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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0
    새해.
    daybreak_
  2. 2010/10/25
    날이 싸늘해졌다.
    daybreak_
  3. 2010/09/25
    터닝 포인트.
    daybreak_
  4. 2010/08/23
    개강을 했다.
    daybreak_
  5. 2010/07/17
    할 말이 없다.(2)
    daybreak_
  6. 2010/06/25
    공감하기.(1)
    daybreak_
  7. 2010/04/25
    자신이 없다.(4)
    daybreak_
  8. 2006/12/08
    귀찮은 일.?;(4)
    daybreak_
  9. 2006/11/25
    변화.(5)
    daybreak_
  10. 2006/08/01
    동아리.(2)
    daybreak_

새해.

1월 10일이나 되서 새해 라고 쓰는게 좀 웃기긴 하지만.

이제 슬슬 새핸가, 싶기도 하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연말 고사도 반 넘게 지났고,

이제 4과목만 더 치면 방학이다.

 

여름 방학은 일렉티브 갈거고 다음 겨울 방학엔 국시 칠꺼니까,

아마 학생으로서 맞는 마지막 방학. 방학.

 

 

아직도 4과목이나 더 쳐야 끝이지만,

이제 왠지 슬슬 끝나간단 생각에 방학하면 뭐하지, 올해는 뭐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종 족보와 강의록으로 가득찬 컴퓨터 바탕 화면에 '방학'이라는 메모장 파일을 만들었다.

그래서 생각날때마다 열어서 추가해가고 있다.

 

읽고 싶은 책,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올해는 책 많이 읽고, 작년에 벌린 것들 마저 열심히 하고,

그렇게 한 해 보내고 싶다.

 

아 작년에 안 한거, 운동, physical activity.-_-

올해는 좀 열심히 해야지.

 

남들은 운동한다 그러면 살빼냐 하지만, 사실 난 그런덴 별로 관심 없고.

그냥.

건강하고 싶다.

 

머리를 굴리고 글자를 읽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언제나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몸을 움직이며 사는 것에 대한 이유 없는 동경같기도 하고.

 

 

쨌든 

건강하게, 순간 순간에 충실하게,

그렇게 한 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잖은 시험 덕분에 거의 2달째 아무도 못 만나고,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는데,

셤 끝나면 사랑방도 가고, 학회 TS 커리도 읽고, 산에도 가야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냥 '좋아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안 보니까 보고 싶은걸 보니, 그새 정들었나, 싶다.

 

 

하여간.

이제 4과목 남았다.

빨리 끝내고 방학해야지.

 

 

좋은 한 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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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싸늘해졌다.

의대에서는 찬 바람이 불면 여럿 마음이 서늘해진다.

 

본4 국시도 다가오고,

인턴들 레지던트 시험도 다가오고,

4년차들 전문의 시험도 다가오고,

 

그리고 본3 연말 고사도 다가온다.-_-

 

이제 슬슬 딴짓 그만하고 공부만 열심히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괜히 이렇게 저렇게 올해를 돌아다보게 된다.

나는 올해 뭘 했나, 누굴 만나서, 뭘 보고, 뭘 배웠나.

 

그냥.

토요일에 세미나 뒷풀이에서 술을 마시는데 그날따라 술이 참 잘 들어가더라.

소주도 잘 들어가고, 정종도 잘 들어가고,

금요일에 페어웰에서도 많이 마셔서 토요일에도 뭔가 멍때리는 마음으로 세미나에 갔는데,

막상 가니깐 정신도 깨고, 술은 또 왜케 잘 들어가던지.

그닥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 그냥 적당히 마시고 종로에서 대학로까지 멀쩡히 걸어 들어왔지만,

 

그냥 좀 우울했던 것 같다.

 

 

1.

가끔 하는 생각인데 나는 참 산다는걸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스운 소리겠지만,

나는 가난도 잘 모르고, 부서지는 가족도 잘 모르고, 기본적으로 아프다는걸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산다는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경험에서 나오지 않고, 그냥 책을 읽어서 나온 말들은 너무 가벼워 보여서,

나는 내가 어디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우선 당장은 아는 게 너무 없으니깐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만,

결국 깊어지려면 사람을 만나고 내가 많이 겪어야 할텐데,

글쎄.

 

 

2.

