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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7/01/02

에이즈에 대한 편견 조장하는 영화 <너는 내 운명>

[인권, 영화를 만나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 조장하는 영화 <너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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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기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보기 전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그간 영화를 비롯해 온갖 미디어들이 에이즈란 질병을 편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는 걸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는 이 영화가 그런 편견을 깨줬으면 한다는 작은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개봉을 하면 꼭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HIV/AIDS 감염인 단체, 예방단체 등 에이즈 관련 단체들이 가진 비공개 시사회에 초대됐다.

사진설명<너는 내 운명>의 포스터 [출처] 공식 홈페이지(mysunshine.co.kr)


이 영화는 2002년 여수에서 HIV에 감염된 여성이 성매매를 하다 구속된 실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당시 이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마녀사냥식 사실왜곡과 여론호도에 경악했던 나로서는 애초부터 이 영화를 편한 마음으로 볼 수는 없었다. 영화는 순박한 '농촌 총각'과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다방 여종업원'의 슬픈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사회의 편견에 대한 싸움을 나름대로 담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 심기가 불편해진 건 여주인공의 감염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의 편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화 후반부부터였다.

실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기자들이 몰려들면서 주인공들이 살던 지역은 에이즈 공포에 휩싸였다.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에이즈 검진을 받는 동네사람들, 여주인공과 성관계를 맺었을 거라 짐작되는 한 트럭의 군인들, 심지어 보건소 직원까지. 당시에도 그런 호들갑을 떨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영화는 지역주민들의 무지스러운 행동을 과장되게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 사건에서는 공포를 조장한 언론의 역할이 더 컸음에도 말이다.

사진설명<너는 내 운명>의 스틸사진 [출처] 공식 홈페이지(mysunshine.co.kr)


여주인공을 그래도 사랑하며 같이 살겠다는 남주인공을 향해 "미쳤냐?"며 "에이즈는 당장 죽을 병"이라고 만류하는 보건소 의사는 의사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몇 년 전부터 에이즈는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병으로 진화하여 의료계에선 이미 만성질환으로 보고 있다. 감염인을 일선에서 관리한다는 의사의 입을 빌려 나온 이 말은 에이즈에 대한 감독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다.

구속된 여주인공이 감옥에서 홀로 거울을 보다 피부에 붉은 반점들이 번지며 흉측한 몰골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어느새 "지겨워"라는 말이 내 입속을 맴돌았다. 미디어들이 흔히 다루는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정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에이즈에 감염되면 피부에 나타나는 붉은 반점이다. 물론 서구의 HIV 감염인들은 체질 탓인지 그런 반점들이 간혹 나타나기도 하고, 아프리카 감염인들은 위생환경의 문제로 유독 피부질환에 시달린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인들은 그런 붉은 반점들이 거의 안 나타나고 내가 본 많은 말기 환자들도 거의 그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들은 왜 그리도 HIV/AIDS 감염인들의 피부에 집착할까? 아마도 에이즈란 질병이 가지는 혐오스러움과 공포를 표현하는데 붉은 반점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에 대한 혐오스러운 상징이 그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감염인들까지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감독은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실화의 주인공들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영화는 실화의 본질은 비켜간 채 단지 남성 중심의 사랑을 다루면서 "그래도 좋아"라는 동정심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남주인공은 '에이즈까지도 받아들이는' 무한한 아량을 가진 사람이고 여주인공은 단지 그런 남성에게 '사랑받는' 대상일 뿐이다.

