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사+시험에 앞선... 휴가 계획

2009/08/18 23:55 생활감상문

쏟아지는 물방울의 에로틱함

(2004년 여름휴가, 무주 적상산 천일폭포)

 

9월 중순 마감, 10월 초 이사, 10월 말 불어 시험에 앞서.... 다음주는 여름휴가.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 간다는 담담한 목소리로.... 나의 무관심을 무심한 듯 질책한 B군 보러 목포행 편도 기차표 끊은 것과 '방방 놀 때가 아니다, 마음 추스려 밀린 시험 준비 좀 집중해서 해야지' 하는 다짐 외에는 모든 게 불확실. 올라오는 길에 상황이 맞으면 오클라 샘 뵈러 무주에 들를 수도 있고, 그냥 올라와서 방 보러 다닐 수도 있고, 어디 시원한 데 있으면 가서 불어 공부만 주구장창 할 수도 있고, H군과 약속한 대로 조조영화 보러 갈 수도, 벨리나의 개학으로 한숨 돌린 S언니 보러 분당에 갈 수도(이건 좀 의지가 있는데... 언니 시간이 되는지에 따라), 오늘 우연히 밥집에서 만난, 알고 보니 지역구민이 되어 있는 학교 선배 SI옹 환영행사랄까, 역시 지역구민인 MY언니와 옹의 직계후배 H양까지 엮어 몇 년 만에 회포 푸는 술자리를 마련할 수도, 12년 전엔 뭔 말인 줄 몰랐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의>를 읽을 수도, 봄에 생각했던 것처럼 어디론가 혼자 돌아다닐 수도, 돌아다니면서 소설책이나 두어 권 읽을 수도, 불쑥 오래 못 만난 누군가를 찾아가 만날 수도, 불쑥 오래 못 본 누군가를 불러내 수다를 떨 수도, 2월에 출산한 SW이를 찾아가 애기 보고 올 수도, 전 직장 선후배들과 백일 만에 회포 푸는 자리를 만들 수도, 그냥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할 수도, 간만에 과자를 잔뜩 구울 수도, 학생 때처럼 전화수다나 잔뜩 떨 수도, 10월 중순으로 윤곽이 잡힌 이사(와 그에 딸린 돈 문제) 관련해서 이것저것 알아볼 수도, 3월 말 이후로 근처에도 못 간 노래방을 갈 수도, 이번에는 사고 내지 말고 마감 잘하게 해달라고 간만에 달님에게 빌 수도, 어디 혼자 가서 영화를 볼 수도, 하루 한 시간만 하던 아침운동을 두 시간으로 늘릴 수도, 또 나중에 보면 무슨 말인지도 모를 메모나 몇 줄 끄적일 수도, 어디 조용한 계곡 같은 데 가서 아침 내내 고성방가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일 수 있다. 잠시만, 잠깐만 그렇게. 아무 내용도 없이.

 

아... 그런데 가기 전에 할 일 뭐 이리 많냐, 내가 누군지 아예 잊어버릴 거 같다. 음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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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23:55 2009/08/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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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이  2009/08/19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참... 별 계획 없다고 했더니만... 어째... SW이가 전화해서 "과 여학우 모임"이 잡힌다고 하질 않나, 편집자로서 안 사볼 수 없는... H출판사 대표이자 경력 20년의 편집자가 한국형 편집자 메뉴얼을 내놓았으니... 이것만 해도... 생각할 것도 없이 만날 사람들과 볼 책이 등장한 셈. 역시... 인생에 자의식과 주체성이란 건 별로 없으며, 지금-여기서-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밖에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