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견서 3>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관한 단상


임 필 수 | 정책국장


이번 대의원대회에 대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반해 이 문제에 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즉각적으로 그리고 활발하게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번 사건이 매우 엄중한 문제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나 역시도 사태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참세상뉴스나 몇몇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해본 정도다) 그 후과가 어떻게 드러날지 헤아리기 쉽지 않으므로 당장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긴 어렵다. 다만 한가지 의문을 표하고자 한다.


누가 '민주주의의 파괴자'가 되었는가?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강경파 세력의 맹목적인 폭력행동'으로 규정지으려하는 듯하다. 이런 언론의 시각을 우리가 수용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여파가 언론의 선정 보도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항상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노무현의 정치행태로 볼 때, 앞으로의 국면에서는 노조가 그 목표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노정권은 재벌의 과거 분식회계는 털어 주겠다고 밝혔다. 재벌에게 손끝도 대지 않겠다는 뜻일 터인데, 그렇다면 누가 유력한 대상이 될 것인가?)

한편,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공약사항이라는 점만을 내세워 이를 대의원대회에서 관철시키려고 했던 현 지도부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져버린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며, 동시에 반대세력도 결과적으로 동일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는 양비론이 제기될 여지도 충분하다 (민주노총의 극단적 분열을 대중들에게 드러냄으로써 대중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했고, 보수세력에게 악선전의 빌미를 주었다는 점도 추가될 수 있다). 이는 직접적인 행위자들 모두가 민주주의가 작동 불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더 큰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대의원대회의 진행 경과를 보면 대의원/참관인의 대립구도로 갈등이 진행된 듯하다 (참세상 뉴스에 따르면 시작 시점에서 대의원 450여명, 참관인 400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것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현재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의 현존 -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존 - 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예컨대 이수봉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단체, 학생, (해고자, 비정규직, 미조직 등) 비조합 소행'으로 규정했는데, 이러한 발언이 오히려 진실을 드러낸 것이리라.)

이를 단적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기존노조의 과잉 대표성', 또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에 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대중/운동)의 과소 대표성'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듯하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의 절대다수는 사회적 교섭을 원하고 있다'는 현 지도부 측의 말은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이 성장하면서 자기조직화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일부 진척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반영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 (또한 노동단체활동가는 왜 노동자운동의 동등한 구성원이 될 수 없는가도 짚어보아야 할 문제리라.)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보더라도, 생산방식의 전환 과정에서 주변화되거나 새롭게 형성되는 노동자대중 및 운동의 형성은 기존의 운동/조직과 갈등적인 과정을 겪었고, 이것이 운동의 이념․조직의 재편이나 주류적인 경향의 교체, 아니면 공도동망으로 드러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민주노총은 과도기적인 모순적 상황에 놓여있고, 이것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폭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가 전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립구도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재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민주주의가 작동 가능한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개조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침, 즉 대의원구조의 개방을 포함하여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도) 노동자운동의 대표성을 다시 획득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