당시 실화의 주인공은 콘돔 사용을 거부한 남성 성매수자에 의한 피해 여성이었음에도 가해자로 몰려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성을 산 남성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남성들은 깨끗한(?) 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그 여성에게 저주에 가까운 비난만을 퍼부었다. 누구하나 그 여성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화 속의 두 주인공이 이 영화를 보며 어떤 기분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그 악몽을 다시 떠올리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aidsmove.org) 대표입니다.
인권하루소식 제 2902 호 [입력] 2005년09월27일 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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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의 날, 지켜지지 않는 약속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에이즈의 날, 지켜지지 않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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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기 
12월 1일은 유엔에이즈계획(the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 UNAIDS, 아래 유엔에이즈)이 제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유엔에이즈는 각 국가들의 에이즈 관리 및 예방사업을 돕기 위해 1996년 1월 창설된 유엔 산하의 에이즈 전담기구이다. 이 유엔에이즈가 2005년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AIDS 확산에 대한 노력을 전 세계가 하고 있지만, 그 수는 계속 증가했고, 현재는 4030만명에 육박했다. 거기에는 소녀를 포함하는 여성의 죽음과도 점점 더 깊은 연관을 가진다. 하지만 콘돔의 중요한 역할로 몇 개 국가에서는 성인 감염 비율이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즈 감염은 더욱 증가추세에 있고 여성의 비율도 높아졌다. 뉴욕에서 열린 세계회의(World Summit)는 모든 유엔 국가들은 2010년까지 HIV의 예방, 치료,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가능한 그 목적에 가깝게 가는 것들과 그 실행에 대해 맹세했다. 그들이 필요로 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예방, 치료, 돌봄 프로그램은 보다 방대한 스케일에서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의 에이즈에 대한 노력은 좀 더 가속화되어야 하며, 게을리 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HIV에 대항하여 백신, 여성 감염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새로운 세대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 보조의 가속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새로운 테마를 선택했다. "에이즈를 막으려면 약속을 지켜라"(Stop AIDS, Keep the promise) 효과적인 예방, 치료, 돌봄 서비스, 이것들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변명도 따를 수 없다."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번역)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엔에이즈의 메시지는 효과적인 예방, 치료, 케어 서비스에 국가가 적극적인 약속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 메시지가 한국사회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올해 에이즈의 날 한국의 슬로건을 '에이즈 예방은 나로부터'로 정해 에이즈에 대한 책임을 마치 개인에게 지우는 듯한 인상을 주어 감염인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불쾌하기만 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에이즈의 날에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예방에 대한 경각심만 앞세우며 모든 언론은 마치 에이즈 때문에 혹은 4천만이 넘는 감염인들 때문에 지구가 폭발 직전에 놓인다는 이상한 논리들만 펼쳐놓는다. 에이즈의 공포와 경각심만 쏟아내는 세계 에이즈의 날, 정작 감염인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나아진 것 없는 인권상황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기념식은 허탈하기만 하다.

에이즈의 날을 지나면서 감염인 사이트 KANOS에 올라온 글이 모든 감염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 인용해 본다. "나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감염인이거나, 감염인이 될 수 있는, 결코 에이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직도 병원에서 진료에 따른 수술거부를 일삼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남의 눈이 무서워 검사도 두려운 나라가 한국이다. 직장 건강검진에 HIV/AIDS 테스트가 포함되어,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나라가 한국이다. 호적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가족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도대체 동생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에이즈에 걸리냐고 떠들어대는 의사가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수술일정을 체크하면서 당신 호모냐고 되레 큰소리치는 의사가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 한국에서 나와 당신들은 살고 있다."
◎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www.aidsmove.org) 대표입니다.
인권하루소식 제 2961 호 [입력] 2005년12월19일 17: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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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전염병 병력자 정보제공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법정 전염병 병력자 정보제공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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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기 
지난 9월 보건복지부 국정 감사에서 에이즈 수혈사고의 문제 제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한 건 터트릴 사안에 목이 말랐던 한나라당의 전제희 의원은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법정 전염병 병력자의 정보를 대한적십자사에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심각한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보건복지부는 10월 부랴부랴 법정 전염병 병력자 정보를 적십자사의 혈액안전관리시스템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혈액안전관리 시스템 계획이라는 것이 속내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졸속으로 치러진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며, 보건복지부의 아무 생각 없는 정책에 감염인들은 또 한번 상처를 받고 좌절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작금의 에이즈 수혈사고 들은 항체미형성기를 찾아내지 못하는 현재의 검사법이 문제인 것이다. 이미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HIV/AIDS 감염인들은 이미 항체를 다 가지고 있기에 설사 감염인이 모르고 헌혈을 했다하더라도 적십자의 혈액검사법으로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나누리+'가 이 사안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대한적십자사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확인한 결과 이미 HIV는 적십자사에 매주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의 혈액장기 팀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감염인들이 의도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치 감염인들이 에이즈 수혈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에 22일 감염인 단체. 정보인권단체등과 함께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전염병 병력자 정보제공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HIV 감염인 단체 KAPF의 대표는 발언에서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과도한 한국사회에서 적십자라는 민간기구가 감염인의 정보를 알고 부주의하게 다뤄질 경우 얼마나 큰 인권침해와 피해를 당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이미 에이즈 양성이란 이유로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고 진료거부도 당하며 심지어는 가족들한테도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헌혈의 집까지 감염인들의 정보를 알게 되어 잘못 유출될 경우 감염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쫓겨나는 일도 생길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항의의 표시로 붉은 삼각형의 색지에 HIV/AIDS, B형간염, 말라리아 등을 써 붙이면서 적십자사에 정보제공이 나치 시대에 독일군이 유대인, 동성애자 등에게 표시를 붙여서 격리시킨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항의표시를 했고 기자회견 후 붉은 삼각형 색지를 찢어버리면서 향후 이 문제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 방역관리센터장과의 면담을 단체 대표들이 가졌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고 관계자들과 논의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면담을 맡은 담당자는 감염인의 인권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엇보다 감염인의 인권이 중요하며 감염인 지원을 위해 고민한다고 입바른 소리만 했다.

