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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 등록일
    2007/03/20 20:45
  • 수정일
    2007/03/20 20:45
오늘 어떤 사람의 강연에 다녀왔다. 강연자는 어떤 언론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시간에 어떤 사람이 그 언론에서의 기업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이에 대하여, 강연자가 현재 그 언론의 재정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낱낱이 하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그들이 평소에 주로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기업의 광고를 끌어올 수 밖에 없게 되더라는 약간은 자조적인 변명을 했고, 또, 그 언론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이 많이 구독해야한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구독신청서를 들고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버스를 탔는데, 내 뒤쪽으로 4명의 일행이 탔고, 아마도 그 강연을 듣고 나왔나보더라. 자기들끼리 강연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대기업광고와 재정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은 짜증난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듯, 그부분은 없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듯... 비웃어버렸다. 그 사람들은 강연자의 그런 태도가 농담이었을 거라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궁색하게 강연하러 와서 도와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건지... 운동의 대의가 중요할 뿐, 돈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나도 그 언론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긍정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재정부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구독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강연자가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재정의 부족으로 못하는 게 얼마나 많고, 또 재정이 부족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상황이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강연자나, 그 언론 자체도 완벽한 대안을 마련해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밖에 이야기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다른 대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기업광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나는 대기업의 광고를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런 걸 가지고 나쁘다고 말할라면, 비웃어버릴라면, 강연자가 자기의 고민수준을 솔직하게 말했던 것만큼 재정문제에 대한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는 어떤 사람들에게서 혁명적인 노선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나도 그런 면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사람들을 상정하고, 이번 강연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대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였기에, 실망했고,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생각은 대안을 남들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이미 대안을 찾아준 다른 사람을 강연자로 모시려는 타자화된 생각에 불과하다. 대기업광고를 받는 그 언론의 행동이 나쁘거나, 실망스럽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이유로 비난하면서, 그 언론을 배제하려고 들지 말고, 그 언론이 어떻게 해야 적절한 건지, 자기 스스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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