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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 2

  • 등록일
    2006/09/12 02:57
  • 수정일
    2006/09/12 02:57

'무거움 1' 또는 '무거움' 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도 없이 바로 '무거움 2'라고 쓰게 되는구나.

 

요즘 사교육의 전선에서 돈을 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돈을 벌 준비를 하고 있다)

군대에 있는 동안 했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이번학기 등록금에 몽땅 털어놓고는, 생활비도 거의 없어서 허덕이고 있지만,

그래도, 아니 어떤 경우라도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부모님도 돈을 벌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설령 돈을 벌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그렇다.)

당장의 생활비와 다음학기 등록금 때문에, 과외를 시작했다.

 

제대하고 나서 서울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과외를 구하려다 보니까

머 별다른 방법도 없고, 결국 소개소에 등록했다.

내가 등록한 소개소는 좋은(pay가 높은) 자리들이 잘 들어오는 편인데,

문제는 한달치를 몽땅 떼어간다는 것. 좀 당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내가 돈을 받을때까지 한달은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타인의 도움없이 버티는 게 가능할 듯 하다.

 

어쨌든 현재 두군데를 구했다. 이 두군데만 잘 굴리면, 몇년은 돈 걱정 안해도 될 듯 하다.

(물론 제때제때 돈을 받고, 짤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좀 답답한 게 생겼다. 과외 시각이 두군데 모두 밤 9시~11시이므로,

일주일 중에 4일은 돈벌이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고,

(나는 과외를 하러 가기 전에는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 잠을 좀 자야한다.)

더군다나 그 4일중에는 토요일까지 끼어 있다.

(주말에 집회 나갔다가 중간에 과외가게 생겼다.)

이렇게 되고 나니, 처음에 학원강사자리 토요일만 하는 곳,

들어왔던 거 괜히 차버렸다는 생각도 든다. 머 하여튼 현실이 꽤 복잡하다.

 

 

하여튼 지난주에는 이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소개소와 학생들의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하루하루 했던 일들을 돌아보면, 그리 바빴던 것은 아니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다른 것들을 많이 돌아보지 못했다.

그와중에도,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과 술먹고 말싸움도 하고,

그래서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지는 기현상이 생겼다. (물론 지금은 집에 있다.)

 

그런게 요즘 내 일상이다. 아 물론 학교에서 아직까지 전출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1학년 1학기때 이후로 이런 거 처음이다. 보통 개강은 학교 안 가고 시작했으니...)

복학생은 다르긴 다른가 보다. 사실 난 이번학기 학고 맞으면 짤린다.

그것도 그렇고, 학점이 안 좋으면, 한학기를 더 다녀야 하므로,

어쨌든 학교 수업을 무시할 수도 없다. (숙제, 시험, 발표 등등보다도 출석이 젤 힘들다.)

어차피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이왕 학점 신경쓸 거 장학금을 받으면 좀 더 좋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 되면서, 내가 밖에 나와서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나오고 싶었던 것은 아닐텐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썼던 (여기에, 혹은 몇년째 운영하는 실명홈페이지에...) 글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하나의 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거움'이라는 제목으로 내 실명 홈페이지에 2006년 5월 23일 01:15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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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거기 있지 않고, 여기 있는 거지.

 

 

몇년전쯤에 잠시 알고 지냈지만, 꽤 오랜 기간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면서 지냈지만...

지금은 보더라도 그 사람이 내 얼굴이나 기억할런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미니홈피에 어쩌다가 잠깐 들어갔다가 본건데...

그것도 그냥 게시물도 아닌, 다이어리에 저런 표현이 적혀있었다.

(남의 다이어리의 글귀를 담아올 생각을 하다니...)

대추리에서 일이 있었던 바로 그날이었다.

 

 

"나는 신분이 이따위여서... 어쩔 수 없지. 그나마 그 동네와 멀어서 진압군이 되지 않은게 어디야."

이렇게 생각하던 마음속 변명은, 저 글을 본 순간 모두 사라지고...

내가 여기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어떤 표현도 쉽게 하기가 어려웠던 것.

국방일보에 대추리의 일에 대해 온갖 흑색선전을 해도,

그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한번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그런 기억들이 머리속에 자리잡고 말았다.

병장 3호봉이고, 계급으로도 위로는 몇명 없고, 나이로 밀어붙이면 아쉬울 것도 없는 상황이어도,

이런 것만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해도,

나의 지난 20일의 기억에 대추리의 일은 너무나 먼 남의 나라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내가 이렇게 무개념한 사람으로, 차가운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인지...

개같은 세상을 보고도 아무말도 못하는 게 습관이 된 건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왜 거기 있지 않고, 여기 있는 건지...

그건 정작 내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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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어떤가?

이제는 부대안에 갇혀 있지도 않은데, 똑같은 생각을 또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서울이긴 한데, 이곳은 내게 어떤 의미의 서울인지...

국방부에서는 기민하게도 빈집강제철거를 한다고 그러던데,

나는 아무생각없이 어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그저 반대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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