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돈으로 달라

  • 등록일
    2007/07/04 02:07
  • 수정일
    2007/07/04 02:07
탈주선님의 [군가산제도의 부활과 전거성]에 관련된 글. 군가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군대에서 남성들이 한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보상이 되었다면, 군가산제따위는 필요하지 않겠지. 국방의 의무라는 명분아래 한달에 88,000원(2007년 병장 월급 기준)만 주고, 사적 생활을 통제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런 기형적인 집단에서 2년동안 살고 나오면,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다. 울 아버지는 나 어렸을 때부터 군대가면, 옷 입혀줘, 밥 먹여줘... 돈 들 데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군대에 있던 2년은 내가 집안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시간이었다. 아무런 수입을 창출해내지 못하고, 돈 들어가는 일은 많은 곳이다. (심지어, 나는 출퇴근을 했지만, 교통비도 100%지원이 되지 않았다는 점...)


어쨌든 군대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그곳을 거친 남성들은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사회에서 2년동안 자신이 도태되어 있던 느낌도 그렇고, 전역하고 나왔을 때 느끼는 경제적인 박탈감. 나도 전역한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군대에 있을 때의 경제적 사정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어디 나만 그러겠는가... 또 군가산제를 부활시키자고 한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물론, 군가산제는 여성을 비롯한 군미필자들을 차별하는 제도일 뿐이다. 이런 비판 역시 매우 타당하고, 또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군가산제는 예비역들의 착취당한 노동력에 대하여 보상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냥 지나간 시간에 대한 경력으로서의 보상의 성격을 가질 뿐이다. 물론 경력에 대한 보상 역시도 입사한 후에 봉급에서 경력을 고려해주는 것이 그나마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굳이 군가산제다. 군대에서 남성중심적이고, 전쟁지향적인 문화를 경험한 자들을 우대하고, 군대문화를 접하지 않은 자들을 차별하는 건 대한민국이 병영국가에서 한치도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보상 끝이다. 나같이 취업의 의지가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나는 차라리 현금으로 보상하라고 말하고 싶다. 2007년 법정 최저임금으로 설정된 시급 3,480원으로 치더라도, 하루에 8시간 노동을 했다고 치더라도 (군대 규정상 일과는 그러하니...) (3,480원)×(8시간)×(365일)×(2년)=20,323,200원이다. 여기에 초소근무 등의 야간근무수당, 위험근무수당 등을 붙여야 할 것이다. 지금 저 돈을 군가산점 몇점으로 바꿔서 주겠다는 것뿐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돈이 없다고 하겠지. 돈이 없다면, 국방의 의무도 없어져야 한다. 2년동안의 노동력에 대하여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못하는 국가를 위해 애써 일해서 무엇하겠나.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야..."라고 말하는 것은 보상을 못받는 예비역들의 대리만족형 자위행위에 불과하다. 결국 군가산제는 돈 없는 병영국가에서 많은 병사들을 거느리기 위한 이데올로기 통제장치에 불과하다. 예비역들을 여성을 비롯한 군 미필자들보다 조금이라도 사회에서 우위에 서게 하여 군대에서 착취당한 노동력에 대한 예비역들의 불만어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는 것 뿐이다. 남성 노동력에 대한 이상한 착취를 정당화하는 이중적인 억압구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