제대하고 뭐할꺼냔 질문에 운동하면서 살고 싶다는데,

무슨 운동이 하고 싶냐고, 내가 하고 싶은게 있어야 운동이든 뭐든 되는거 아니냐 물었던건,

사실 물음이 아니라 나한테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 시간되는대로 집회에 나가고, 세미나를 하고,

뭐 내가 의대생이니깐 결국은 보건의료에 관련된게 제일 많긴 하지만,

그냥 여기저기 운동의 언저리에 기웃기웃하다보면, 이렇게도 시간이 참 잘 간다.

 

다 관심 있고, 재밌고 하니깐 하는건데,

내가 진짜 나중까지 이 언저리에 있고 싶다면,

내가 하고 싶은게 있어야 할 것 같다.

막연하게 노동자, 민중, 자유, 평등, 건강, 뭐 이런거 말고,

좀 더 구체적인 무언가.

 

내 질문이 있어야 되는데,

쉽지 않다.

 

 

3.

왜 쉽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나는 참 나밖에 모르는 것 같다.

 

의대에 다닌다하면 다들 살인적인 경쟁적 분위기나, 학점 경쟁, 뭐 이런 게 힘들단 얘길 하는데,

사실 난 그런 걸로 힘들어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내 기준이 있고, 내 목표가 있고, 나는 맨날 나랑 경쟁한다.

내가 스스로 여기까지 봐야돼, 이만큼 하자, 정해놓곤 거기에 후달후달.

 

옆에 애가 얼마나 공부하는지, 나보다 몇 개 더 맞는지, 이런 생각 안드는게 참 편하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참 주변에 관심이 없구나, 싶었다.

 

그래, 나는 참 남일에 관심이 없다.

그냥 적당히 맞장구도 잘 칠 수 있고, 얘기 듣는 것도 좋아하고,

한번 들은건 안 까먹으니깐 어쩌면 남들보다 더 관심 많아보이기도 하는데,

근데 내가 진짜로 누군가에 그렇게 관심 가져본 적이 있나 싶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내가 너무 사람을 가려서 문제라고 했다.

좋은 사람은 한번을 만나도 정들고 좋아하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는데,

그 이외의 사람은 백번 천번을 만나도 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렸을 땐 그냥 친구들 가리지 말고 두루두루 잘 놀아라 하는 말이었는데,

그때부터 10년도 더 지났는데 울 엄마는 며칠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다.

 

나는 너무 사람을 가리고, 아무데도 빠져들지 않는다.

외로워질꺼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절망에 분노하고,

당사자가 아니라면 결국 연대하고 지지하는 입장인건데,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한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나날이 든다.

 

어떤 마음이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져야 되는걸까,

아니면 그렇게 동화되는게 아니라 나는 여기 있으면서 그 아픔을 바라보는 걸까,

아니면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서 그 '옳음'을 믿으며 투쟁하고 싸우는걸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이런저런 고민들이 복합적이다.

 

무언가 직접 뛰어들게 되면 좀 다른게 보일까.

언제나 한걸음 건너서만 바라보는데 익숙해서 그런지,

어떻게 그렇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것도 내 문제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빠져들지 못하고 우선 생각하는 거.

 

정신과 교수님은 나한테 모든걸 이해하려고 들지 말라고 했다.

니가 이해가 되거나 안 되거나 그 사람들이 거기서 그러고 있다는 거.

 

 

4.

동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뭐하고 살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같이 고민하면서 살아갈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잘하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고,

몇 안 되는 후배들을 보면 내가 더 알아서 잘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냥 곁에서 비슷하게 살아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앞에 생각이랑 겹치는건데,

이게 '내 일'이고, 이게 '내 사람'이고, 나는 그런게 참 어렵다.

 

그래, 지치지 않으려면 이럴때나 저럴때나 함께할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나는 왜 그런걸 잘 못 할까.

 

적당히 맞는데도 있고 안 맞는데도 있겠지만,

그래도 쨌든 어떤 이름 아래 뭉쳐서 소속감을 가지고, '우리'가 열심히 하는거,

  

아 모르겠다.-_-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좀 울적했다.

 

 

지금 뭔가 좀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나는 어디든 닻을 내려야되는데, 지금 좀 붕 떠있나 보다.

 

학교에 내려야 열공할텐데, 엄한 길에서 헤매이고 있다.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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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엄청 비가 내리더니 날이 확 서늘해져서 순식간에 가을이 됐고,

산부랜드 - 여름 방학 - 싸이월드로 이어진 나의 3달짜리 방학도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시간은 새벽부터 밤까지 외과 빡쎄게 돌고,

2주마다 한번씩 잡과 시험 치고,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는 연말고사로서,

나의 본3을 마무리하게 되겠지.

