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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자료 1. 이수봉 프로메테우스 인터뷰>

 

총연맹의 교선실장과 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이수봉 동지가 프로메테우스란 인터넷 신문에 인터뷰한 글을 실어놓습니다. 왜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에 집착하는지 일단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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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파행 이후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노총의 보다 구체적인 입장과 이후 대책 등을 듣기 위해 7일 오전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을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수봉 대변인은 ꡒ이미 2월 총파업은 불가능하다ꡓ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법안을 저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ꡒ비정규직 법안 국회 통과를 막아야한다ꡓ는 것에 대해서는 달리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투쟁을 통해 저지할 수 없다면 내올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ꡒ사회적 교섭ꡓ뿐이라는 것. 이 대변인은 ꡒ달리 대책이 없다ꡓ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ꡒ비정규직 법안을 이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역사에 씻을 수없는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고, 지금 남아있는 방법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교섭 의제로 끌고 들어와 최대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ꡓ고 그는 말했다.


ꡒ사회적 교섭 통과되면 비정규직법안 처리 강행 않기로 약속ꡓ

이 대변인은 ꡒ대의원대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야말로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자는 것ꡓ이라며 ꡒ이렇게 되면 우리의 전략 전술을 다 보여주는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냐?ꡓ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환노위 간사인 이목희 의원과 이해찬 총리까지도 ꡒ사회적 교섭안이 통과된다면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ꡓ며 정부측의 언질이 있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ꡒ비공식적으로 논의를 한 내용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언질을 주고 이랬던 것ꡓ이라고 밝힌 이 대변인은 ꡒ모든 정황을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동지들에게도 충분하게 이야기했지만 별무 소득이었다ꡓ고 술회하며 ꡒ마치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ꡓ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ꡒ앞으로 있을 중앙집행위원회 수련회, 중앙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ꡓ이라며 ꡒ반대하는 동지들도 책임있게 논의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ꡓ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수봉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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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 ꡐ위원장 재신임ꡑ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까지 사태 수습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를 ꡐ사회적 교섭안 처리 강행 의지ꡑ로 보는 시각도 많다. ꡐ위원장 재신임을 묻겠다ꡑ고 선언한 배경에 대해 말해 달라.


이수봉 : 작년 말 총파업 투쟁 당시일정과 시간 등을 결정하기 위해 중집에서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전노투 회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해서 7시간여 동안 회의를 못한 적이 있었다. 지난 속리산 대의원대회에서 그랬고.

사회적 교섭안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견, 반대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정상적인 회의 규정에 따라 의안에 대한 결론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건도 있었지만 회의 지연, 점거, 퇴장 전술 등의 방법으로 의사규정을 훼손하면, 이것은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올바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문제라는 거다. 위원장은 이런 일련의 사태를 위원장에 대한 신임의 문제로 보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다. 핵심은 사회적 교섭의 통과가 아니라 정상적인 집행구조 의사결정구조를 담보해야한다는 데 있다.


ꡒ양극화, 비정규직 문제는 투쟁만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아니었다ꡓ


프로메테우스 : 가장 궁금한 문제다. 이미 지난 대의원대회에서도 여러차례 지적이 있었는데 사회적 교섭에 대한 결정을 왜 꼭 지금 해야만 하나?


이수봉 : 잘 알려지지 않기도 했고, 전략전술상 시원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했다.

