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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18
    김동민교수의 헛다리 신나게 긁기
    시민25

김동민교수의 헛다리 신나게 긁기

부제 : 판례의 평가절하는 또 하나의 문제

 

필자는 이른바 수구매체라 칭해지는 조선이나 동아등에 대해 우호적이니 적대적이니라는 정서가 없다. 각각의 경우 바른 비판적 시각을 갖고 해당 기사를 가려 읽으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김동민교수(이하 경칭 생략)는 오해가 없으리라 믿는다.

 

반론청구관련 국정홍보처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법원의 판결취지는 기사형태와는 상관없이 보도 내용의 핵심이 사실 주장이냐 의견 표명이냐에 따라 반론보도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현행법상 반론보도 청구 대상은 사실적 주장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기사는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어 반론보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 한다.

 

김동민 교수는  헌법학자들도 “사설·칼럼·해설엔 반론 청구 못한다” 합창이란 글에서 권력자의 편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하단 참조)

 

예를 들어 '노무현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노무현은 추하다'라는 명제들에서 전자는 사실관계적 서술이고 후자는 가치관계적 서술이다. 표현주체에 따라 후자의 명제는 '노무현은 예쁘다'로 될 수도 있다. 적절한 관점에서 작성된 주관식답안지는 모두가 정답이며 오답이 있을 수 없다.

 

또,  '노무현은 바티칸 대통령이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무현은 추하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시비할 수 없다. 이러한 미학적(Aesthetic)가치판단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한다면 곧 개성이나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동민은 가치관계적 서술인 의견인 경우에도 그 의견이 <틀린> 사실이나 정보를 토대로 표명된 경우에는 반론이 허용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에는 어떤 경우가 김동민이 상정하는 케이스가 될까?  3이 1+1의 결과라고 믿고 그 토대위에서 주장을 전개하는 경우가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김동민의 주장은 이렇다.
'틀린 사실이나 정보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견은 틀린 의견이다.'

 

김동민이 주장한 위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우선 주객을 분리시켜 문장을 재구성하여 진위를 판단한다면 아래와 같다.
틀린 사실이나 정보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견은 의견을 표명하는 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틀릴 수 없다.(False)
틀린 사실이나 정보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견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틀리다(김 동민 관점).(True)

 

다음에 이 경우 다투는 초점(focus)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릇된 토대를 기초로 형성된 의견자체가 쟁점이라고 이해한다면 헛다리를 긁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의견자체를 시정하려면 기초가 됐던 그릇된 토대를 지적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자체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허무한 일이 된다. 간혹 그릇된 토대를 기초로 형된된 의견에 대해 그 의견형성의 동기나 과정에서의 부주의등이 지적될 수는 있을 것이다.

 

1+1이 2인데도 3이라고 믿고 그 토대위에서 의견을 전개한 경우 3이라 믿은 것이 잘못임을 지적하면 족하다. 그른 토대를 기초로 전개된 의견자체는 그 그릇된 토대의 문제가 지적되어 시정된다면 그 가치는 이미 다한 것이므로 무용한 일이 되고 만다.

 

결국 유의미한 경우란 형성된 의견의 토대가 됐던 틀린 사실이나 정보를 바로잡은 후 그 토대위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인데 이것은 새로운 의견의 신규 등장이지 김동민이 가능하다고 이해하듯 이른 바 틀린의견자체에 대한 반론일 수 없다. 따라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의견에 대한 반론청구에 법률(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법률의 개입 한계-국가기관의 개입-를 말한 경우로서 사상 또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있는 판례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의미있는 판례의 가치가 권력자를 위해서 평가절하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동민은 이 점에서 결국 최고권력자를 위해 엉뚱한 주소를 들고 기웃거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설·칼럼·해설엔 반론 청구 못한다

입력 :2006-02-16 09:34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 
 
대법원이 언론의 의견표명이나 비평은 “반론보도 대상이 아니다”(동아일보 2월11일자 1면 톱) 라고 했다든지, “사설·칼럼·해설엔 반론 청구 못한다”(조선일보) 라고 했다든지 하는 기사(의 제목)들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反언론의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언론피해구제법이 인정하는 반론보도 청구의 대상은 사실적 주장에 국한되므로 의견 표명은 대상이 아니라는 게 새삼스로운 판결도 아니며, 특히 대법원이 사설·칼럼·해설엔 반론 청구를 못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극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기계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며, 따라서 사설·칼럼·해설에서도 사실적 주장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반론보도 청구가 가능하다.

