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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쟁이다, 연장챙겨!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날라온 비보! 잠결에 전화를 받느라 비몽사몽 정신이 없었다. 연장을 챙기라는 말을 들은 거 같긴 한데, 에어컨 설치를 하는 친구가 연장 챙기라는 말인 줄 알고 망치. 펜치. 드라이버 이런 것을 챙겼다. 그런데. 챙기다 보니 암만 생각해봐도 이 연장은 아닌 것 같았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아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 하였다. 지금 조계사 우정국에선 뉴라이트들이 쳐들어와서 네티즌들이 칼 맞고 피 흘리고 종로바닥에 선혈이 낭자하고 난리가 났다고, 연장 챙겨서 빨리 택시 타고 오라고 한다. 아니 뭐 이건 무슨 조폭들 나와바리 싸움도 아니고 연장을 챙겨야 한다니…….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아니 이젠. 세상을 거꾸로 돌리다 못해 백색테러가 난무하던 해방 전후, 조폭과 양아치들이 활개 치던 195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니. 일단. 연장을 들고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날따라 택시비가 없었다. 새벽4시 정도에 전화가 왔기에 전철을 타려면 5시 30분 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어떻게든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첫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대신에 각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제보 하였다. 6시30분경에 겨우 도착해 보니 여기저기 바닥에 선혈이 낭자했다. 범인은 잡혔고 피해자들이 상황을 브리핑 하는 중이었다.

 

 명동홍보활동을 마치고 조계사 옆 우정국 공원에서 회의를 하던 안티 이명박 회원들이 박영철 이라는 범인한테 회칼테러를 당하였다. 한 명은 생명까지 위독한 중상. 또 한 명은 왼쪽 관자놀이 부분의 신경이 끊어져서 수술을 하였다. 우정국 당일에도 선혈은 낭자했다. 경찰이 도착 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현장검증이 아니라. 모래를 뿌리면서 피를 없애고 흔적을 지우고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 하고자 하였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네티즌들이 제지하는 바람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현장이 보존되었다. 조계사 앞에 전경버스가 열대이상 삥 둘러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범인은 식칼 두 자루를 들고 태연히 들어왔으며 범인이 범행 후 에도 도망가는 것을 잡지 않고, 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수수방관 하며 늑장대응 하였다. 범인이 도망가고 100미터가 지나가서야 그때서야 뒤늦게 범인을 잡았다.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칼 한 자루도 아니고 두 자루를 휘두른 것은 암만 봐도 프로 같은 솜씨라고 다들 말한다.

 

 생명까지 위독하던 사람은 2주 후에 겨우 목숨을 건졌으며 관자놀이가 끊어진 청년은 간신히 수술에 성공했으나, 1년 후에 신경이 제대로 돌아올지 상황을 지켜봐야 되는 상태이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 외, 두어 명이 더 경상을 입었다. 범인은 술에 취하지 않았으며 계속 돌아가라고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쇠고기 논쟁‘으로 화제를 몰아갔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시비 거는 것 같아서 조용히 돌려보냈는데 갑자기 회칼을 들고 와서 급습을 한 것이다. 이는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고 계획적인 행동이다. 전광석화처럼 회칼 두 자루로 한 사람의 머리와 목 근처. 팔을 찌르고 다른 사람은 관자놀이를 관통시키고 동시에 서너 사람을 제압하는 솜씨는 프로가 아니면 힘들다는 게 증인들의 얘기이다.

 

 50년 전에나 가능할 법한 백색테러가 존재한다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 얼마 전에 가투 중에 사람 여덟 명을 치고 달아났던 사람을 시민들이 붙잡아 경찰에 넘긴 적이 있다. 술에 취한 만취상태 이고 우발적 범행이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 친구라 훈방 조치한다나? 경찰의 눈엔 정당한 집회.시위.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무슨 폭도나 테러범으로 취급 하는 모양이다. 데모하면서 길 막는 사람 여덟 명 친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 누가. 차 막고 가투 하라고 했냐? 이런 식의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 청년에게 표창을 주고 싶은 심정이 경찰들 심정일 것이다. 도로 부근에 선혈이 낭자 했는데 그때도 경찰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물청소기와 물대포를 뿌려 삽시간에 증거를 인멸하였다.(종로지구대) 조계사에 와서도 경찰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역시나 모래로 핏자국 등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더 이상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었다. 민중의 곰팡이???

 

 또한. 박근혜에게 면도칼을 휘두른 사람은 살인미수 구형15년 선고11년 형을 받고, 무시무시한 회칼로 테러한 범인은 살인미수로 실형4년 선고 받고 그나마 그것도 2심에서는 형량이 1년 줄어 징역 3년으로 현재 복역 중이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누가 개소리를 했던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은 부자나 권력 있는 사람들에겐 평등하고 없는 자. 가난한 자. 특히나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법은 편파적이다. 이런 꼴을 보려고 20년 전에 그토록 열심히 투쟁했던 것인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이었다.

 

 다행히 병원비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성금을 모아서 재활비용까지 넉넉할 정도로 성금을 보내 주었다. 자봉 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져서 한 팀은 텐트치고 우정국 현장을 보존하고, 한 팀은 제2의 침탈을 막기 위해 서울대 병원에서 규찰을 섰다. 네티즌들은 차가운 복도에서 장판을 겨우 깔고 노숙을 하면서도 희생과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2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닉네임 젠틀맨씨가 깨어나길 모두들 기원했다. 저녁에는 시민들이 조계사부터 시작해서 대학로까지 촛불을 들고 촛불산책을 하였다. 2주 후에 그는 다행히도 기적처럼 깨어났다.

 

 그리고. 1년 후 회칼테러 당한 사람들 중에 닉네임 ‘친구야 놀자’ 군과 ‘솔져’ 님 등 두 명이 구속 되었다가 석방되었다. 그들은 이제 열렬한 투사로 변모 하였다. 우리는 아직도 사람이 죽어가고 다치는 야만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도 조폭처럼 조직을 키우고 연장도 챙기고 나와바리를 사수해야 하는가? 심각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님 강남에 잘 아는 건달 후배 녀석이라도 부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경찰이 훼손하기 전의 현장사진: 경찰은 오자마자 모래로 핏자국을 지우며 증거를 축소 하고자 했다.

 

 진단8주.안면 관자놀이 절단. 안면 스트레스 장애

 

 

  범인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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