98년 이갑용 체제 이후 이수호 집행부당선 전까지 5~6년 동안 민주노총의 기조는 대화는 하지 않고 투쟁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년에 한두번씩 총파업 선언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정확하게 말하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7만명, 5만명, 10만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하지만 한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주5일제, 경제특구 등 민생관련 법안을 제대로 막아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했다. 결국 힘있는 총파업도 안되고, 투쟁의 결과로 각종 개악법안을 저지하지도 못한 과정이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평가해야 하는데, 첫째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반노동정책,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가 대단히 강고한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당하는 투쟁 또한 대단히 큰 투쟁이 필요하다. 하루 이틀 하는 총파업, 고립분산적인 파업으로는 정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없다. 최소한 지하철을 한 달 이상 세울 수 있을 정도의 물리력과 전국민적인 동참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아주 작은 사안조차 내적으로는 엄청난 계급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온 힘을 집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문제다. 두 번째는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비정규직의 문제는 투쟁만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노사가 같이 기본 패러다임의 원칙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나 사용자측이 바꿔야하는데 이를 위한 논의는 해본 적이 없다. 사측의 일방적인 이데올로기 공격에 대해 우리는 부분적으로 막아내는 데 급급해왔던 과정이다. 국민은 고용 유연화는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전술이 필요하지 않겠나?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의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 되어야한다면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 투쟁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 아닌가. 또 국민을 동의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당장 2월 총파업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조직점검을 해보니까 모든 연맹이 총파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쪽이나 찬성하는 쪽이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총파업을 하자고 선동은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주관적 의지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금속연맹은 완전히 조직력이 붕괴된 마당에 기아 비리 문제까지 터져 있다. 현대자동차도 대단히 몸을 사리고 있다. 총파업의 주력이랄 수 있는 단위가 이런 상황인데, 다른 곳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공연맹은 아예 처음부터 안된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나? 정부는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한다고 나서고 있고, 우리는 이것을 총파업으로 막아야 한다. 그런데 총파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된다. 물론 이렇게 할 수는 있다. 지도부가 총파업 하자고 선동하면서 선도투를 하는 거다. 지도부는 내부적으로는 부담이 없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되면 밑에 조직은 죽어나는 것 아닌가.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하다보면 조직은 죽어나게 마련이다. 반대로 총파업을 하지 않으면 또 그것 때문에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겠지.

설사 총파업을 한다고 한들, 며칠이나 할 수 있겠나? 일주일 이상 버틸 수 있나? 정권은 이를 다 지켜보고 있는데, 지리멸렬하면서 깨지면 민주노총 자체가 자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뻔히 다 알면서 총파업을 선동할 수 없다는데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프로메테우스 :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야한다고 하는데 지난 연말 비정규 법안이 유예될 당시 민주노총은 ꡒ총파업은 유보된 것ꡓ이라고 이미 선언한 바 있고,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지 않았나? 그때부터 총파업 전술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 교섭의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봉 :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을 한다. 솔직히 지도부의 체력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연말연시에 총파업 투쟁과 동시에 국보법 단식 투쟁까지 함께 하면서 파김치가 다 돼 있었다. 그럼에도 현장순회 계획을 잡고 실제 진행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 대의원대회가 잡혀있었던 거다. 투쟁은 하지 않고 교섭만 추진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왔는데 이를 보지 않고 한마디로 그냥 씹는 거다. 다른 한편으로 현장 조합원들도 모두 ꡐ감ꡑ이라는 것이 있다. 뻔히 안되는 것을 아는데, ꡐ쇼하는 거ꡑ라는 감이 있다는 거다. 이런 판이 뻔하게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하는 것을 눈뜨고 보고만 있는 것은 씻을 수없는 역사적 죄를 짓는 것 아닌가? 그런데 조직은 총파업으로 막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거고 그러면 어떻게 막아내야 하나? 답답하지만 사회적 교섭이라는 미끼를 던져 우리가 끌고 오자는 거였다. 정부에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하지 말라는 제안도 했고, 비정규직 법안 문제를 교섭에 올리자는 제안도 했다.

물론 정부 내에도 강경파가 있다. 그들은 민주노총이 자중지란에 빠지기를 바란다. 그들은 대화가 되는 이들이 아니다. 그러나 노무현이나 이해찬이나 이런 사람들은 그래도 막가는 판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비정규직 법안을 막아내는 핵심은 지연전술밖에 없다. 당장 우리가 총파업을 할 수없다면 그 문제를 교섭의 장으로 끌어와서 쟁점화시키고, 국민에게 우리의 주장, 우리의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알리는 거다.

노사정 교섭 자리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 하면 논쟁은 확산된다. 이를 쟁점화하고, 논쟁을 끌면서 내부적인 우리의 힘을 축적해야하는 거다. 한편으로는 투쟁 역량을 준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하철을 한 달을 멈추더라도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이데올로기적 준비도 하는 거다. 솔직히 어설프게 타협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민주노총이 타협할 내용이 없다. 타협하면 그것은 곧 우리가 죽는 거니까.

바로 이런 안을 제출한 것인데,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주의라고 이야기하면서 반대한다. 반대하는 것은 좋다. 토론하면 되니까. 그런데, 이것을 폭력으로 막으면 그 피해는 민주노총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찬성파든 반대파든 최악의 방법을 선택하는 거다.