 

 

이제 슬슬 다시 공부할 생각하니까 쫌 깝깝하긴 한데,

그래도 대충 잘 보낸 것 같다.

 

예과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사랑방도 쨌든 발을 들여놨고,

맨날 말만 좋아한다고 하면서 소홀했던 학회도 이제 내가 문닫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 싶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세미나며 포럼이며 이런 것들도 다 괜찮았고,

 

뭔가 딱 이걸 했다, 싶은건 없는데,

그래도 걍 앞으로 싸돌아다닐 기반을 좀 마련한 것도 같고.

졸업하면 뭐할지 좀 더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도 같고.

 

 

흠.

뭔가 비장하구나.ㅠㅋㅋ

 

본 3 여름 방학은 3주밖에 안 되는데 내 맘대로 3달이랍시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많이 만나고 술도 많이 먹었으니,

이젠 진짜 공부해야 할 때.

 

 

뭔가 올해를 돌아보면서 정리한 올해 읽은 책들.

 

1. 건축을 묻다 - 서현
2. 희망을 여행하라 - 이매진 피스
3. 행복의 지도 - 에릭 와이너
4.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 - 권준욱
5. 간디 자서전 - 간디
6. 독일인의 사랑 - 막스 뮐러
7. 허삼관 매혈기 - 위화.
8. 나를 부르는 숲 - 빌 브라이슨
9.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 에릭 J. 카셀
10. 견딜 수 없네 - 정현종
11.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 레슬리 도열
12. 또 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 의료 - 린다 화이트 포드
13.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
14. 병원이 병을 만든다 - 이반 일리히
15.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 노신
16.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 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
17.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18. 가난한 휴머니즘 -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19.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20.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21. 순수 이성 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 진은영
22. 철학과 굴뚝 청소부 - 이진경
23. 평등해야 건강하다 - 리처드 월킨스
24. 세계를 뒤흔든 열흘 - 존 리드
25. 러시아 혁명 - 스티브 스미스

 

 

적어놓고 보니 내가 올해 어떻게 살았는지 대충 보이는 것도 같고.

 

 

 

공부 열심히 하고,

틈틈이 책도 좀 읽고,

내년에 일렉티브 갈꺼 알아보고,

또 한가할 내년 1학기에 뭐 할지 생각해보고,

 

이렇게 가을, 겨울 보내면 참 좋겠다.

 

써놓고 다짐.ㅋ

 

 

방학 안녕~ 이제 연말 고사의 세계로 고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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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했다.

3주밖에 안 되는 수줍은 방학이 바람과 같이 지나고,

지난주에 개강을 했다.

 

개강하자마자 파견 갔다오느라 정신 없다가, 주말에 엠티도 다녀오고,

오늘 본원에 나가니 이제야 개강한 느낌이다.

 

 

학생에 관심 많은 치프샘에 방학에 뭐했는지 발표를 하라는데,

뭐했나 생각해보니 딱히 한게 없다.

 

동아리 마지막 학년이라 온갖 동아리 모임에 나갔고,

첫번째 정기 휴가를 나온 동생과 며칠 놀았고,

사랑방 모임에 몇 번 나갔고,

이게 다인가 보다.

책도 몇 권 읽었고, 영화도 좀 봤는데, 그런건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뭐하고 살까 생각하고 있다.

 

의대에 와서 6년 더 유예되고 싶다고,

별로 하고 싶은게 없다고,

오래도록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젠 뭔가 하고 싶은게 있을락 말락 한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러나 저러나 뭐하고 살지 생각해야될 땐거 같기도 하고,

걍 그렇다.

 

내 생각이 그렇다 보니 보는 사람마다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냐고 묻게 되는데,

뭐 재밌어서, 그냥 흘러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어쩌다 보니,

뭐 이런 대답들을 계속 듣다 보니,

생각할 것 없이 이대로 가다보면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귀얇게 그때쯤 젤 친한 녀석 하는대로 따라가게 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뭐 졸업도 1년 남았고, 인턴도 할거니깐 앞으로 2년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레지던트를 할까, 하면 무슨 과를 하나, 그건 나중에 뭘 하고 싶어서 하는건가,

의사로 살게 될까, 의사가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부하고 싶나, 그럼 무슨 공부, 나는 책만 보며 살 자신이 있나,

 

 

그냥, 한가하니깐 잡생각이 드나보다.

 

개강했지만 9월까지 한가하다.

9월까지만 이렇게 빈둥빈둥 오만 생각이나 하며 살아야겠다.

 

그 뒤엔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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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다.

