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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출발하기까지

이번 여행은 확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오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했다. 늘상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나와는 가진 생각들이 너무나 달랐고 난 숨이 막혔다. 그 때부터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던 것 같은데, TV에서 우연히 버마의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인터넷을 통해 만원계라는 조그만 모임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시아에 있는 여러 활동가들에게 계원들이 월 1만원씩 송금하는 것이 주활동인만큼 특별히 직접적으로 뛰는 것도 아니고, 그리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가입을 한 때에는 우리가 지원하는 활동가 부찌(Bo Kyi)가 성공회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직후였다. 들은 바에 의하면 계원들은 그 일 때문에 실로 놀랄만한 열성으로 추가계비를 거두고 직장에 휴가까지 내어가며 부찌를 안내하는 일을 자원했다. 때문에 그 사업이 끝난 후 계원들은 진이 다 빠져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계원들의 관심과 열성을 다시 환기시킨다는 차원에서 계원들끼리 부찌가 활동하고 있는 메솟을 방문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번 추석을 D-Day로 잡았던 거다.

 

나로서는 해외여행의 경험이 전무해서인지 호기심이 일기도 했고, 내 첫 해외여행이 단순히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뭔가 의미있는 것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같이 가기로 했던 2명의 계원 중 휴가일정이 바뀐 1명이 먼저 메솟을 방문하게 되었고, 또 다른 한명은 사정상 휴가를 아예 못 가게 되어버려 나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나는 여름휴가를 추석연휴에 붙여 사용하게 해 달라고 팀장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놓은 상태여서 그냥 예정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버마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강렬한 활동에의 욕구마자 없던 내가 추석에 혼자 태국여행을 가게 된 전말이다. 가기 전 한참을 망설였다. 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하냐는 걱정에서부터, 돈도 없는데 내 인생에 무슨 해외여행이냐 그냥 편하게 집에서 쉬자는 현실과의 타협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가기 전 부찌에게 e-mail을 보냈는데, 그는 너무나도 간단히 “환영한다. 빨리 와라” 이랬다. -_-;; 그러니 더 아니갈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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