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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낫는다 - 김명호의 생명 이야기’(김명호 저)

 ‘생각으로 낫는다 - 김명호의 생명 이야기’(김명호 저)

20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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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내가 유물론자여서가 아니라도 세상만사가 ‘생각’ 하나로 변화될 수 있다고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과 사회 발전의 담론이 아닌 자신의 몸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니 읽어보자 싶었다.

사실, 고백하건데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2004년 지하철 공동파업이 우리 집행부의 잘못으로 무너지고 난 후 나는 5개월 동안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와 있는 듯이 가슴 통증을 느끼곤 했다. 거기에 우울증도 수반되었다. 그 해 12월에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선 투쟁이 진행되었고, 지하철과 도시철도의 현장활동가들은 공동 선전전과 농성 결합으로 힘을 보태고 있었다.

당시, 선전을 책임지고 있던 나는 세 번의 선전물을 낸 뒤로 가슴의 통증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파업 실패 이후에 나는 나에게 내 몫 이상의 책임을 물었고, 스스로 쓸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듯 하다. 해고되고 일도 없이 자책하며 지내다가 할 일이 생겨서 기뻤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생각으로 낫은 사례일까?

저자는 한의사이다. ‘사회가 무엇인지’가 궁금하여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후,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이 궁금해서 한의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그는 임상과정을 통해 ‘마음’과 이를 움직이는 ‘생각’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 책은 240여 쪽의 얇은 책으로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람과 나, 생각과 마음, 생각이 몸에 일으키는 변화를 설명한다. 그리하여 화평한 마음을 강조한다. 2부는 사례로 생각을 통해 병을 나은 경우를 소개한다. 3부는 마음을 계절에 빗대어 근본에 대해 이야기한다.

 

2.

저자는 사람의 몸안으로 들어와서 생명활동을 하는 것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 ①먹는 것-고체-흙-정(精), ②마시는 것-액체-물-혈(血), ③숨쉬는 것-기체-공기-기(氣), ④빛을 받는 것-광체-신(神)이 그것으로 생명활동은 사람이 인식하지 않아도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천재지변, 환경오염, 선천적인 질병이 아닌 생명활동의 비상은 대체로 인식과 생각, 즉 신(神)에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며, 신은 기(氣)를 움직이게 하고, 기는 혈(血)을, 혈은 정(精)을 파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예로써 누군가에게 들은 억울한 누명에 갑자기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몸 안의 기가 막힌 것인데 이것이 누적될수록 더 큰 병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몸은 자연과 같은 것이므로 항상성이 있어 생명활동을 정상으로 유지하려고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비상의 생명활동을 발휘해서 위험을 벗어나고자 한다. 즉 생존활동을 위한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이는 구토와 같은 몸의 거부반응이다. 그러므로 몸의 반응을 재빨리 읽어주고 정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생존활동이 바로 생각이다.

저자는 생각과 마음을 화평하게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화평은 그 정도가 적절하고 평탄하다는 것이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모자라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게 느끼는 것이다. 화평한 마음이 화평한 몸을 만들고, 이는 나의 생명과 다른 생명과 같이 공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3.

저자는 아홉 개의 치료사례를 통해 생각의 변화를 통해 낫은 경우를 소개한다. 대개의 사례는 사람, 그것도 가까운 관계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 혹은 뜻에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 스스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속으로 병을 키워왔던 것이다. 또 다른 경우들은 주변과 교우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안에서 살고 있거나 배우자에게 변하지 않는 바람을 계속 요구하여 병이 발생된 경우이다.

처방은 간단하였다. 증상을 다스리기 위하여 갈등이 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게도 하지만 결국은 그 사람과의 화평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 생각의 변화는 스스로만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갈등 대상에 대한 고백을 수반한다. 아마 ‘말’로 나왔을 때 진정 내 것이 되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저자 역시 무수한 실패 사례가 있음을 이야기하였듯이 생각으로만 낫을 수 없는 병과 인간관계는 수없을 것이다. 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생각의 불편함으로 내 마음이 꿍하고 아팠던 경험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4.

몇 해 전, 집안의 시제를 참석했더니 많은 어른들이 걱정을 하신다.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텔레비전에 몇 번 나온 것을 보시고 하시는 걱정이다. 한 어른께서 조심스레 ‘회사와 싸우더라도 욕을 하지 말게. 그 욕이 상대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자네한테 화를 미친다.’라고 조언해 주신다. 아마도 그 욕은 입에서 나오는 상소리만이 아닐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과 증오 등을 포함하고 있는 말일게다.

그래서 우리가 줄기차게 외치지 않았던가? ‘투쟁은 즐겁게^^’

솔직히 생각이 세상을 치유하지 못하지만 내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는 있겠다 싶다. 과하지 않게, 또 모자라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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