 

인터넷상이나 책으로나 세상에 수많은 글들이 떠돌지만 가끔 정말 좋은 글을 봤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제가 무엇이건간에 글쓴이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 드는,

글을 읽고 나서 괜히 내 마음이 좋아지는 그런 글.

 

 

무언가 비판하거나, 이게 옳다고 주장하기는 차라리 쉬운데,

내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야 한다, 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그냥 듣다보니 내 생각이 그렇게 변하고 그 말을 받아들이게 되는 경험들,

할 때마다 참 신기했고,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젠 아마 그렇게 될 수 없을거 같단 생각이 든다.-_-

 

 

뭐라고 말을 꺼내는게 참 조심스럽다.

 

가끔 세미나에 가서 말해보란 소릴 들을 때도 그렇고,

술자리에서 오가는 정치 얘기며 세상 얘기에도 그렇다.

 

원체 궁금한게 많은 인간이라 이것저것 묻다보면 열심히 말하다 돌아올 때도 있지만,

무언가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느 자리엘 가나 시시콜콜한 농담만 잔뜩 주고받다 오는게 허망하다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지나고보니 그런 자리라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걸 편해하는구나 싶어졌다.

 

 

어른들 만나는게 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며칠전 학교 모임에 가서도 한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진짜 아닌데 싶을 때마다, 이게 너무 아닌 거 같아서 내가 막 말하다보니,

그냥 괜히 세미나 끝나고 돌아오는 길 기분이 좀 별로였다.

 

내가 선배들한테 많이 배웠는데, 내가 선배가 되서 후배들 만나는게 피로하다 하면 진짜 나쁜데,

그것보다도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날 어렵게 하는 것 같다.

 

내가 확신이 별로 없고, 내가 고민이 되는데,

누군가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은 소리를 하면 우선 그건 아니라고 말해야 하니깐,

내 고민은 어떻게 풀 기회가 되지 않고.

그게 아니라고 열심히 말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치고 내가 그만하고 싶어진다.

내가 뭘 안다고 그게 아니라고 말 하나. 내가 좀 더 생각해보께.

 

 

빡쎈 사람을 만나는게 좋다.

가장 빡쎄고 가장 열심인 사람 앞에선 내가 그렇게 좀 아닌 듯이 느껴질테니깐.

내가 맞는 말을 해야된다는 부담 없이 멍청한 고민들을 펼쳐나갈 수 있어서 편하고,

그것보다도 그냥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생각하게 되는게 좋다.

 

 

누군가 함께 나눌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그래야 외롭지 않게 오래 오래 지낼 수 있다고 했는데.

 

여전히 나는 대부분의 경우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기보다는 그냥 듣고 혼자 생각하는게 편한 것 같다.

관계에선 그냥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실실대는게 편하고, 또 그게 좋고.

 

 

 

그냥.

누가 하는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내 얘기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고, 

나는 시간이 더 지나도 농담이나 장난밖엔 할 말이 없는데,

 

언제나 내가 들어주고 내가 받아주고,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았는데,

상대가 내게 할 말이 없으면 난 정말 할 말이 없구나.

이런 시시콜콜한 인간 같으니.

 

잘 모르겠다.

 

 

 

 

 

뭔가 글이 앞뒤가 안 맞는거 같은데,

걍 그런 생각이었다.

 

 

나는 글 쓰는 것도 싫어하고, 남 앞에서 말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가끔 정말 좋은 글을 볼 때가 있고, 정말 좋은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런 글을 보면 마음이 좋아지고,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그 사람이 참 좋아진다.

 

그래서 내가 더 할 말이 없고 쓸 게 없는 거 같다.

 

내가 그런 말이 좋고, 그런 글이 좋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니깐.

그냥 시시콜콜하게 농담따먹기나 하는게  편하다, 싶어버리니,

글쎄, 난 계속 할 말이 없다.

 

 

 

그래, 나는 계속 이렇게 살려나보다.-_-;;ㅋㅋ

 

 

마음이 닿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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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기.

 

3월쯤에 실습 시작하기 전에 모의 환자를 데려다놓고 면담을 하는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모의 환자로 오셨던 분이 우리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하셨었다.

 

다들 어디가 아픈지, 뭐가 문제일거 같은지, 그런걸 묻기에 바빠서,

아팠다는데, 힘들었다는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환자는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내과 돌 때 또 모의 환자한테 history taking하고 physical exam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환자가 또 그런 말을 했었다.

physical exam 다 한 사람 처음이라고, 평가표에 있는 거 다 했다고,

아픈데 대해 물어보는 것도 거의 다 물어본거 같다고,

근데 환자 말을 좀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말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그리고 지금 소아과를 돌고 있는데,

어제 케이스 환자를 보러 갔었다.

