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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온다

  • 등록일
    2006/12/29 04:40
  • 수정일
    2006/12/29 04:40

졸린 건 사실이고, 자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오늘 과외 3군데 가야한다. -_-)

 

그러나, 또 이렇게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앉아 있다.

내 주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전역한 직후에 가진 돈이 300만원정도 있었는데,

(부대에 있는 동안에도 아르바이트를 했던지라...)

등록금을 250만원가량 내고, 과외를 4군데를 구했으나,

소개소에서 구한 것이라서 처음 한달은 다 떼이는 거였고 해서

무려 두달동안 가진 돈을 모두 탕진했다.

(물론 지금은 두달전보다는 경제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지만...)

 

당연히 집을 구할 돈은 없는 상태였고,

(물론 이번학기에 휴학하고 돈을 벌려고 했으면, 월세는 구할 수 있었겠지.)

그래서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이 집의 전세금 중에 내 돈은 한푼도 들어가 있지 않다.)

 

오늘 회의를 했다.

나더러 이 집에서 나가달라고 한다. 같이 있기 불편하단다.

내가 지금 가진 돈으로는 나가기 힘들다고 이야기하자,

그렇다면 고시원에라도 들어가란다.

지금의 나의 한달 수입에 비해 고시원의 방값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는 거다.

오늘의 회의는 이것을 내가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회의가 된 것이다.

 

나가겠다.

설령 아무데도 못가고 얼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집에서 며칠내로 나가겠다.

이 분들 불편한 거 내가 미처 몰라봐서 미안하다.

내가 불편했던 거 말하기도 전에, 다 아는 척하고 이해한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실제로 이해한 상태는 아니라는 거 다 알고 있다. 듣기 싫다는 거지.)

나만 몰랐던 거다. 이 분들이 불편해하는 거... 듣느라고 지겨웠다.

이젠 나랑 상관없잖아. 여긴 더 이상 내집, 우리집이 아니다.

 

나는 이 집의 전세금에 한푼도 보태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불편함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내가 처음부터 이 집에 들어와서 살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나는 전역 후에 학교 안다니면서, 과외만 해서 일단 돈을 벌 생각이었다.

그런 나에게 학교를 같이 다니자면서, 이 집에 들어와 살라고 했던 거다.

그리고 한 학기동안 나로 인해 학점의 이득을 얻으려고 했던 거다.

내가 기말고사를 앞두고 연애를 하면서

마지막에 이 분의 학점을 지켜주지 못하자

종강후에 바로 이렇게 내쳐버리는 것이다. 이젠 나는 필요없는 존재일 뿐...

(참고로 이 분은 다음 학기에 휴학을 하겠단다.)

기분 드럽다.

 

그래서, 어쨌든 살 곳을 구해야 한다.

늦어도 1월 7일까지는 나가기로 했으니, 딱 열흘 남았다.

(그때까지 방을 못 구해도 그 이후로는 다시는 이 집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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