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08. 씬시아 클리닉

메솟 외곽에 위치한 씬시아 클리닉을 방문했다. 이곳은 병이 있어도 불법이주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태국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로 의료지원을 하는 곳이다. 이병원의 원장인 씬시아 마웅은 버마의 소수민족인 카렌족 출신으로 간호사로 일하다 난민들의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진료가방을 메고 밀림을 헤치며 난민들을 도왔던 것이 씬시아 클리닉의 시작이었다.

 

이후 여러곳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상당히 큰 규모의 병원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문적인 의료진이나 의약품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씬시아 마웅 원장은 매우 바쁜 분인 걸 알고 있으니 그냥 병원만 둘러복 싶다고 말하고 그냥 병원구경만 했다.

 

끊임없이 유입되는 난민들로 인해 창궐한 말라리아, 버마 정부군이 매설한 지뢰로 인한 다리절단, 총상환자, 이주노동자들의 각종 산재로 인해 병원은 북새통이었다. 그나마 이주노동자 단속을 위해 태국경찰이 씬시아 클리닉 주변에 잠복하고 있어 이주노동자 환자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는데도 병원은 환자들이 많았다.(태국경찰은 버마이주노동자를 체포하면 최소한 200밧, 한화로 6000원 이상의 뇌물을 요구한다. 이는 몇일분의 일당을 합친 액수이다. 약자들의 등을 쳐먹는 악인은 어디에나 존재하나보다)

 

의수와 의족을 만드는 조그만 작업장도 둘러보았는데 한켠에 걸려있는 환자리스트를 보니 눈물이 울컥하고 치밀었다. 리스트에는 환자의 이름과 나이옆에 절단(지뢰), 절단(지뢰), 절단(총상)...이라고 나란히 씌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단어들은 그들이 겪은 고통과 충격에 비해 너무나도 담담히 나열되어 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