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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고 총기사고

  • 등록일
    2007/04/21 00:31
  • 수정일
    2007/04/21 00:31
병사 2명 탄약고 근무중 총기사망 경계근무 실탄휴대 논란 재점화 가능성 이 기사의 제목만 봤을 때는 혹시 내가 있던 부대가 아닌가해서, 내 후임으로 있던 녀석들이 죽은 게 아니기를 바라면서 확인했는데, 내가 있던 부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에게는 절대로 끝난 일이 아니다. 2006년 4월 24일 07:40 탄약고 주간 근무조가 처음으로 경계초소로 투입될 때, 나는 그들에게 처음으로 실탄이 들어있는 탄입대를 지급했다. (물론 실탄경계지침이 하달된 것은 그보다도 며칠전의 일이었고, 나는 이 순간을 위해서 며칠동안 탄통과 탄입대를 제작해야 했다.-_-) 그 뒤로 내가 8월에 전역할 때까지, 내가 매일같이 체크하던 헌병속보에서는 끊임없이 총기사고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내가 있던 부대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고 할까? 나는 그런 상태에서 전역했고, 지금도 그 부대에서는 이런 고민들을 계속 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한달동안은 총기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몇번이고 실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고, 사이가 좋지 않은 병사들간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사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저 당장은 어떻게든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 그 이상은 아니다. 분명히 2005년 7월에 있었던 (물론 그 이전에 있던 사건도 있지만...) 총기피탈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에밀리오님께서 하실 말씀이 많을 듯 하나...) 후방부대 실탄지급을 결정한 것은 아마도 총기피탈사건에 대한 대책을 생각하다가 나온 발상이었을 거라고 본다. 총기속에 실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경계병을 우습게 알고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경계병이 실탄을 갖고 있다면, 그런 식의 공격은 있을 수 없다는 거다. 이런 결정을 할 때, 그들은 자살사고에 대한 고민을 과연 얼마나 했을까? 그런 걸 예상이나 했을까? 군대에서는 '見敵必殺'(견적필살)이라는 말을 가르친다. "적을 보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체 누가 '적'인가? 경계초소에 접근하면서, 수하에 불응하는 모든 이들이 적이 된다. 그리고 경계병은 그런 '적'을 향해 쏘라고 교육받는 것이다. (물론 우선 공포탄부터 쏘라고 하겠지만...) 총기피탈사건은 '적'을 죽이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규정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까지도 누군지도 모르는 '적'을 향해, 경계병들은 실탄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적'은 때로는 나를 구박하는 선임병이 될 수도 있고, 간부들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적'은 때로는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실탄을 휴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인이니까. 지켜야 하니까. 군인정신으로 어떻게 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거 며칠전에 있었던 버지니아 공대에서의 사건을 보고도, 그래도 총기를 휴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다음과 의문이 생겼다. 첫째, 총기피탈사건에서 만약에 경계병들에게 실탄이 있었으면, 범인들에게 실탄을 쏴서, 범인들을 죽여서, 그런 일을 안 당할 수 있었을까? 둘째, 총기를 휴대하는 것의 본질이 자기방어적인 것이라면, "정당방위로 총을 쏴서 사람을 죽인 사건"들이 "걍 총을 쏴서 사람을 죽인 사건"보다 훨씬 많아야 하지 않을까? 셋째, 이렇게 사람들이 총이라는 녀석들로 인해 죽어가는데, 그래도 총기를 휴대해야 하고, 그래도 모든 곳에 실탄을 주어야 할까?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번주에 두번이나 있었던 총기사고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총, 그리고 실탄이다. 누군가가 들고 있는 당신을 죽이는 데에 쓰일 지도 모르는 물건. 바로 그게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 군에서 2006년 4월 24일 이전의 경계작전지침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최소한 총기 휴대를 가능하게 하는 미국의 법을 고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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