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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지 말자.

 

금요일 네시에 출발해서 일요일 여섯시까지 광주에 갔다 왔다.

히유... 집에서 양재동 톨게이트까지 꽤 걸리는 데다

연우가 한계에 이르기 전에 휴게소에 내려서 쉬고, 쉬고 하느라

갈 때는 다섯시간 올 때는 여섯시간이 걸렸다.

결국 연우가 찌!짜!를 찾아대서 두차례 먹이고

밤에는 젖이 별로 없어서 혼 났다.

 

뭘 까먹지 않으려고 하냐면...

연우가 얌전히, 잘 있을 때 다가가서 말 걸어주는 것과

힘든 것, 아픈 것, 즐거운 것, 화나는 것, 슬픈 것을

그러냐고 가감없이 받아주는것과

네가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니까

엄마, 아빠는 이러저러하게 느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자꾸 까먹는 이유는

사실 내가 이런 보살핌을 우리 부모로부터

받아본적이 없고 스스로에게도 인색하게 구니까

누군가 나한테 이렇게 해주면 얼마나, 어떻게 좋았는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몸에 착 배어 있지가 않은 것이다.

실은 감정을 그때 그때 솔직하게 나누는 것뿐인데...

 

올라오는 길에

안성 휴게소 지나고 찌찌 한번 먹이고

다시 카시트에 앉혀선

연우하고 나하고 각기

다른 쪽 창밖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연우는 좀 지친 듯 했다.

나는 그때 친정 엄마가 나한테 말하는 어떤 방식을

줄곧 내쪽에서 싫어하고 밀쳐내고 싶어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힘들다, 어쩐다 이런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 주질 않고

별소리 다한다,  다 그러고 산다 등등으로

묵살하는 방식이었고 그게  내쪽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못하도록 했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조용히 고속도로 변 풍경을 보고 있는 연우에게

말을 붙였다.

" 연우야, 차 오래 타고 힘들지. 어른도 싫은데

연우가 잘 와주니까 엄마는 너무 고맙다."

뭐, 이런 말이었는데

(사실 나중에 슈아가 한 말에 따르면,

그 말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바인데,

이런 말도 모종의 억압이 될 수 있겠다.

여기에 '힘들면 참지 말고 떼써도 돼'

이런 메세지가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연우가 머리를 내쪽으로 기대면서 씨익 웃는 것이다.

꼭 알아 들은 것 같이. 그리고

"엄마, 나 잘했지?" 이런 표정으로.

에구... 말 안 걸었으면 어쩔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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