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 박노자(2002.6)

 

"박노자의 북유럽탐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노르웨이에 머물고 있는 박노자의 눈을 통해 본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의 모습을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사민주의, 복지국가로서의 노르웨이의 모습이 꿈과 같이 그려진다. 부의 재분배를 통해 정치경제적, 성적, 문화적 평등을 실현해가고 있는 노르웨이인들의 모습... 그건 우리로서는 아직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에서 박노자는 노르웨이사회의 암울한 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제3세계에 원조라는 이름으로 코딱지만한 원조를 하며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구조적인 위계문제에 대해서는 안티를 걸지 않는 노르웨이사회의 모습. 반전과 비폭력을 외치면서도 대테러전이라는 미명하에 아프간전쟁에 군대를 파견하고, 독재국가인 아제르바이잔 유전에 투자하여 초과이윤을 착취하는 모습들...

이러한 이야기를 나열한 후 박노자는 도대체 "좌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그는 "기존현실과 질서에 대한 부정과 비판, 개선, 개혁, 혁명의지""현실 순응과 안주"라는 일견 모순적인 답을 내놓는다. 즉, 좌파란 존재하는 억압에 맞서 싸우는 이상주의자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들은 또한 체제내화라는 끊임없는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현실에 순응하고 안주해 버리는 순간 그들은 "좌파"라는 본래의 초발심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며, 역사상 좌파의 그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는 거다.

우리가 보는 북유럽의 모습은 경이로우며, 그들은 우리의 모델일지도 모른다. 또한,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우리를 버마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모델로 생각할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체제와 관념 때문에 불합리한 억압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항상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을 때만이, 남한사회이든 북유럽사회이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탄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