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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s drifting (편집 중)

apple's drifting
8.4~8.10

(작년 동경 여행도 그렇지만 3박 4일은 너무 짧다. 아니 휴가가 너무 짧다. ㅜㅜ 작년의 동경여행기도 한 줄 남기지 못했다. 이번 휴가기록은 비록 멋이 없더라도 남겨보고 싶었다) 
 
계획했던 여름휴가를 몇 일 앞당겨서 휴가를 쓰게됐다. 아..하루라도 버티기가 이젠 더 이상 힘들겠다 싶기도 하고 이래서는 회사에 좋은 것도 아니니..하는 명분으로 휴가를 앞당겼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회사인간이면 누구라도 화려한 바캉스 계획은 없어도 좋으니 여튼 하루라도 빨리 쉬고 싶고 회사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간절할 거다. 특히나 크건 작건 리더의 위치에 있다보면 개인적인 도피의식에 더하여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이 정말이지 이제 막 폭발하려는 화산구의 용암이 포효하듯 마구 소용돌이 치게 되는데  나 역시.. 매년 이맘때즘 미칠 지경이 된다.  



 

원래 예정했던 휴가지와는 다르게 부산으로 향하고 하루 전 호텔 예약을 했다.
가족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부산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부산에 친척이 있어 부산으로 간다고 하면 친척을 지나치지 않을 수가 없을 상황이 되리라는 건 뻔하기 때문이다.  아.. 나는 아무하고도 얘기하고 싶지도 않으며 그 어떤 간섭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만약 내가 자취를 한다든가 혼자 사는 처지라면 꼭 어디를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좀비처럼 누워 7일간을 보내는 것도 희망사항일텐데..)
더구나 여름이면 올라오시는 이모들 중 한 분이 부산에서 올라오시기 때문에 나는 전날 늦은 야근을 마치고 다음날 가족과 이모들에게 무정하다시피 인사를 하고 여느 아침 출근을 하듯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래도 괜히 '부산'은  아니었다.
십대 전반을 부산에서 보냈기도 해서 성장기 가장 중요한 그 시절의 좋은 추억도, 또 상처가 되는 기억들도 많이 있었던 곳이라 언젠가 꼭 맞닦드려야 할 곳으로 생각이 되었다.
사실 부산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모든 항구도시가 그러하듯..... 난 항구도시와 인연이 깊은 편인데 고향인 군산이 그렇고 또 지금살고 있는 인천이 그러하다.  또 대부분이 일본 식민지 시대에 수출항으로 역할을 했었던 곳이라 일본 문화의 잔향(굳이 '잔재'..)이 곳곳이 남아져 있어 어느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이미지와 매력이 아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 영화들 중 이런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매력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경우,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거부감을 준다. 그들의 특유의 배타성, 거친 말투 (특히나 남자들의 부산 억양은 권위적이고, 여자들의 경우는 다시금 들어도 싹수가 느껴지지가 않는다. ) 등은 예나 지금이나 나에겐 지울 수 없는 편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어쨌거나 돌발적으로 가는 거라도 약간의 문화 정보를 좀 뒤져볼 필요성이 있었는데, 우선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가 있겠고.. 부산 시네마테크에서는 'B  무비 호러 특별전' 시즌이었다.. 아.. 거기에 부산락페스티발까지.. 좋다.. 이만하면 훌륭하다. 싶었다.

 

<미스테리 트레인>
빨리 갈 필요도 없어 새마을호를 탔다. 오히려 좌석이 넓은게 KTX보다 여유로웠다.  얼마전에 아나키가 추천해 준 미셀 우엘백의 '투쟁영역의 확장'을 챙겨왔는데,  지금과 같은 복잡하고 불안한 심경에 딱이다 싶다.  휴가 내내 볼 것이므로 사실 그 자리에서 충분히 독파를 할 만한 책임에도 조금씩 조금씩 주인공과 호흡을 맞춰가며 읽었다.  아나키는 오히려 이 책을 추천한 것에 미안한 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참한 말로에 있는 주인공에게 동류 의식이 느껴지는 그런 점이 나쁘지 않았다.

 

<광복동 남포동 노래방>
초딩 5,6학년 시절 당시에 항상 큰 키에 속했던 성숙한 소녀였으며~(그땐 큰 키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늘 생각했었다) 때문에 존만한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나는-_-;; 항상 수업을 마치면 또래의 성숙한 소녀들과 학교 옆 부산의 다운타운이라 할 수 있는 광복동과 남포동의 휩쓸고 다녀더랬다.  광복동을 가는 길목에 있던 80년대 학생 운동시절 대학생 데모의 표적지가 되었던 부산미문화원도 기억이 났는데 역시 아직도 그 곳을 잘난 미문화원으로 쓰기엔 작아서였는지 심심한 부산역사박물관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여튼.. 소녀시절 그리 화려하고 크게만 보였던 광복동 거리가 너무도 쓸쓸하게 보였는데, 대신 남포동 거리는 예전하고는 다르게 너무도 화려하게 바뀌어져 있었다. 부산영화제의 영향이 크긴 큰가 보다. 남포동에 모여있는 극장들(예술영화 전용 상영관까지 있었다.. '데보라 윙거를 찾아서' 라든지 '사창가에서 태어나..'라는 작품들을 보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을 둘러싸고 도쿄의 시부야나 하라주쿠와 같은 느낌의 상가들이 즐비했다.


정말 아련했던 소녀시절의 거리들을 다시 걷는 느낌이 새롭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여튼 지금은 이방인이니까..
초등학교 바로 위에 있어 역시 안방드나들듯 갔었던 용두산 공원도 올랐다. 밤이라 여자 혼자 올라가는게.. 아저씨들이 힐끔 쳐다볼때마다 왠지 <살인이 추억>이 연상이 되었는데 좀 올라가니 대한민국 여느 공원의 낯익은 야간 풍경인 아즘마 아저씨들의 묻지마 걷기 운동을 하는 모습들이 많이 띄였다.


다시 남포동쪽으로 내려오니 9시인데, 뮤직쎄라피 차원에서 노래방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방을 들어갔다. 대부분이 순수한 노래방보다 가요주점..류가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았따. 혼자 가보는 것도 처음이고 용기가 나서지않았지만 여기는 부산이다. 뭐 어떠랴..  주인 아즘마가.. 아니 왜 혼자 왔냐고 물으신다. 여튼  만원을 주고 한시간을 예약했는데 부른 노래는 거의 없었다.. 좌절 속에 마지막 곡으로 택한 곡은 노브레인의 '청춘98'. 처음 '작사 작곡 차승우'라는 타이틀을 보자 아~ 다시금 불끈거려지는 그 무엇... '다시는 꿈을 꾸지 않으리..~'  좋다!  부산락페스테발에 노브레인을 놓치지 않으리라...

 

<계속>

부산시네마테크, 학교, 해운대, 다대포, 부산 락페스티발, 벡스코,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전, 투쟁영역의 확장, 씨네바캉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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