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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되다

2005년 몸과 마음이 무너져 어떻게 주체하기도 어렵던 그 때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책을 한 권 봤다.

까탈이의 도보여행기...

그 책을 보기 전후로 도보여행을 계획했고 친구와 걸었었다.

그녀가 또 책을 냈단다.

아침마다 한 부씩 사서 보는 경향신문에 소개됐다.

'유럽의 걷고 싶은 길'

... 늘 그랬듯 배낭은 지구를 통째로 들어올린 무게였고,

길은 고무줄처럼 늘어만 갔다. 비까지 몹시 내렷다. 끈질기고 지독한 비였다.

시위진압용 물대포처럼 모질게 퍼붓기도 하고, 슬금슬금 흩뿌리며 속 깊이 달라붙기도 했다...

(203쪽 스코트랜드 여행기 중)

...길위에서 듣는 김광석은 위험하다...

...추억이 살아올 때 머리보다 몸의 반응이 빠르다...

...걸을 때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는 좁아진다.

걷는 동안 나는 세계의 관찰자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가 된다.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걸을 때 몸은 진화한다.

걷다보면 발이 절로 걸어가는 순간이 온다.

내 의지로 몸을 끌고 가는게 아니라 몸이 나를 이끌고 간다.

땅을 딛고 앞으고 나아가는 그 모든 동작에 어떤 무리도 따르지 않는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다.

흐르는 물과 같다. 최고의 선이다... (75쪽)



구구절절 동감이 간다...

퇴행성 관절염 증상으로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무릎이 괴롭다.

그래도 걷고 싶다.

촛불시위에 가서 그냥 앉아 있고 잠깐 돌아 다닐 뿐인데도

몸이 너무 되다...

그래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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