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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메솟으로

9월 24일 금요일 저녁 8시경 방콕 돈 므앙 공항에 내렸다.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입국심사도 일사천리로 끝나서 시간에 여유가 있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서 택시기사에게 "North Bus Terminal"이라고 했더니 못 알아 듣는다.(내 발음이 그렇게 후지나?-_-a) 태국말로 “콘 쏫 머칫 썽”하니 그제서야 “아~오케오케”한다.

 

택시를 타고 바라본 방콕의 거리풍경은 참 을씨년스럽다. 매연으로 그을린 서울의 청계천 일대를 보는 것 같다. 터미널 앞에서 U턴을 하다가 교통경찰에게 잡혔다. 기사가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20바트(600원)짜리 지폐를 슬며시 건넨다. 그걸로 끝이었다. 태국경찰의 부패가 심하다더니 책에만 있는 내용은 아닌갑다.

 

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유니폼을 입은 청년이 뭐라뭐라 한참을 떠는다. “Maesot, I wanna go to Maesot"이라고 하니 매표소로 데려다 준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표 파는 아주머니가 태국말로 묻는데, 난 그저 ”the last bus to maesot, tonight"만 말했다. 아주머니가 두 번 세 번 오늘밤 맞냐, 마지막 차 맞냐, 메솟가는 거 맞냐라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다. 그러더니 모니터 화면을 내게로 돌려서 가격과 시간을 확인하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맞다고 하자 표를 끊어주면서 승강장 번호까지 손수써서 저 뒤로 돌아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르쳐준다.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히 잘 대해주길래 “당신은 너무 친절하다. 너무 고맙다”라고 큰 소리를 지르니 아주머니가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태국을 가리켜 ‘미소의 나라’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버스 기다리는 데 여유가 있어 화장실에 갔는데 3바트(90원)을 내란다. 뭐 화장실 갈 때 돈 내는 거야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최소한의 비용이 드는 것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럼 그 돈마저 못 내는 노숙자들은 오줌도 싸지 말라는 것인지 갑갑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버스터미널이라는 공공장소지 않은가.

 

10시 30분에 메솟행 버스에 올랐다. VIP버스라는데 좌석도 넓고 등받이가 거의 180도 뒤로 제껴지는게 8시간의 버스여행이 그리 불편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덮고 잘 얇은 담요며 생수 한병, 빵 2개까지 제공된다. 훌륭하다.

 

태국의 고속도로는 말이 고속도로지 남한의 국도와 다를 바 없다. 도로가 도로변의 집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오토바이도 다니고 심지어 무단횡단도 가능하다. 가는 도중 3군데의 휴게소에서 쉬었는데 우리의 시골 버스터미널 같은 곳이다. 말도 안 통하고 뭘 먹을지도 모르겠고 답답했다. 내가 탄 심야의 버스는 근 5시간을 평지만 내달렸다. 5시간 동안의 평지라... 태국은 확실히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다.

 

새벽 5시 30분에 메솟에 도착했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을 일찍 도착한 것이어서 사방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대의 오토바이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같이 내린 승객들은 하나둘씩 마중나온 친지들 혹은 오토바이 택시기사들의 차에 실려 어디론가 흩어지는데 그 넓고 어두컴컴한 공터에 나 혼자만 남았다. 아니, 세상 모르게 퍼져 자는 삐쩍 마른 개 5마리와 손님을 싣지 못해 계속 기다리게 된 6명의 기사와 나 뿐이었다. 사방이 어두운 새벽 5시 반에 부찌에게 전화를 거는 건 예의가 아니라 싶어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시간이 왜 이리도 긴지 애꿋은 담배만 축냈다. 버마와 태국의 국경도시 메솟은 모든 것이 적막하고 평온해 보였다. 최소한 그때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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