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랑잡담

분류없음 2016/10/03 03:56

 

올해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다. 티켓값이 비싸기도 하고 파트너랑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한 달 전에 파트너가 그룹티켓을 구했고 마침 블루제이스의 마지막 홈경기. 올해도 작년에 이어 곧잘하고 있는 블루제이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야석 200레벨 그룹 가격이 무려 $39. 볼티모어랑 겨루는 경기인데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크게 관심둔 적이 별로 없어서 시큰둥했었다. 올해 김현수 선수가 뛰는 바람에 혹-했지만 김현수는 뚱산 출신인 데다가 나의 취향이 아니므로 관심을 바로 거둬들였다. 꽃개는 외모지상주의자라 김현수 선수를 과감히 버린다. 휴지통으로 드래깅~~

 

 

야구장 가기로 한 날까지 파트너가 계속 아팠다. 그래도 야구장가면 튀김냄새나는 뭘 좀 먹고 맥주도 마시고 해야하는데 낫지를 않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계속 고민했다. 게다가 당일에 비가 내려서 잘됐어 어차피 아픈데 비까지 오니까 취소되겠구나, 했는데 이런이런 여기는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토론토. 서울이 아니란 말이야. 요즘엔 서울에도 고척돔구장이란 게 생겨서 날씨와 무관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전차를 타고 가면서 "아, 꽃개는 전차타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 너무 오랜만에 타서 떨려요" 라고 했더니 파트너께서 웃으신다. 다운타운에 나갈 일이 있어야지 원. 비가 내리는 어둑한 가을저녁의 도시 한가운데를 전차를 타고 가로지르는 기분... 꼬물꼬물하다.

 

야구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강렬한 마리화나 냄새와 바베규 냄새가 진동. 안그래도 아무 거나 먹을 수 없는 파트너께서 바베큐냄새 정말 쥑인다, 먹고싶다, 한두 마디 하실 때마다 안쓰럽고 걱정 + 미안하고 암튼 그렇다. 파트너가 아프다고 할 때, 그 때가 가장 속상하고 화도 나고 그렇다. 파트너도 아마 그렇겠지. 같은 마음이겠지. 나중에 다 나으시면 잡숫고 싶은 거 죄다 사드릴께요. 파트너는 꽃개에게 맥주와다른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시는데 꽃개가 아무리 염치없어도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그냥 5달러를 주고 곰돌이 젤리 한 봉지를 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작하기 전인가 나중엔가 기억이 가물가물. 지난 번에 양키스와 할 때 갔을 땐 내야 100레벨이었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가까이 보였다. 그런데 어째 이번에 간 그 좌석이 훨씬 낫다. 섹션 하나가 스카이박스처럼 단독으로 커버링되고 출입구도 하나로 제한된다. 백여 명 정도 단체로 그 섹션을 다 사면 아주 아주 훌륭한 스카이박스가 되겠구나 싶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혼자 터벅터벅 가는 일이 아니면 외야석에 앉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술먹고 난동부리거나 찝쩍거리는 한국형 남자사람들이 외야에 더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어릴 때 동대문야구장에 혼자 갔다가 홀짝홀짝 맥주마시는 꽃개를 무진장 괴롭히던 그런 한국형 남자사람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요즘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 없겠지 했는데 웬걸.

 

그린 잔디가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 마치 가득 한아름 안으면 내 품안에 꼭 안길 것 같은 그런 시야를 보여준다. 야구장에 다녀오면 눈이 좋아진다. 파트너에게 멀리 많이 오래 바라보세요. 눈이 좋아져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는 귀여운 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래도 전광판 사각지대에 있는 섹션이다보니 모니터를 통해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섹션마다 저런 모니터가 다 걸려있다. 김현수가 나왔을 때. 관중들은 김현수가 나올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아마도 전날 경기 9회에 투런홈런을 때린 선수가 김현수, 덕분에 블루제이스가 역전패를 당해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섹션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와 파트너는 괜시리 움찔. 타율과 타점 봐라. 훌륭하구나. 생긴 것과 달리 야구는 잘해.

 

경기는 4-0으로 패배. 관중들은 정말이지 무지막지하게 맥주를 먹는다. 길다란 캔 하나를 10달러 정도에 파는 것 같은데 그걸 세 개 네 개 쉬지 않고 들이켠다. 물탱큰 맥주탱큰줄 알았어. 그리고 매 회가 끝날 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물을 빼고 온다. 지난 번에 내야석에 앉았을 때엔 관중들이 다소 얌전하고 수더분한 편이었는데 어쩐지 외야석이라서 그런 건가. 마지막 홈경기라서 그런 건가. 서부 카우보이들이 단체로 온 것 같은 분위기에 경기가 잘 안풀려서 그런지 f--k 욕도 정말 많이 하더라. 꽃개는 재미나게 잘 보고 왔다.

 

블루제이스가 와일드카드를 받고 디비전에 오를 수 있느냐. 부디. 야구는 가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트윈스도 가을야구도 올해는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유광점퍼 준비하셨셔연? 

 

 

 

 

2016/10/03 03:56 2016/10/03 03:56
tags : ,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ys1917/trackback/1215

Write a comment

◀ PREV : [1] :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 [405]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