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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 등록일
    2006/08/21 04:39
  • 수정일
    2006/08/21 04:39

배여자님의 [많은 남성들은 알까?] 에 관련된 글.

술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전역하고 서울에 와서, 별로 할 일 없다가

어쩐 일로 후배 한명에게서 밥먹자고 전화가 왔길래,

나가서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

둘이서 피시방에 앉아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2:2팀플 - 역시나 거의 다 이김)

저녁을 먹을 때부터 술을 마셔서

대강 4차 정도는 달성하여

소주를 일곱병을 마셨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슨 생각일까요?

 

머 그건 좋은데, 새벽 3시에 그 후배를 택시를 태워 보내고

나는 집까지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걸어갑니다. 차가 다니는 커다란 도로가 있는데, 그 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어떤 남성이 내 뒤를 쫓아서 걸어옵니다.

물론 그 남성은 그냥 자신이 갈 길을 갈 것입니다.

나도 그건 알겠습니다. 아니,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잘 모릅니다.

그 남성이 나를 노리고 오는 것인지 또 어찌 알겠습니까?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걸었는데, 그 남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횡단보도를 만났고, 여기서 신호를 기다려서 건너야 합니다.

나는 조금 과감하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내가 걸어온 길 쪽을 돌아봤습니다.

역시 그 남성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 동네는 예전에 살인사건이 있었던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길의 어딘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살인사건의 장소가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이 내가 도로를 따라 걸었던 15분동안 내 머리에 박혀버렸기 때문에,

내가 마지막 순간에 횡단보도 앞에 서서,

그 남성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 남성이 내 옆으로 그냥 지나갑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 집까지 들어오던 길에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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