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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는 별을 꿈꾸는 A's People 윤가브리엘

 [2006년 12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 기고한 글입니다]

 

차별없는 별을 꿈꾸는 A's People 윤가브리엘


권미란(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감염인과 감염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에이즈확산을 막고 편견과 차별을 넘기 위해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해야 할 일은 감시와 통제를 본질로 하는 에이즈예방법 전면개정과 한미FTA협상중단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유시민 장관이 바로 에이즈확산의 주범이 될 것임을 경고하려고 하였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후원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라는 제목의 기념행사에서 감염인의 입장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행사장 진입도 제지를 당했다.

감염인의 목소리를 배제한 반면, 버시바우 미국대사의 격려사가 행사장을 채웠다. 버시바우 미국대사는 부시대통령이 2003년 에이즈구제를 위한 대통령긴급계획을 마련하여 아프리카의 감염인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고,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금에도 제일 많은 돈을 냈다며 에이즈확산을 막는데 미국이 최선에 서 있음을 자랑했다. 부시의 긴급계획은 복제의약품 사용금지, 금욕 등을 옹호하는 국가에 직접 지원하는 형태를 고수하면서 초국적제약자본에게 이윤을 몰아주고, 자신이 원하는 보수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에이즈를 이용하고 있다. 자신을 위해 에이즈를 악용하고 금욕과 순결을 에이즈예방이라고 떠들고 있는 부시를 칭찬하면서 기념행사는 끝이 났다. 억울함과 분노사이로 가브리엘에 대한 그리움이 차올랐다. ‘새로운 에이즈치료제를 구할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틸게. 우리 같이 싸우자’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눈물이 쏟아졌다.


한국다국적제약협회의 약제비적정화방안 반대 기자회견장. ‘에이즈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약을 먹을 수 없어서 죽는 것이다’라는 영문글귀가 새겨진 티셔츠를 들고 초국적제약자본이 말하는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이 거짓말임을 폭로하는 가브리엘 (사진: 정우혁. 네트워커)

 

6월 15일 한국다국적제약협회(KRPIA)가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기자회견장, ‘환자의 신약에 대한 접근을 저해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투자를 철수하겠다고 협박을 하자 기자회견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이때 한 HIV/AIDS감염인의 목소리에 기자회견장이 순간 조용해졌을 뿐 아니라 단상에 앉아있던 제약회사 대표들은 당황해 했다.

"나는 에이즈환자입니다. 로슈는 푸제온을 왜 그렇게 비싸게 팔려는지 대답하십시오"


8월 15일 국제에이즈회의가 열리고 있던 캐나다, 활동가들은 애보트가 주최한 심포지움이 시작되자마자 단상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애보트는 에이즈치료제 노비르(성분: lopinavir)와 칼레트라(성분: lopinavir/ritonavir)를 판매하고 있다. 노비르와 A에이즈치료제를 함께 복용하면 A의 효과가 증대된다. 애보트는 다른 제약회사의 에이즈치료제와 노비르를 함께 복용하는 것을 막고 칼레트라의 시장을 확대하기위해 미국에서 노비르의 가격을 500%인상한 바 있다. 게다가 칼레트라의 가격은 환자들이 사먹을 수 없는 수준이고,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전 세계 HIV/AIDS감염인의 2/3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냉장보관을 해야하는 약은 먹을 수 없는 약이다. 애보트는 8월 13일에 ‘개발도상국에서 lopinavir/ritonavir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위해 새로운 시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아프리카와 최빈국에서 연간 환자당 500달러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민중에게 연간 500달러는 죽음을 부르는 가격이다. 한 HIV/AIDS감염인이 행사장 단상에 있던 애보트 광고판에 기습적으로 락카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애보트측에 의해 행사장 구석으로 내동댕이쳐졌다.


4000:3800=100:30 말이 안되는 이 등식은 전 세계 HIV/AIDS감염인의 현실이다. 보고서(UNAIDS, 2006)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인이 40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2600만 명으로 전 세계의 HIV 감염인의 2/3를 차지한다. 아시아에는 830만 명,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150만 명, 라틴아메리카에는 160만 명의 HIV감염인이 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전체 에이즈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HIV/AIDS감염인 약 3800만 명에게 공급되는 에이즈치료제는 전체 에이즈치료제 시장의 30%도 안된다는 얘기다. 2005년 한 해 동안 410만 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되었고, 280만 명이 에이즈로 숨졌다. 하루에 8천명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있다. 약이 있어도 약을 못 먹기 때문에 죽어가고, 에이즈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11월 30일, 태국에서는 최초로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계획이 발표되었다. 태국 국영제약회사가 에이즈치료제 에파비렌즈를 미국의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보다 30배이상 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강제실시 결정은 태미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태국 HIV/AIDS감염인들의 강제실시 투쟁은 1998년부터 끊임없이 진행되었다. 1998년 태국 의약품특허재조사위원회가 과도한 의약품 가격이 공중보건의 이해에 반할 경우 강제실시를 촉구하도록 권고를 했다. 당시 태국국영제약회사는 에이즈치료에 사용하는 화이자의 플루코나졸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디다노신에 대한 강제실시를 통해 싸게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자 미무역대표부와 미제약협회는 무역보복을 가하겠다며 강제실시 폐지, 의약품특허재조사위원회 폐지,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감시강화, 독점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하였다. 결국 태국정부는 에이즈치료제를 포함하여 필수의약품의 강제실시는 제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태국 감염인들의 투쟁은 계속되었다. 2004년 2월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디다노신에 대한 특허권을 태국에 양도, 2006년 8월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콤비드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 2006년 11월 에파비렌즈에 대한 강제실시에 이르게 되었다.


다국적제약협회앞에서 '로슈는 왜 푸제온을 비싸게 팔려는 겁니까?'라고 외쳤던, 애보트 행사장 단상에 락카를 뿌려대던 가브리엘은 병원에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13가지 에이즈치료제에 모두 내성이 생겨서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하다. 2000년 이후에 미FDA승인을 받은 에이즈치료제는 약제성분기준으로 12가지이지만 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것은 3가지. 이 중에서 실제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은 2가지뿐이다. 로슈는 푸제온에 대해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을 요구하면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연간 2만달러(약 2천만원). 다행히 인도 제약회사에서 한국에 판매되지 않고 있는 신약 중 2가지에 대해 복제약을 생산하고 있다. 가브리엘은 인도 제약회사의 복제약과 미국의 에이즈구호단체로부터 푸제온을 구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어렵게 버티면서 새로운 에이즈치료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가 더욱 기다리는 것은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져서 함께 싸우는 것이다.

태국의 강제실시 발표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가브리엘, 차별 없는 별을 꿈꾸며 싸울 준비를

한다. 걷기가 힘들어졌지만, ‘다리가 한결 부드러워졌어’라며 가브리엘은 오늘도 재활운동을 한다.

에이즈운동가 윤가브리엘 치료비 마련을 위한 후원인이 되어주세요

 

▲후원계좌(001502-04-153002 국민은행 정욜)로 후원금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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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서 다운받는 곳: http://rainbowsnail.pe.kr/data/support.hwp

* 신청서 보내실 곳: aspeople@jinbo.net

* http://blog.jinbo.net/As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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