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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

1. 요 며칠 대전에 있느라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않는데 종종 블로그 생각이 났다.

 

관계를 맺고 싶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막상 블로그를 만드니 무언가가 성가셔졌다.

그리고 싸이를 접을 때 생각이 났다.

 

그래, 나는 블로그에 성실하게 글을 쓰는 것이나

내 블로그에 방문한 이들을 다시 찾는 것이나

낯 모르는 이와 대화를 하거나

댓글에 답을 하거나

블로그 꾸미기 등을 하는 일이

버거웠다.

 

마음으로는 편하게 하면 된다고,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a를 받았다고 a+b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좀 어렵다.

나는 착한 아이로 자랐고,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섬세하게 느끼고

수업을 할 때 말고는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많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계를 맺고 싶으면서도

관계에 치일까 걱정이 된다.

 

(이런 글을 써도 되나 하고 검열을 하다 혼자 짜증을 내기도 한다.)

 

(걱정이 된다? 무섭다? )

 

그러나 이렇게 나를 돌아보는 것은, 또한 나로서는, 좀 의외기도 하다.

 

나는 내가 명랑하고 쾌할하고 씩씩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모습도 또 나다.

 

그러니까,

서른이 넘으면 직장이든, 살아가는 모습이든,  나 자신에 대한 상이든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건 갈수록 어렵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만들고 싶은 상은 있지만

그건 말만큼 쉽지가 않다.

 

2. 내일 올 한 해 맡을 업무를 발표한다.

그러나 소식이 빠른 사람들을 통해 내 할 일을 미리 알게 되었다.

올 해와 같은 일이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 일을 '시다'라고 부른다.

 

처음에 일을 맡고

아 이런 일도 하는구나, 별 잡따꾸레한 일이 다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일의 자질구레함은 끝이 없다.

엄살 좀 섞었지만

남들도 인정한다.

 

직장에 오는 대표 전화를 받아 적재적소에 돌려주고,

학기 초에 직원들의 이름표를 곱게 뽑아 코팅을 해 붙여주며

전직원의 사진을 걷어 조직도를 만들어 장의 방에 붙여놓고

매일 저녁 직장일지를 적어 결재를 받고,

전체 학생과 교사의 포상을 관리하며(이게 또 퍽 번거롭다.)

어느 급 이상의 상을 탄 학생들의 사진을 뽑아 예쁘게 전시해주고

장학 의뢰가 들어오면 장학협의회를 열어 장학생을 선정하고 공문을 만들어 결재를 받는다.

행사가 있을 때 대필도 한다.(이게 젤 굴욕적이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때론 수업이나 상담보다 우선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일이 힘들다.

 

그 전 해에는 환경계, 즉 학교 청소를 맡았는데

그 일이 낫다.

 

3. 이 일이 왜 힘들까?

작은 일이라서? 아니다. 어디가나 일은 있고 일을 그렇게 무서워하진 않는다.

 

이 일이 힘든 이유는

내가 내가 못 되기 때문이다.

 

(음 이 맘을 헤아리면 파고들어 생각하는 일이 어렵다.

피하고도 싶다.

혹은 너무 뻔하여 또 되풀이하기가 어렵다.)

 

4. 작년에 병원 신세를 졌다.

덕분에 휴직이란 것도 해 봤다.

내 인생에 내가 입원이란 것을 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이를 두고

같은 병을 앓았던 누군가는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마음에 솔직하기, 나를 잃지 않으며 타인과 관계맺기,

자유롭지 않았던 것...

누군들 그런 상처없이 인생을 살까마는

 

그것 때문에 아팠던, 아픈, 나는

이제야 곰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마음이 어떡하면 강해질까.

 

5. 올 해 맡은 일을 하려면

또 나는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힘을 소진해야 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괴로워할 것이다.

 

그것을 벗어나는 것은

내게 달렸다.

휘둘리지 않으면서 일하기.

그 과정이 뻔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여

벌써부터 힘이 달린다.

 

그것이 3에서 물었던 질문의 핵심적인 답인 듯 하다.

 

6. 내가 내가 되기.

자유라는 말은 참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이다.

 

 

 

--하룻밤이 지나다.

심난했는지 밤을 꼴깍 샜다.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에 운동을 갔다.

남들 열심히 뛰어노는데 배가 아파 누워있다 왔다.

 

그래도 아침은 아침인가.

새 기운이 솟는다.

 

내가 이번에 맡은 일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가 떠올랐다.

 

내가 만들어 볼 수 있는 건덕지가 적은 일이라서 그렇다.

 

아직도 공부하려는데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

시키는 대로 하기 싫다며 책을 덮던 사춘기적 태도가 몸에 밴 나는

딱 정해진 일, 내가 만들어 볼 여지가 적은 일, 시키는 대로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청!

 

원래 내가 원했던 일은 힘들다고들 하는 일이지만

내가 요래조래 상상하고 만들어 볼 여지가 있는 일이라 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두둥!)

기왕 이리 된 일이라면

나는 그 일이 하기 싫어요, 하고 징징거리기만 해야 일 년을 어찌 보내겠는가.

돈을 받는 일에서 치사함이나 거치적거림, 어느 정도의 굴욕을 어찌 다 떨굴 수 있을까... (그런 일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ㅠㅠ)

 

그러니

 

주어진 범위 안에서 즐기며 일을 하는 법과

 

새로운 범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창조적인 일거리를 즐기는 법을

 

만들어야겠다.

 

퇴근시간이 빠름에 엄청 감사하고는 있지만,

지금 하는 일이 생각보다 중노동이라

집에 들어오면 그야말로 뻗게 된다.

정신과 육체를 다 소진하고 기어들어오는 느낌..

신촌에서 강남으로 회사다니며 늦게 들어오던 때보다 더 지친다.

 

그러니 무언가를 하려면

몸이 좋아져야겠다.

 

그리고 시간을 근사하게 쓰는 법도 몸에 배게 해야겠다.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니 흥이 오른다.

 

이야기 줄거리를 떠올려 둔 것이 두엇 있는데

완성을 해야겠다.

 

 ......

이 글의 제목을 바꾼다.

원래 제목은 '관계 맺고 싶음, 관계 맺고 싶지 않음'이었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 휘둘리는 것도

내 내면의 소리를 묻어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바꾼다.

 

......

눈이 많이 왔다.

눈 온 풍경이 아름다운 건

덮어두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새로 날 것을 준비하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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