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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오랫만에 극장가서 본 영화였다. 지난 주에 너무나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나서 친구에게 푸념을 좀 했더니 친구가 "더위를 잊는 데에는 공포영화가 짱이지"라며 알포인트를 보러 가자 그랬던 거다. 근데 막상 오늘 날씨는 왜 이리 선선한지 공포영화를 봐야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예매를 했고 약속도 잡았는지라 그냥 봤다.-_-a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들었던 느낌은 한국의 오락용 공포영화치고는 잘 만들었다는거다. 공수창 감독의 전작이 미썸씽이어서 재미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건 그럭저럭 괜찮았다. 99년 여름에 한국에서 시도된 최초의 하드고어 스릴러라는 포스터만 보고 텔미썸씽을 봤었는데 그땐 실망을 이만저만 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라인은 일본스릴러를 어설프게 따라한 티가 팍팍나고 감독의 연출력이 문제인지 영화는 긴장감없이 한없이 늘어지고, 게다가 심은하는 역시 분위기잡는 역할은 안 어울렸다. 심은하가 분위기를 잡으려면 입을 열면 안된다는 선례를 남긴영화였다.(심은하가 출연한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미술관옆동물원과 8월의크리스마스를 꼽겠다. 다른 건 정말 아니다.)

암튼, 이번 영화는 배경이나 소품 등등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나서 볼만했고 일본공포영화에서 따온 거겠지만 귀신의 시선으로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시점샷도 좋았다.(소름이 돋더만=_=;;) 무리없는 오락영화를 만들려는 감독의 의도를 알겠기에 전쟁의 광기보다 초자연적인 힘에 영화의 무게가 실렸던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괜찮냐고 친구가 물어보면 그럭저럭 재밌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최태인 중위역을 맡았던 감우성의 연기도 꽤 괜찮았다. 오늘 영화가 시작하기 전 거미숲 예고편이 나왔는데 꼭 극장가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적이고 지적이면서 뭔가 상처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역에는 역시 감우성이 잘 어울린다.

근데 점점 우리나라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이 일본귀신을 닮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동북아 3국의 귀신을 비교해보면 중국귀신은 왠지 공포스러운 것보다는 코믹할 것 같고(강시?), 일본귀신이 제일 무서운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그 중간쯤??? 우리나라의 귀신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코지를 한 인간에게 복수를 하거나 자신의 원한을 풀어달라며 보통사람들에게 나타나 애원을 하는 수준이다. 애원하러 온 귀신을 보고 놀라서 사람이 죽는 걸 귀신보고 책임지랄 순 없다. 근데 일본의 귀신들은 어쩜 불특정다수를 타겟으로 삼고 사람들을 죽여대는지.. 이건 완전 도살 or 살육수준이다. 그리고 생긴 것하며... 난 작년여름에 링하고 주온을 본 다음날 아침에 머리감을 때 눈을 못 감았었다. 무서워서...-_-;;;

더운 날씨에는 역시 공포영화가 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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