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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 않아

  • 등록일
    2006/12/21 02:31
  • 수정일
    2006/12/21 02:31

미워하던 마음이 녹았음을 깨달았다.



제대하고 나서 한학기동안 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 친구의 수없는 연락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를 딱 두번 만났다.

가끔 유쾌하기도 했던 날에만 만났고,

만나면 그냥 밥을 먹고 헤어졌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막 떠벌려 놓지만,

그냥 그렇게 떠벌려 놓지만...

평소에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은 그 이야기들로 모두 가려두었다.

마음의 어느 구석에도 그런 이야기들은 없다는 듯한 뻔뻔한 자세 그 자체였다.

 

나를 궁금해하는 그 친구에 대해... 이제야 깨달은 게 있다.

내가 그 친구를 처음부터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

나도 말하고 싶은 욕구에 가득차 있었다는 것.

그 친구가 궁금해하던 것을 표현했던 그 순간에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내가 미워하던 것은 그 친구가 아니라,

결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 순간의 내가 아니었는지...

그렇게도 미워하던 그 순간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될까봐

끝내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제야 내 마음도 상처도 다 녹아버려서,

그 친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나에 대한 미운 감정이 지워지고 있는 거야.

 

그저께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먼저 연락한 것은 내가 입대하기 몇 개월 전의 어느날 이후로 처음일 듯...

밥먹고 있는 중에 전화를 받았다는 그 친구는

또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일상을 확인하고, 얼마나 바쁜지 확인하고

당장은 안되니, 조만간에 만나자고 그런다.

나는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게 절대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예전과 똑같은 이야기일 뿐인데,

불과 며칠전까지는 그게 그렇게도 싫었던 것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고, 고맙기까지 했다. 신기하다.

어느 날에 그 친구를 만나서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다.

물론 지나간 이야기는 다시 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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