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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찾기에 대하여

  • 등록일
    2007/06/04 01:59
  • 수정일
    2007/06/04 01:59
[윈도우 중독]에 관련된 글. 이글은 어차피 음모론이므로, '그건 아니잖아'라는 비판은 무조건 허용해요. 전혀 근거가 없는 비판이라도 말이죠.ㅋㅋ


1. 지뢰찾기란? (괄호안의 내용은 윈도우 XP의 지뢰찾기 고급버젼을 기준으로 함) 지뢰찾기는 장방형의 땅을 적당한 (가로 30칸, 세로 16칸) 크기로 분할하여, 그 중에 몇 군데(99군데)에 있는 지뢰를 찾아내는 컴퓨터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엄밀히 말하면, 지뢰가 아닌 땅을 밟고, 지뢰인 땅은 깃발만 꽂아두거나, 그냥 두어서, 모든 지뢰가 아닌 땅을 찾아내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게이머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지뢰가 아닌 땅을 밟았을 때, 그 땅 주위의 8칸에 지뢰인 땅이 몇 개가 있는 정보뿐이다. 게이머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온갖 논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지뢰인 땅과 지뢰가 아닌 땅을 구별할 수 있다. 2. 지뢰는... 지뢰는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뢰찾기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테제다. 그런데, 이 테제 속에는 한가지 중대한 전제가 깔려 있다. 지뢰는 피해야 하는 것, 어쨌든 지뢰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 없다. 지뢰찾기 게임에서는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어떤 지점이 지뢰라고 100% 확실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뢰를 제거하고 다음의 길을 가지는 않는다. 그냥 지나쳐갈 뿐이다. 그리고 그 곳에 지뢰가 있다는 사실은 다음의 지뢰를 찾는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물론 지뢰인 지점에는 깃발을 꽂아둘 수 있다. 하지만, 깃발은 언제든지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서바이벌 게임의 경우, 최후의 생존자가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왜 그가 생존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 (물론 게임이므로, 실제로 죽이지는 않겠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왜 생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는 점이다. 지뢰찾기도 마찬가지다. 지뢰는 피해야 하는 것이고, 지뢰가 아닌 땅을 남김없이 다 밟아야 하는 것이지만, 왜 지뢰는 피해야 하고, 지뢰가 아닌 땅을 찾아서 서바이벌게임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 그냥 게임이므로, 주어진 게임의 논리에 순응하면서 그 안에서의 논리적 추론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뿐이다. 3. 논리적 추론 과정 시간기록계가 없는 지뢰찾기 게임에서는 오직 논리적인 추론과정이 중요하게 사고된다. (물론, 지뢰찾기의 특성상, 처음에 몇군데는 무작위로 찍어서 알아내야 한다.) 논리적 추론은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이 그림은 지뢰찾기를 실행해 놓고, 젤 왼쪽, 젤 위의 칸을 연 결과다. 이 그림에서 각각의 숫자는 그 땅 주위의 8칸 중에 지뢰가 몇 군데 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숫자가 없는 곳은 주위에 지뢰가 없다. 이때는 게임에서 자동으로 그 주위의 땅 8개를 모두 열어준다.) 이제 이 그림에서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중간에 세로방향으로 1,2,1의 순으로 써 있는 부분을 보면, 2의 바로 오른쪽은 지뢰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곳이 지뢰일 경우에는 위 아래의 1에 해당하는 지뢰도 바로 그것만이 해당되는데, 이 때에는 2의 주변에 지뢰가 1개뿐인 결과가 나오므로 모순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2의 바로 오른쪽은 지뢰가 아니다. (귀류법) 그렇다면, 2의 주변 땅 중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곳은 3군데인데, 그 중, 1곳이 지뢰가 아닌 것이 확실하므로, 나머지 2군데가 지뢰가 된다. 이 그림은 추론의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추론을 통해, 지뢰가 아닌 곳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하여, 지뢰가 아닌 땅 전체를 다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4. Worst Case 말 그대로 최악의 경우가 있다. 더 이상의 어떠한 논리적인 추론이 불가능하고, 확률게임으로 전환되어 버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즉, 아무리 생각해도 확인되지 않은 땅에 대해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경우다. 이 그림에서는 거의 모든 땅을 다 확인했고, 오른편의 4곳이 남았다. 이 중에 두 곳은 지뢰, 두 곳은 지뢰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곳이 지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주위의 숫자들을 모두 확인해도, 두 가지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네 곳의 땅 중에 왼쪽 위와 오른 쪽 아래가 지뢰일 수도 있고, 반대로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가 지뢰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찍어야 한다. 