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은 이제 그만.
몇 년째 계속 20대 후반만 돌아보는 기분이다.
내 30대 초반은 어디로 갔는가?
30대 초반에는 글이란 안 쓰고, 생각이란 안 했는가?
왜 20대 후반에 했던 경험들과 생각들을 계속 곱씹는가?
더이상 유효하지도, 나를 규정하지도 않는데..
그때는 나를 규정하기 위해 꽤 오래 고민을 했고,
바꾸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했다.
그것도 자기-동질화의 부질없는 시도라 하면 할 말은 없다.
내가 바랐던 것은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자기-충족성을 갖추는 일이었던 듯싶다.
그래서 나는 꽤 적극적인 성격으로 나 자신을 파악한 듯싶다.
지금은 그에 비하자면, 지금은 상당히 수동적인 듯.
내 타고난 성격에 순응하고, 나를 향한 사람들의 오해를 수긍하고,
내 부족한 체력과 게으름을 긍정한다.
그럼에도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즐겁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다.
힘들어도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보라 한다.
아마 그 한 가지를 정하라 한다면....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하는 것 아닐까?
뒤라스는 말했다.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사랑할 거에요."
십 년 전에 메모해 둔 말....
그러나 나는 그/그녀들을 애정/우정의 대상으로서
물리적으로 포기(시공간이라는 장벽)했을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포기했다.
그들은 더 이상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게 의미를 가진다. 포기 혹은 획득의 문제는 이제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은 아직 내 안에 있다.
포기하지 않을 만큼 "조건을 갖춘" 사람이던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을 안 하던지.....
뭐 그런 식으로, 우회하는 게지.
다만 삶을 정의내리지 않은 채, 나답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정의 내리지 않고, 도망도 안 가고, 모호하지만 뭔가 느끼고...
나다운 것의 본질은 없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매일매일 혼란스럽게, 하지만 돌아보면 뭔가 덩어리가 있게....
그렇게 일상을 믿었었고, 그래서 관계들을 갈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