이상은 국정홍보처-동아일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동아와 조선이 왜곡·과장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국정브리핑에 기고하였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미진한 부분과 추가로 따져야 할 사안이 있어 다시 신문들과 판결문을 뒤지기로 했다.

먼저 동아와 조선에 기고하거나 의견을 개진한 헌법학자들의 문제다.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동아일보 13일자에 <사설-칼럼에도 반론 청구하는 발상> 이란 제목의 시론을 썼다. 사설-칼럼에 반론을 청구하는 게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법학자가 2백만부나 찍어대는 신문에 기고를 할 때 관련법률과 판결문도 읽어보지 않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안 교수의 ‘발상’을 뒷받침해주는 조항이나 문장은 없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다른 의견’이야 분분하지만 세상에 ‘틀린 의견’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민주헌정의 기본 원리”라고 한다. 그럴까? 동아도 11일자 관련사설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틀린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논평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연 ‘틀린 의견’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의견’은 ‘사실’이나 ‘정보’를 기초로 하여 형성된다. 식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에서 형성된 의견이 아니고서야 백지상태에서 의견이 형성될 수는 없다. 그런데 사실이나 정보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틀린 사실이나 정보에 기초하여 형성된 의견은 틀린 의견이다. 따라서 틀린 의견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32년 전 판례가 지금까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날조된 사실을 근거로 하여 의견을 고집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동아·조선의 사설과 칼럼에는 그런 의견이 난무한다. 이런 의견도 존중하고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가? 존중할 수는 있어도 법의 보호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안 교수는 또 “나라의 최고 법원이 판결을 내린 사실을 단 한 줄,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는 언론기관도 있다”고 개탄한다. 일견 옳은 얘기다. 그러나 안 교수가 옹호해마지 않는 동아나 조선은 대법원 판결에서 동아가 기각 판정을 받은 동아의 상고이유 두 가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안 교수는 대법원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을까?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조선일보 13일자에 정부의 반론보도 청구가 너무하다는 내용의 시론을 기고했다. 반론권은 “논평 사설 해설과 같은 의견의 표명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아마 11일자 조선의 1면 톱 기사에서 큰 글씨의 제목(사설·칼럼·해설엔 반론 청구 못한다)만 본 모양이다.

문 교수는 또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를 다반사로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기 일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과민반응하는 측면도 있다. 이 점은 나도 누누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정부가 공연히 정직한 언론사를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를 다반사로 하며 몰아붙이는 것인가? 그것도 단순히 생각의 차이를 이유로? 그게 사실이라면 나라도 반정부투쟁의 선봉에 서겠다. 동아와 조선이 반론보도 청구의 사유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헌법학자로서 성찰할 일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동아가 “국정홍보처장이 본연의 업무범위를 벗어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정부성명 발표를 비정상적으로 남발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해 1·2심 판결은 반론보도 청구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부의 “성명들이 정부 차원의 정당한 반론권 행사라는 신청인 측의 주장을 게재”했으며, 동아일보 보도의 본질적 핵심은 이게 아니라 “신청인의 일련의 성명 발표가 그 내용상 부적절하다거나 정부의 권위에 비추어 남발된 것이 아닌가 라는 언론사의 의견 표명 내지 비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반론보도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본연의 업무범위’를 벗어났다는 표현은 반론보도 청구 대상이 되는‘사실적 주장’에 해당한다. 대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이게 동아일보 보도의 핵심일 수도 있다.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세무조사가 부당하다는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보도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사실적 주장과 단순한 의견 표명을 구별하기 위한 척도를 고안하는 등 고심하기는 했으나 이게 꼭 칭찬받을 일도 아니다. 사실과 의견의 명쾌한 구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자칫 의견 표명을 성역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보도 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사실과 의견을 그다지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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