25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새마을호 여승무원 해고철회와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을 시작하였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아침 10시 30분에 다양한 연대단위의 힘으로 집회가 이어졌고, 매일 오후3시 여승무원과의 간담회, 밤늦은 시간부터 아침까지 열차 안에 스티커를 붙이는 선전전도 있어왔다. 이러한 투쟁의 결과 말바꾸기를 반복하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승무원 재계약은 절대 안 된다던 철도청은 전원 승무원 재계약을 합의했다. 또한 서울열차 소속 20명의 여승무원이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승리이다. 공동대책위는 이 투쟁이 정규직화 쟁취 투쟁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 투쟁을 기폭제로 철도 현장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촉발하고자 한다.
새마을 여승무원 정규직화 투쟁은 철도청의 비정규직 고용, 여성차별적 고용 현실을 알려냈다. 새마을호뿐만 아니라 고속철도 ‘여승무원’이란 직무는 그 자체가 비정규직임을 의미한다. (남)승무원은 정규직이다. 열차표를 판매하는 노동자들도 철도청에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이고, 직접 고용된 철도 비정규직만 해도 그 규모가 3000여명이다. 열차를 청소하는 아줌마들과 같이 간접고용된 노동자들까지 합하면, 철도현장의 비정규직 규모는 ‘조사’하기에도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2005월 1월 1일로 공사로 전환하면, 부족한 인력충원 5000여명을 외주, 용역을 통해 채용할 예정이어서, 공공기업으로서 철도청은 비정규직 고용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마을 여승무원 정규직화 시한을 담은 노동조합 공문에 철도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연말과 새해에도 매주 화요일, 금요일 아침에는 고속철도 대합실에서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철도 현장의 ‘여성차별 반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동지들의 연대투쟁이 더욱더 절실할 때이다.

8.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44일간의 장기 파업 (18명)

지난 6월 10일 보건의료노조가 주5일제 쟁취, 비정규직 정규직화,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뒤 산별교섭이 타결되면서 6월23일 파업을 끝냈지만 서울대병원노조는 무려 44일간 파업투쟁을 지속했다. 서울대병원노조 쪽은 타결된 산별협약 외에 1) 정규직 차별 없는 휴가 보전수당(인원충원 포함) 2)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 의료 공공성 확보(단기병상제 폐지, 병실료 인하, TV 무료시청) 등 지부안의 수용을 병원 쪽에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산별협약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합의안은 없다며 대립해왔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7월22일 병원 쪽이 제시한 15억 원의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철회, 올해 안에 2인 병실료 인하, 주5일제 대비 인력 210명 충원, 일부 부서 직원의 단계적 정규직화, 2006년 6월부터 병실 텔레비전 시청 무료화 등을 뼈대로 한 최종안에 파업 참가 조합원의 74%가 찬성해 7월 25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44일만에 파업을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이었던 신입 직원의 생리휴가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문제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합의안 10조 2항을 계기로 발생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올해 투쟁과정을 살펴보면, 3월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산별교섭과 산별투쟁, 5월 25일 쟁의조정신청, 6월 10일 산별 총파업 돌입, 23일 산별교섭 잠정합의에 이은 지부교섭 전환, 7월 27-29일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78.6%라는 찬성으로 산별교섭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서울대병원노조를 비롯해 경북대병원노조 등이 산별체결안 10조 2항이 지부투쟁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대병원 지부는 13일간의 산별총파업과 30여 일간의 지부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7월 27일부터 3일간 보건의료노조 조건부 탈퇴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여 89.9%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그리고 8월 28일에는 금속노조, 과학기술노조 등 (소)산별과 비정규노조들로 구성된 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를 초청해 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는 집행위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조직적 결정에 대해 문제제기의 방법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서울대병원지부 징계를 결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산별조합원 전체의 찬반투표로 가결된 합의안을 공개 거부한 서울대병원 지부의 결정은 잘못”이라며 “탈퇴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김애란 지부장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산별협약 10장 협약의 효력>
1) 산별교섭 합의 내용을 이유로 기존 지부 단체협약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
2) 단, 제9장(임금), 제3장(노동시간단축), 제1조(근로시간단축), 제5조(연, 월차 휴가 및 연차수당) 제6조(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협약 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10장 2조는 노동자들간의 임금격차와 근로조건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 둘째, 10장 2조는 단위노조 또는 지부투쟁을 제약한다. 잠정합의안이 체결되고 나서 서울대병원노조의 요구에 대해 서울대병원 사측은 10장 2조를 이유로 일체의 교섭을 거부하며, ‘지부에서 진행하는 파업이 불법이고, 본조 간부와 지부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10장 2조는 단위노조의 자율성과 현장성을 침해하고, 산업별합의주의의 단초로 기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건의료노조 본조는 이번 서울대병원지부 파업에 대하여 산별노조에서 맺은 산별협약 잠정합의안과 이견이 있는 쟁의 행위에 관하여 ‘이중쟁의행위 금지’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윤영규)는 지난 11월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상반기 임단협과 관련해 '산별교섭, 합의안을 산별노조운동의 모범적 선례'로, '산별총파업은 직권중재를 무력화한 위력적 투쟁'으로 각각 평가했다. 산별협약 10장2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하자는 수정안이 제출됐으나 과반수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한편 지난 9일 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산별협약 10장2조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내년에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수정안이 상정됐지만 참석 대의원 25% 찬성에 머물러 부결됐다.