우리는 HIV/AIDS 감염인이란 이유로 이미 국가에 등록되어 시·도를 경유해 보건소의 관리를 받으며 일선 공무원들에 의해 부주의하게 감염 사실이 노출되어 피해를 당하는 사례들도 봐왔고 늘 감시 받는 듯한 관리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적십자사라는 민간기구에까지 감염인의 정보를 제공하는 건 차라리 감염인들에게 "당신들은 HIV/AIDS에 걸렸으니 표시 나게 사시오"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전염병 병력자정보제공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www.aidsmove.org) 대표입니다.
인권하루소식 제 2942 호 [입력] 2005년11월22일 19: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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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건강검진으로 일터에서 배제되는 감염인들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직장 건강검진으로 일터에서 배제되는 감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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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기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민실천사업 'HIV/AIDS 인권지침서' 발간작업과 올해 단체협력사업 'HIV/AIDS 감염인 치료 접근권' 실태조사를 위해 '나누리+'는 감염인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간담회에서 감염인들이 토로하는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직장 건강검진에서 원하지 않는 HIV 검진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다.

HIV 검진 때문에 부당해고를 당한 ㄱ씨의 사연을 보자. 지난해 봄 직장 건강검진에서 HIV 양성반응 판정을 받은 ㄱ씨는 감염사실을 안 직장 상사로부터 "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직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상태였던 ㄱ씨는 이후 대기발령 상태가 됐다. 업무가 특수해서 바로 교체되기는 어려워 약 1개월 동안 인수인계를 하고 전혀 일해보지 않은 부서로 옮겨져 3개월을 근무했다. 이후 파견형식으로 원래 업무로 복귀했다가 출산휴가 갔던 동료가 돌아오자 다시 대기발령 상태가 됐다. ㄱ씨는 결국 회사의 권고와 상사의 그만두라는 최종통보까지 듣고 명예퇴직으로 내몰렸다. 당시 상담을 맡았던 필자는 엄연한 부당해고이니 노동부에 알리자고 ㄱ씨에게 적극 권유했다. 하지만 ㄱ씨는 자신의 감염사실을 또 드러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그냥 억울한 일을 감수하고야 말았다.