프로메테우스 : 정부 여당은 비정규 법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하고 있지만 방금 이야기 한 것처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게다가 사회적 교섭 역시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투쟁한번 못하고 2월을 보내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 아닌가?


이수봉 : 자꾸 이렇게 되니까 우리의 전략 전술이 다 노출되는 거다. 공은 이미 정치권에 넘어가 있다. 노동부에서 정부법안을 올렸지만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된다. 여당 간사인 이목희가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적 교섭을 통과시키면 그 명분을 가지고 강행하지 않겠다고 비공식적으로 말했다. 최근에 이해찬 총리도 강행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는 이렇게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단 말이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이걸 처리할 능력이 있나 이런 문제를 강경파들은 끊임없이 회의하는 거다. 그 시기가 2월 아닌가? 사회적 교섭 처리하면 비정규직은 우리 전술대로 가는 거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총파업을 주장하면서 판을 깨고 간다면 정부는 잘됐다면서 법안 처리 할 거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은 다 죽는다. 대중들에게 이런 전략 전술까지 다 털어놓고 이야기해야 하나?


프로메테우스 : 그렇다면 사회적 교섭안이 통과되는 순간, 정부나 여당이 비정규직 법안은 당분간 유예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이해해도 되는 건가?


이수봉 : 비공식적으로 논의를 한 내용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언질을 주고 이랬던 거다. 공식적으로 이해찬 총리가 민주노동당 분들 만나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심상정 의원이 국무총리 만찬 결과를 브리핑하며 ꡒ비정규직 법안은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관점에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을 내겠다ꡓ고 말한 것으로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거는 상식이다. 모든 교섭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람과 사람과의 약속이다. 프로메테우스 : 정황을 모두 이야기 할 수 없었던 고충이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측을 만나 사전에 충분히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이수봉 : 반대하는 동지들을 미워하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 소중한 동지이고 재산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공식기구이고 대중조직으로서 그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각급 회의체계에서 계속 논의를 해왔던 문제이고, 관련된 정세판단도 내부적으로 다 해왔다. 전노투 등 비공식적 조직들과도 이야기 해왔다. 그런데 결론은 뭐냐면 ꡐ그래도 안된다ꡑ는 거다. 이런 경향 중 하나는 사회적 교섭 자체가 개량주의에 끌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이 자체가 싫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아무리 대화를 해도 사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르게는 이 문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는 기본적으로 노사정위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존재한다. 이런 정서를 이용해서 지도부를 꺾겠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반대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회 이후 전노투에서인가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한 내용 중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ꡐ정권과 자본이 파견했다ꡑ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동지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데 무슨 대화가 되겠나? 답답하다. 무엇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프로메테우스 : 대의원대회에서 많이 제기되었던 문제이기도 한데,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난 98년 노사정 합의 이후 후과가 컸던 것을 기억하면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연말이후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지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봉 : 그 논리로 올인을 하는 거다. 그 논리로 이갑용, 단병호 위원장 등이 해온 것 아닌가 그 결과가 총파업은 계속 실패하고 개악안은 통과되고 이런 과정이 아니었나. 그래서 더 큰 힘을 조직하려면 이런 전술, 지연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다.


프로메테우스 : 앞서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수봉 : 정치적으로는 형식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모르겠지만 경제 정책은 박정희 때나 김대중 때나 노무현 때나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반노동정책 패러다임에 대항해서 우리의 패러다임, 풀어서 말하면 노동자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된 사회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실업자가 400만명이라는 것을 까놓고 이야기 하고, 실업자는 국가가 먹여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상시고용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하되 불가피할 때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하자 그러나 임금 차별은 없도록 하라. 이런 내용들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패러다임의 차이다. 도저히 양립이 안되는 문제다. 그러나 재경부 노동부 어디도 이러한 패러다임을 수용할 자세가 안돼 있다. 그래서 대화 틀에 들어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받고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나 타협할 생각은 없다. 어설프게 악수하고 그런 꼴을 98년에 봤는데 그것을 왜 반복하겠나?

솔직히 지금 지하철이 일주일 파업하면 민주노총은 작살난다. 국민들에게는 저들은 해마다 저런다, 맨날 투쟁만 하는 놈들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이를 불식시키지 않으면 총파업은 안된다. 그러니 앞으로 일년 정도는 전술적으로 ꡐ민주노총이 합리적인 대안세력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ꡑ는 거다. 그런 다음에 총파업을 한다면 국민들도 이해하지 않겠나?