9.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의 피해에 국가가 책임이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 (17명)

이 기사와 함께 지난 5월 성남 제2집결지에서 탈출한 성매매 피해여성 7명이 직접 업주와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 기사도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이는 둘 다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의 법적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송을 제기한 것. 집결지에서 도망 나온 7명의 피해여성은 업주뿐 아니라 성매매 단속과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H 섬’에 팔려간 후 성매매를 강요당한 세 명의 피해여성은 비리공무원들에게 감독의 책임을 묻고 집단고소를 진행 중이며, 국가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의 피해에 국가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은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로 숨진 여성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업주 이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이씨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자료 지급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었다.

10. 전교조 여성위원회, 생리로 인한 결석 제도화 제기 (15명)

지난 4월, 전교조가 전국 초, 중, 고교 여학생 12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12.1%, 중학생은 27%, 고등학생은 47.8%가 심하게 생리통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많은 여학생들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진통제를 복용하며 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초로 해 전교조는 함께하는시민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과 함께 여학생들이 생리 때문에 결석, 조퇴, 지각을 할 경우 생활기록부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병결’이 아닌 '공결'로 인정할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6월 ‘병결’지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의학에서도 생리통은 병(病)의 범주에 넣고 있는 데다 공결로 할 때 학생들의 성적처리 등에서 다른 병에 의한 결석처리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국의 경우, 유일하게 호주에서 생리통을 공결로 처리하고 있지만 호주의 학생수행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결로 처리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9월 초, 105명의 여학생들은 생리는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에 제소한 상태이다.
10월22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최순영 의원은 여학생들이 생리로 인한 결석을 ‘공결’로 인정할 것과 여학생들이 생리로 인해 겪고 있는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였다. 또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지 교육인적자원부에 질문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제안취지에 공감한다. 학교보건실의 환경을 개선하는 등 여학생이 생리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과 아울러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학생 성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 2005년에는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 시 성적인정, 점수 부여와 병결처리 등의 방안에 대해 시범학교를 운영해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는 예산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시범학교 운영 등에 소요되는 예산확보방안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생리로 인한 결석은 ‘병결’ 처리되어 개근상을 받을 수 없으며,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병결로 처리되어 직전 성적의 80%만 인정받고 있다(공결의 경우엔 100%인정). 체육 실기시험을 볼 경우, 생리를 하는 자체만으로 시험을 치룰 수 없음에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또한 진통제의 성분이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에 매우 유해한데, 여학생들이 주로 복용하고 있는 프로스타글란딘 억제제에 대해 미국 FDA는 독성 때문에 7일 이상 사용하지 말도록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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