에이즈에 대해 한국사회가 가진 과도한 편견과 차별, 이에 따른 감염인들의 좌절은 필자를 답답하게 한다. HIV 감염인들은 HIV 양성이란 이유로 부당해고와 진료거부를 당해도 자신의 병명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법적인 구제나 이의제기 절차를 포기한다. 에이즈는 일상생활에서 전혀 전염이 안 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모르는 직장 동료들에 의해 감염인은 '집단 따돌림' 당하고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HIV검진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인데도 직장 건강검진을 통해 관례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검진결과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공개되고 있다. 보통 직장 건강검진은 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에 사업주가 의뢰하는데 검진항목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드는 A급과 검진 항목이 적은 B급, C급 등으로 나뉜다. A급 검진 항목에는 문제의 HIV 검진이 들어 있고 노동조합에서도 A급 검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검진의 결과가 사업주에게 일괄통보되는 바람에 HIV 양성반응이 부당한 해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7조는 "감염자의 진단·검안 및 간호에 참여한 자"와 "감염자에 관한 기록을 유지·관리하는 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원하지 않는 HIV 검진에 따른 결과가 타인에게 함부로 통보된다. 에이즈 관련 법조항 가운데 꼭 필요한 것이 직장 건강검진에 HIV 검진을 무조건 포함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어떤 검진보다도 HIV 검진은 당사자가 검진을 원해야 하며 검진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상담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양성으로 밝혀지면 심각한 사생활침해와 인권유린을 당할 수 있기에 결과가 본인에게만 통보되는 장치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www.aidsmove.org) 대표입니다.
인권하루소식 제 2921 호 [입력] 2005년10월25일 0: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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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우리에게 약을 달라!&quot;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윤한기의 인권이야기] "우리에게 약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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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기 
"오늘날 아프리카에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에이즈라는 또 다른 로벤섬(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배로 30-40분 정도 걸리며 17∼20세기까지 백인들에게 저항하는 흑인들의 유배지로 병원과 군사기지, 최고의 보안시설을 갖춘 감옥)에서 홀로 희망을 잃고 투쟁하고 있다."

2004년 말 유엔 에이즈계획(UN AIDS)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4000만 명이 HIV(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으며, 지금 당장 약을 먹어야 하는 에이즈 환자가 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 가운데 10%만이 약을 먹고 나머지 90%는 비싼 약값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해 죽어나간다. 넬슨 만델라의 이 말은 버림받은 90%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에이즈 치료제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자본들이 특허를 핑계로 약값을 비싸게 책정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가난한 나라들은 의약품에 접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2일 문화방송(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는 특허에 의한 살인을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을 현지 취재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국민의 30% 이상이 HIV에 감염된 우간다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에이즈구호기금'으로 세워진 HIV/AIDS 진료소에서 무상으로 약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진료소에 갈 차비도 없고 걸어갈 기운도 없어 홀로 움막 같은 집에서 약은커녕 먹지도 못하고 온갖 피부병과 폐렴 등 '기회질환'(면역력 결핍에 따른 병)으로 오로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처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아프리카를 돕겠다고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150억 달러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생뚱맞은 단서를 달아 에이즈 환자와 활동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낙태를 반대하는 단체, 순결을 강조하는 단체를 통해서만 지원하고 지원약품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만 허용한다는 것. 인도에서 생산되는 카피약으로 지원하면 지원액의 1/10만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데 말이다. 카피약은 다국적 제약사의 치료제와 똑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져 우리 돈으로 1년에 7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단지 특허라는 로열티만 붙지 않았는데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오리지널 약값보다 싼 것이다. 다국적 제약자본과 미국은 이런 카피 약을 다른 나라가 생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 생산을 중단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국영제약사를 통해 에이즈 치료제를 생산하고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는 브라질은 다국적 제약자본과 미국 등을 상대로 '특허파기'를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관련협정(TRIPs)의 예외조항인 '강제실시'를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에이즈 치료제 가운데 '네비라핀'(상표명 바이라문)은 간에 치명적인 독성을 유발해 최근 미국에서 이 약을 먹고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판매 금지된 이 약이 아프리카에는 계속 팔리고 있고 우간다의 HIV 진료소 의료진들은 금지약품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12가지 정도의 오리지널 약만 보험등재가 되어 있어 약값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으나, 세 가지를 한 번에 먹어야 하는 에이즈 치료용법의 특성과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네비라핀'까지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필자 역시 지난해에는 오리지널 약을 수입해 먹었지만 1년에 840만원이나 되는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지금은 부작용이 많은 다른 약과 문제의 네비라핀을 복용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에이즈는 죽음의 병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의학의 발달로 완치는 안되더라도 치료는 가능한 만성질병이 되었다. 우리 에이즈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성이 확보된 약이다. 우리는 에이즈로 죽는 것이 아니라 특허로 죽어갈 뿐이다. "우리에게 약을 달라!"
윤한기 님은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www.aidsmove.org) 대표입니다.
인권하루소식 제 2894 호 [입력] 2005년09월12일 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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