결국 나는 왼쪽 위의 칸을 열었고, 이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물론, 이건 운이 없었을 뿐이다. 이건 또 다른 경우다. 이 그림에서도 거의 모든 땅을 다 확인했고, 왼쪽 위의 2곳이 남았다. 이 중에 한 곳은 지뢰, 한 곳은 지뢰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곳이 지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이 경우도 두 가지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위쪽을 열었는데, 다행히도 지뢰가 아니었다. 5. 시간기록계 (게임 화면에서 오른쪽 위에 있는 디지털 숫자가 시간기록계다.) 이 글의 가장 중대한 목적은 바로 '시간기록계'에 대한 내용에 있다. 지뢰찾기 게임에는 시간기록계가 있다. (내꺼에는 있던데, 혹시 시간기록계 없는 게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이 시간기록계 하나로 인하여, 지뢰찾기 게임은 자신의 본질을 크게 변형시키고 만다. 시간기록계가 없는 경우에 지뢰찾기는 오직 지뢰가 아닌 곳을 모두 찾아내는 것이 목표가 되는데, 시간기록계를 통해서 그것을 달성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빨리 찾아내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것으로 인하여, 지뢰찾기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변신한다. 여태까지 살펴봤던 지뢰찾기 게임을 하는데에 중요한 능력은 논리력과 Worst Case에서의 약간의 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손빠르기이다. 지뢰찾기 게임에서는 어느정도 불필요한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 마우스에 특별한 기능이 하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왼쪽 클릭은 지뢰가 아닌 땅에 하는 것이고, 오른쪽 클릭은 지뢰인 땅에 깃발을 꽂는 것이다. (깃발을 이미 꽂아둔 곳에서는 왼쪽 클릭은 되지 않으며, 그 곳에서 다시 오른쪽 클릭하면, 깃발을 해제할 수 있다.) 이것 외에 마우스 버튼 두개를 동시에 누르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사용한다. 이 그림에서 지금 깃발이 꽂혀 있는 곳은 100% 확실한 지뢰다. 그런데, 그 지뢰의 바로 아래에 숫자가 1이다. 그렇다면, 그 1은 바로 위의 지뢰를 가리키는 것이고, 1 주변의 다른 땅에는 지뢰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 그 1에 마우스 커서를 대고 마우스 버튼을 두개 다 누르면, 1 주위에 깃발이 없는 땅은 모두 열린다. 다음 그림과 같다. 이것은 왼쪽 클릭을 여러번 해야하는 것을 한번에 해결하는 기능이다. 오직 시간 단축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단축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 되고, 최고기록을 세워야 하는 게임이 되고 나니, 최초의 논리적 추론은 줄어든다. 바로 위의 예처럼, 나름대로 단순한 추론의 경우에는 그냥 하지만, 복잡한 추론이 요구되는 경우, 즉 생각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쉽게 포기하고 운에 맡기는 게 기록을 세우는 데에는 더 좋다. 물론 운이 안 좋았으면, 다시 새로운 게임을 하면 그만이다. 이제 논리적인 추론은 그 소요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자주 등장하는 추론의 예는 게이머의 기억속에 철저하게 암기되어서 적용되며, 자주 등장하지는 않은 복잡한 추론의 예는 깨끗이 운에 맡기는 쪽으로 결정된다. 물론, 그 운의 경우도, 많이 해보면, 맞힐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왜냐하면, 운이 작용해야 하는 경우들이 꼭 확률이 1/2이 아니다. 높은 확률을 가진 경우가 있고, 낮은 확률을 가진 경우가 있다. 게이머는 경험을 통해서, 그 확률을 체득하게 된다. (논리적인 사고가 아니다.) Worst Case의 문제는 조금 달라진다. 게임의 맨 마지막에 Worst Case가 발생했다면, 그냥 재빠르게 찍으면 된다. 그런데 게임의 초반이나 중반에 Worst Case가 발생하면, 이 경우에는 마지막까지 기다려서 찍는 것보다 일단 그 부분에서 먼저 찍는 게 낫다. 어차피 틀릴 거면, 빨리 다음 게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뢰찾기는 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즐기라고 설계된 게임인데, 빠른 작업속도를 요구받게 되면서, 논리적인 추론 과정은 곧 소요시간을 의미하게 되어,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 되고 만다. 그리고 남는 것은 몇초에 성공했는가의 1위 기록들 뿐이다. (은근히 133초 달성했다 이거지.ㅋㅋ) 6. 그렇다면 지뢰찾기는 무엇인가? 지뢰찾기에서는 생각을 요구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으로, 빠르기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주관적인 의견을 묻는다면서, 실제로는 제한시간 안에 정해진 수의 글자를 채워야만 하는 대입논술을 비롯한 여러 시험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추론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보다 추론의 결과물이 중요한 것은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 수학을 공식 암기하듯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빠른 작업속도를 중요시하여, 그나마 지뢰찾기의 재미를 제공할 지도 모르는 논리적 추론 과정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데올로기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 빠른 작업속도를 고려하여 실행으로부터 구상을 분리시켜버리는 테일러리즘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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