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진 정리하다가

게으름으로 인해 2006년의 상반기 나의 모든 것이었던 '텃밭 농사'를 이제사 정리를 하게 되었다. 백수로 시작된 2006년 봄, 서툴지만 소꿉장난 같은 텃밭을 가꾸고 싶어 수소문하다가 참여연대 동구주민회에서 팔공산 자락에 텃밭 농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동구주민회에 있는 선배를 찾아갔다.

 

<주말농사 텃밭가꾸기> 새책도 들고와서 선배랑 함께 하기로 했다. 불로시장에서 상추씨, 쑥갓씨, 고추모종, 오이모종, 호박모종, 가지모종을 사들고는 밭을 일구고는 심었다. 처음 시작하는 농사 치고는 욕심을 부렸다. 땅은 무한정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뭔가를 계속 심고 싶었다.  고구마, 자두가 챙겨준 대추리산 옥수수씨, 동현선배가 챙겨준 검은 콩, 자취방 주인 어머니께서 챙쳐주신 파, 정구지를 얻어서 무작정 심었다. 물 주고 김 맬 것을 생각도 못하고는 욕심껏 심었다.

 

팔공산 자락에 있지만 차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 불편하다. 그만큼 깊은 산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생동물로 인해 농사를 짓기에는 힘들다는 점도 있다. 고구마, 콩은 심는 그 순간 동물들의 먹잇감인 것이다. 한여름 땡볕에도 자전거로 왔다갔다 했다. 1시간 거리를. 근데 문제는 그렇게 준비를 하고 가지만 가는 동안 힘을 소진한 터라 물주고 김매다 보면 지쳐서 그만하고는 김밥 까먹고 돌아왔다. 텃밭농사 보다는 소풍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 때도 그랬지만 자전거를 타고 밭에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페달을 힘껏 밟는 것,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했다.

 

장마철이 지나고는 밭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작정하고 함께 농사를 짓던 선배들과 찾았다. 그 새 달맞이꽃 밭으로 변신해 있었다. 한숨 크게 함 쉬고는 낫질 반쯤하다가 힘들어서 그만하고 맛있는 밥 먹었다. 손바닥만 했던 나의 밭에서 상추, 쑥갓, 고추는 여러번 거둬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었고, 끝에 얻은 수확물은 오이 몇 개, 단호박 1개, 가지 몇 개를 땅과자유 식구들에게 자랑했다^^;;

 

올해도 이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 좀 더 가깝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밭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행복했는데 올해도 행복하려고 한다. 작년 보다는 어설프고 서툰 밭 가꾸기가 줄어 들길~

 

-머리 털 나고 처음 내 입으로 들어갈 작물을 심었다.



 -씨부리기를 하며 반신반의 했는데 이렇게 고개를 내밀었다. 쑥갓

 

 -뭐지?

 

 -주인집 어머니께서 주셨던 씨앗으로 이렇게 자랐다. 파

 

 -단호박, 거름을 듬뿍 주지 못했지만 이렇게 자랐다.

 

 -장마 지나고 나서 달맞이꽃 밭으로 변신해 있었다. 누가 몰래 와서 씨앗을 뿌렸나보다.

 

-달맞이꽃 밭에서 찾아낸 달개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