지금은 기아비리 문제까지 터진 마당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인데, 투쟁만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점거할 거다. 게다가 대의원대회 폭력사태까지 있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


프로메테우스 : 두 차례 대의원대회를 직접 봤다. 속리산 대회에서와 영등포 대회에서 지도부의 태도는 사뭇 달랐던 것 같다. 속리산 대회에서는 논란을 예상하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설득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면,이번에는 진행 자체를 너무 성급하게 몰아간다는 느낌이었다


이수봉 : 속리산에서는 1박 2일일정이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고 진행을 했었다. 그런데 대회 이후에 지연, 유회, 그래도 안되면 점거까지 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 나왔다. 일종의 대회 파행 작전 계획서였던 거다. 내부적으로 확인했는데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순수하지 못했던 거다. 회의 자체를 파탄을 내려고 하는 건데 그게 무슨 토론인가? 회의를 파탄 시키려는 의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장으로서는 의사진행을 똑바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그리고 거기 온 대의원들은 다 간부들이다. ꡐ척하면 아ꡑ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결론을 내리면 되는 문제였다.

솔직히 순수한 의도에서 토론을 하자면 몇날 며칠이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판을 깨려는 의도가 뻔하게 드러나는 마당에 심지어 신나까지 준비한 사람들과 무슨 토론을 할 수 있었겠나?


프로메테우스 :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진 것 같다. 수습을 해야 할 텐데,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나?


이수봉 : 정권과 자본이 파견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니까,단순히 골이 깊어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제 분노가 치민다. 20년 넘게 월급 100만원도 안되게 받아오면서 이 자리를 지켜왔다. 여기 있는 활동가들이 다 마찬가지다. 그런 척박한 조건에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을 그렇게 매도한 거다. 게다가 기아차 비리 사태로 인해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까지 하다. 언젠가 8시 뉴스에서 ꡐ오랜만에 훈훈한 소식 전하겠습니다. 민주노총이 사회공헌기금을 통해 연대의식을 강화했습니다ꡑ 라면서 마무리 말로 ꡐ정치권도 배웠으면 합니다ꡑ라고 보도에 나온 적이 있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운동세력이정권을 잡으려면 바로 이런 사례들이 축적되어야한다. ꡐ저 사람들은 역사와 사회를 끌고 갈 자격이 있다ꡑ는 평가를 대중들로부터 들어야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하는 짓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견이 있으면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그래도 안되면 참고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한 거다. 하다가 안되면 투표를 통해 끌어 내리면 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기조를 달리하는 집행부가 당선된 것이라면 이를 지켜보고 나중에 평가해서 바꾸면 될 일이다.

물론 지금도 저는 반대하는 분들도 모두 동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앞으로 최대한 설득하고 납득을 시킬 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폭력을 행사했던 사람들은 한 번 정도는 자신들의 생각에 대해서 고민해야한다. 내가 한 말도 100%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들도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철학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한번 정도는 해야한다.


프로메테우스 : 14일 중집에서 논의한다고 했는데, 2월 총파업 투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인 듯하다.


이수봉 : 솔직히 말하면 힘이 약하니까 대화를 하자는 거다. 국공합작이 뭔가 공산당이 힘이 약하니까 합작하는 거 아닌가. 총파업을 할 수 있다면 사회적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금속연맹, 공공연맹이 관건인데, 파업을 할 수 있는 지 정확하게 판단해 오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못한다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래서 이렇게 판을 만드는 거고.


프로메테우스 : 조합원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이수봉 : 노동운동, 사회운동을 해온 사람들로서 넘지 말야할 선이 있다고 본다. 전략전술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우리 스스로 정한 규약과 규정을 존중하면서 민주적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 그 결론이 오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새롭게 전술을 수립하고 가면 된다. 민주노총을 어렵게 만들어서 누가 가장 이익을 보겠나? 이번 사태로 누가 뒤에서 웃을 지 생각해야한다. 지금 집행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이대로 두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전술로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전술을 추진하려는 것이고 바로 그 맥락에서 대의원대회를 배치하고 있다. 이것을 방해하면 정말 비정규 법안에 대해서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고민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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