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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보아라.

s 보아라.
이 녀석아, 개학이 모레다.
그런데 이 밤에 내일도 봉사활동을 하냐고 묻느냔 말이냐? 12시가 다 된 시간에?
한참을 뒤척이다 어렵게 든 잠이다. 그런데 네 문자 때문에 깨게 되었구나.

게다가 이제 난 네 담임이 아니다. 네 수업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게 연락을 한 건 내가 '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관계가 편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에서는 '편하다'가 '만만하다'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지간하면 너희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다. 이해하고 받아주고 싶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이 싫어할 행동을 하길 무서워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든다. 잘못한 건 알려줘야 하는데 그만한 악역을 맡길 꺼리는 것인가? 그래서는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 게다가 나는 너희들의 의사 소통 능력과 심성에 책임감을 느낀다.)


또한 필요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묻고
정말 중요한 일이 있으면, 난 일찍 자니 늦게 문자하지 말라고,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낮에 직접 전화하라고 작년에 누누이 말하지 않았더냐?
자기 편한 시간에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불쑥 편한 질문만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기분이 나쁘다.
예의를 차리지 않는 네 모습이 나를 배려하지 않고 상대를 헤아리지 않는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라 생각하여 더더욱 기분이 나쁘다.
무시하고 자려 해도 화딱지가 나 잠을 이룰 수 없다.

오늘 너 말고도 여럿의 문자를 받았다.
하나같이 방학 숙제 제출방법에 대한 문의이다.
학교에서 설명을 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지금 질문을 하라고,
방학 때 개인적으로 문의는 받지 않겠다고 미리 말을 하지 않았더냐?

홈페이지 인증을 해 달라기에 권한이 없다 하였더니
권한이 있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알려달란다. 주말 저녁에.
그것도 개학이 내일 모렌데.

이 싸가지 없는 녀석들.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한동안을 괴로워하며 뒤척이다가 컴퓨터를 켰다.
자다 덩달아 놀란 신랑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때 너희들을 통틀어 싸가지 없는 세대라 칭하는 것이 불편하다.
너희들은 장점도 많고 이쁜짓도 참 많이 한다.
그런데 그렇게 쌓은 정과 믿음을 이런 식으로 깨려느냐.

이런 태도는 문자 뿐 아니라 너희들의 다른 행동에서도 종종 보이는 패턴이라 더 걱정이 된다.
어찌 이리 이기적이누.
왜 상대방은 어찌하겠단 생각을 못 하누.
너희가 지금 15살이다.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된다고 봐야 할 만큼 어릴 때냐?
스스로는 다 컸다고 생각하지 않느냔 말이다.
그럼 미리 계획을 하고 네 일에 책임을 져라.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지 말아라.

안부 인사도 없이 딸랑 '숙제 몇 장 내요?'하는 질문을 들으면 내 심정이 어떻겠니?

몇 시쯤 전화를 할 테니 그 때까지 자지 말라는 문자를 받으면?!!

이렇게까지 속이 상하는 것은 너희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일거다.
싸가지 없는 놈, 하고 그냥 잊을 수 없는 것은 유지하고 싶은 관계가 있기 때문일거다.

이런 식으로 힘들게 하지 마라.
자꾸 데면 사랑이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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