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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도용 사건 (4)

  • 등록일
    2007/04/08 13:11
  • 수정일
    2007/04/08 13:11

[명의도용 사건 (3)]에 관련된 글.

그리고 달군님의 [네이버가 내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내라네]에 관련된 글.

 

어느 순간부터는 이거 쓰기 싫어졌다.

내가 당했던 것들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주민등록증 사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여기에 연결해서 한마디 하려고 한다.

 



당신의 주민등록증 사본만 있으면

당신이 없어도 당신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최초의 문제였다.

물론 K가 '점포없는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는 했으나,

어쨌든 내가 없는 곳에서 내 명의로 휴대폰이 개통되었다.

이것은 결코 K의 개인적인 잘못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본인 확인의 여부가 철저하게 주민등록증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는 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을 넘겨준다.

대리점에서는 그것을 복사기에 넣어서 사본을 제작한다.

그 사본은 당신을 '위하여' 어떻게 쓰일 지는 모르는 일이다.

 

주민등록증 사본은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 명의로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게 당신이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주민등록증 사본만을 가지고는 절대로 알 수 없다.

 

결국 휴대폰 대리점을 하던 K도 믿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그런 K를 통해서 휴대폰을 개통시켜버린 이동통신사는

요금을 내라는 이야기만 하지, 자기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뻔뻔하게 군다.

또 네이버는 자기들 마음대로 블로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놓고,

삭제할라면 블로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달라고 한다.

네이버는 믿을 수 있을까? 꼭 네이버만이 아니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주민등록증 사본을 요구하는

어떤 존재들에 대하여 믿을 수 있을까?

 

 

피해의식

 

가끔 한가할 때, 길을 걷다가,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보이면,

한번쯤 들어가서 확인해본다. 내 이름으로 가입된 휴대폰이 또 있는지...

물론 이것을 하기 위해서도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줘야 한다.

나의 개인정보, 나의 주민등록증, 나의 주민등록번호가

이미 나를 구속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경제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한번 당하고 나니, 늘 불안하다.

그건 K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라,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증이 없으면, 전산실도 출입하지 못한다.

나는 학생이지만, 정말로 학생증을 만들기 싫다.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여러개의 신분증. (단 하나의 신분증이라도 마찬가지...)

그건 곧 내가 나임을 증명해야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건, 누군가가 자신이 나라고 증명하여,

나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곳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신분증이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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