엄마는 일 나갔다고 하고 할머니가 와서 계셨는데,

학생이라고 애에 대해서 좀 물어보려고 왔다고 하니깐 이것저것 말을 꺼내기 시작하셨다.

 

뭐 애가 원래 어떤 앤데 놀러갔다가 뭘 먹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등등등.

EMR보고 갔으니깐 나도 다 아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아는 것보다 엉성하게 이런 저런 말을 하시는데,

내가 궁금한건 그게 아니고 이거라고 말하려다 말고 문득 그때 그 말이 생각났다.

 

말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의사소통 하고 싶은게 인간이고,

환자도, 환자 보호자도, 다 마찬가진데,

나는 의사 소통하고 싶은게 아니라 오로지 내가 궁금한걸 알아내려고 간거라는거,

 

그러면 안 된다고 수업 시간에 수없이 많이 들었는데,

막상 내가 병원에 가니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더라.

인간인 환자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병을 가진 환자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그런 공감 능력 부족한 전문가의 모습.  (사실 아직 전문가도 아니지만.)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좋아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사람이 좋아서, 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사람을 좋아한다는게 어떤 걸까.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은 뭐든지 다 같이 할 수 있는데,

내 마음에 닿지 않는 사람의 일들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 이런건,

사람이 좋은게 아닌것 같다.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있었던건지,

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기 때문에 좋은건지,

요즘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기도 하고.

 

 

 

전에 누군가 자길 좋아하는게 부담스럽단 사람의 말을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

과연 내가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 일에 대한 공감과 지지만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뭐가 한다는건 사실 그래야 되는걸텐데 나는 맨날 사람에 끌려 다니다 결국 아무 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건 아닐까.

 

듣고 싶었던 강연도, 하고 싶었던 세미나도,

아끼는 녀석들이 술 먹자고 불러내면 그냥 그렇게 따라가버리던 나였는데,

그래, 지금까지도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는 내 문제는 사실 그거였을까.

의지도 뜻도 아무 것도 없이 오로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웃고 떠들고 그렇게 천년만년 살면 좋을 거 같았는데,왜 갑자기 그런게 다 시들해졌을까.

 

 

그냥.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공감이라는건 사실 마음인데,

시간이 갈수록 난 그렇게 따뜻한 인간이 못 된다는걸 계속 깨닫고 있고,

그렇다면 냉철하게 내 할 일이라도 제대로 하는 인간이면 좋겠는데,

사실 그러지도 못하고 또 오만 인간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그냥 요즘은 좀 그런 것 같다.

 

최첨단 의학의 발전에 경탄하며 최신 지견을 쫓아다닐 진정한 의학도는 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약 안 먹고 말 안 듣는 아저씨 아줌마들 약 드시라고 당 조절 하시라고 토닥토닥 살피고 챙겨줄 그런 care giver도 내가 아닌거 같으면,

 

 

그럼 난 머니.-_-;

 

아 갈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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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없다.

 

병원 실습이 시작됐다.

 

 

patient case report를 쓰는데,

known glaucoma, near blindness 라고 무심하게 타자를 치다가,

하얀 막대기를 두드리며 병동을 나서던 아저씨 모습이 떠오른다.

 

 

종일 모르는 것들에 치여 후달리다가,

오밤중이 되어서야 이틀간 만난 사람들 모습이 머리 속을 채운다.

 

EMR에 써있는 말들로는 부족한 "사람"이 있는데,

 

 

눈도 안 보이고 alcoholic으로 간도 안 좋고, 허리도 아픈 아저씨가,

왜 그렇게 술을 마시게 됐는지,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고,

LN biopsy 결과가 나오면 그게 어떤 stage가 될까 종일 공부했는데,

오밤중이 되서야 갑자기 마음이 싸해진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저씨는 내게 폐암 staging을 가르쳐주고,

DLBL 할머니는 내게 tumor lysis synd.을 가르쳐주고,

 

 

그리고 나는 조금씩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그 사람들을 잊게 될까.

 

나는 길에서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알아볼 수 있을까.

 

 

 

 

마음이 있는만큼만 말하고,

마음이 내키는만큼만 행동하고 싶은데,

 

더 잘하려면 말주변을 늘이는게 아니라 마음을 키워야 되는데,

 

 

왠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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