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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람이 스머프가 되어버린 날 -마일리지 체포왕은 누구인가?-

 광우병 대책위에 의해서 주도되던 2008년 광우병 촛불은. 사실상 8월15일을 전후해서 막을 내렸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것이 일단락 된듯이 보였다. 하지만. 투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 하였고 이후에도 촛불은 날마다 타올랐다. 이후의 촛불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매주 게릴라 가투로, 지역에서 언론투쟁에서 악법투쟁에서 시청에서 노동현장에서 대학가에서,  촛불은 단 한시도 꺼진적이 없었다.   

 

6. 사람이 스머프가 되어버린 날

 

 8월15일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촛불의 서막을 알리는 날이었다. 8.15평화행동단과 네티즌들이 처음 시작하였던 "자진연행"에 165명이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물대포는 도시가 온통 파란색이 될 정도로 뿌려댔다. 파란물감을 맞은 사람들은 일반 시민도  무조건 체포 하였다. 방패를 깔고 앉은 시민들은 물대포와 경찰특공대. 전경들의 억압에도 굴함이 없었다. 남자들도 알지 못할 잔인한 공권력이 자행된다면 공포감에 먼저 전율할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에 맞섰던 여성들의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였다.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동여매고 스크럼을 짰다. 그 스크럼을 풀기 위해 파란색 물대포는 한 사람씩 정조준을 하였다. 박미라님은 거의 숨조차 못 쉴 정도로 물대포가 압박해 왔다. 경찰은 그 기세에 눌렸는지 아니면 이미 마일리지가 확보된 사람들이라 처음엔 검거하지 않았고, 물감 맞은 사람들을 체포하느라 혈안이 되었다. 8.15 평화행동단만 연좌농성을 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도 함께 했다. 전대협도 시민사수대도 흑사단도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스크럼을 짜고 파란색 물감을 맞으며 <인간 스머프>가 되면서 연행되었다. 연좌농성하고 앞줄에 대기했던 사람들은 줄잡아 6-70명이었지만. 나머지 100여명도 양심과 의리 때문에 도망가지 않았고 거의 자진 체포되었다.

 

인간 마일리지 사냥꾼 체포왕?

 

사복1(동대문1): 오늘 대박이다. 대박! 마일리지가 지천으로 깔렸다. 도대체 저게 몇점 짜리냐?

사복2(동대문 정보과, 이하 동대문2): 물감 맞은 사람은 누구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원체포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동대문1: 와우!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냐? 오늘 마일리지 한번 제대로 올려보자

동대문2: 자로 정확히 재서 물감맞은 길이×1,000점이 오늘의 마일리지 점수랍니다. 즉,10cm는 1,000점 20cm는 2,000점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 거죠.

동대문1: 알아 임마. 그 정도는. 상한가는 얼마야?

동대문2: 글쎄요. 그건 저도 잘...... . 한번 알아보죠.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본 후) 오늘 1인당 최고 상한가는 10,000점이라고 하네요.

동대문1: 오늘 마일리지가 왜 이렇게 쎈 거야?

동대문2: 대통령 특별 포상이랍니다. 강력반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낫네. 그럼 저기 앉아 있는 애들은 10,000점 이겠네?

동대문2: 자진체포는 이미 잡아 놓은 고기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합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종로서 단체 마일리지 및 포상인 것 같다고 하네요.

동대문1: 에효. 좋다 말았네. 종로서만 신났네. 신났어. 야. 그럼 쟤네들은 건들지 말고 냅둬.

 

이때, 물감을 온통 뒤집어 쓴 시민 한명이 지나간다.

 

동대문1: 야! 저기 상한가 지나간다. 얼른 가서 체포해.

이때. 사복1.2와 사복3.4가 동시에 물감 맞은 시민을 잡아챈다.

동대문1: 너희들 뭐야? 누군데 감히 내 밥줄에 손을 대는 건데?

사복3(종로서 정보과, 이하 종로두한): 나 종로 두한인데 나 모르시나? 이 바닥에서 나 모르면 간첩이야! 간첩! 빨갱이라고,

동대문1: 종로 두한? 처음 듣는 이름인데? 너희들 형사 맞아? 네가 두한이면 난 시라소니다

두한: 나 모르는 걸 보니 신참인갑네. 그런데 어따 대고 반말이야? 당신 몇 살인데 반말이야?

동대문1: 이 자식들 봐라. 고참을 보고도 관등성명도 안되고 하는 짓이 수상하네. 너희들 촛불아냐? 물감이 많이 묻은 걸 보니 저놈들도 촛불인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마일리지부터 쌓고 보자. 이놈들 모두 체포해!!두한: 아무래도, 저것들 내 이름도 모르고 물감도 많이 묻은 걸 보니 신참이 아니고 촛불인갑다. 저놈들 모두 체포해!!

 

사복1.2.3.4. 서로 뒤엉켜서 서로를 체포하려고 난리법석이다. 뒤엉키다가 서로 주먹이 오고가고 피튀기는 격투씬이 벌어진다. 5분여를 그러더니. 싸우다 지쳤는지, 사복3 이정재 형사증을 내민다.

 

동대문1: 나 형사 맞다고 . x벌놈들아! 니들도 증까봐

 

사복1.2.3.4: 모두 동시에 형사증을 내민다.

 

동대문1: 종로서 저번에 마일리지 그렇게 올리고도 모자라 이번에도 남의 물건 가로채냐?

종로두한: 먼저 본 사람이 임자지. 별거 있냐?

동대문1: 여기 마일리지 니들이 전세냈냐? 너희 거라고 이름 써놨냐구?

종로두한: 여기가 종로서 구역이니깐 우리 거 맞지. 가로챈 건 너희들이 가로챘지 우리가 가로챘냐?

동대문2: 듣자듣자 하니깐 종로서 해도 너무하네. 텃세 부리는 것도 아니고 마일리지 다 가져라 가져. 그래서. 네놈들 끼리 진급하고 다 해처먹구 용 되라 용 되. 더럽다 더러워. 퉤퉤퉤! 그런데. 계속 아까부터 반말에 욕지거리에 안하무인 이네. 마일리지 점수 높으면 고참도 안보이고 위아래도 없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지? 너희 몇 살이야 시키야!

 

사복1.2.3.4 다시 뒤엉켜서 피튀기는 격투신을 이어간다.

 

한 쪽에선 물대포에 맞아서 숨 조차 제대로 못쉬는 시민들이 많은 반면에, 다른 쪽 에선 사복경찰들끼리 서로 마일리지 차지하려고 체포한 시민이 내꺼니 니꺼니 하면서 서로 싸우는 추태를 부렸다. 그들은 말 그대로 진정 <마일리지 인간사냥꾼> 이던가? 우리가 무슨 물건이더냐?

 

 실제로 기사에 난 마일리지 인간 사냥꾼 사복 형사들간의 격투 장면. 경찰들의 과도한 마일리지 경쟁이 빚어낸 해프닝을 약간의 픽션을 가미하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나리오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다.(영화 체포왕을 보면서 어쩌면 이 사건과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뭐 패러디나 표절은 아니다. 정말로 옆에서 본 시민들이 박장대소할 정도로 웃겼다는 증언을 토대로 대충 이랬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그러나. 8월15일의 대량 연행사건은 여기서 끝난것이 아니었다. 8월16일. 17일의 가열찬 투쟁으로 이어졌다. 투쟁은 스스로 진화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일파만파로 전이되었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한나라당과 정부는 유독 파란색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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