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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예외적인가

 

얼마전 사회과학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페미니즘 강의에 갔다. 젊은 연구자가 강의를 한다는 것밖에는 모르고 갔었는데 가보니 해러웨이 강의였다. 세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얘기들을 했고 해러웨이에 대해 잘 몰라서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이 분이 강의를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던 것은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보편적인 억압이 존재하는가"

"성매매인가 성노동인가"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사회에서 성만이 예외적일 수 있는가"

"(성이 상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순결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것이 아닐까"

 

나는 이와 같은 주장이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강의를 하는 동안 나는 반론을 제기했고, 강의 동안 그리고 술자리에서 그 연구자는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밝혔지만 나는 우선 그 분의 생각보다는 애시당초 나온 저 주장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싶다. 왜냐면 이 글은 그 연구자에 대한 반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상황이 어수선해서 그 분 생각이 어떤지 잘 정리되지 않았다) 또한 나는 연구자도 아니고 이론가도 아니기 때문에 성에 대한 단순한 나의 느낌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저런 주장은 그 연구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그동안 많이 제기되어온 주장이다. 5년전 방지법 시행 이후에 어떤 사이트에서는 육체노동자로 보이는 어떤 남성(그는 전부터 글을 계속 써왔다)이 "나도 몸 파는데 왜 그 여자는 몸 팔면 안돼"라는 식의 울분을 터뜨리는 글을 썼다. 그에게는 자신이 노동력을 파는 것과 그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이 비유적이기는 하나 동일하게 몸을 파는 것이 된다. 그러나 성매매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노동(질료의 변형)이 아니라 성기의 임대이다.

 

그렇다면 왜 성은 문제가 되는가. 나는 이것에 대해 달리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바꾸어서 성이 문제가 안된다면 성폭력도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논리에 도달한다고 본다. 성이 문제가 안된다면 성폭력도 일반 폭력가 다를 바가 없고 실제로 내가 술자리에서 이런 주장을 했을 때 내 앞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은 바로 그렇다고 했다. 구타를 당해도 그 정신적 충격이 성폭력을 당했을 때와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바꿔말해 언어폭력과 성적인 언어폭력은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이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사회관계를 무시하는 발언이며, 남성도 군대에서 구타를 당했을 때와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그 정신적 충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심지어 군사정권 때는 고문을 할 때 "너네 빨갱이들은 거기도 이렇게 생겼냐"고 모멸을 준 사례도 있었다. 성적으로 모멸감을 줄 때 인간은 가장 견디지 못한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사회가 비정하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못배우면 가난이 재생산될 뿐만 아니라 무시당하고 서럽다. 우리는 의료는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돈만 있으면 살릴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가족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성주의자는 그 모든 저항에도 불구하고 성은 상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난자매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매매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남자들은 난자는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데 반해 여성의 성은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성매매에 대해서는 성매매폐지무용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대리모 사업이 성행하고 있는데 대리모는 자궁임대와 아이 생산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노동개념에 가깝다. 대리모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난자매매, 장기매매, 매혈과 같은 판매들은 자기 신체에 대한 처분이라는 점에서 성매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낙태를 허용할 것을 원한다. 신체처분이라는 잣대로 이 모든 것을 동일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역주변에 있는 업소들 영업 못하게 한다고 성매매가 없어진다는 발상은 순진하지만 성산업 종사자들의 단 몇 퍼센트도 안되는 집결지 여성들의 단결이 성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시키는대로 할께요"라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프롤레타리아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을 조직화할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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