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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에게서 온 편지

Name  
   류은숙  (2005-11-04 19:53:13, Hit : 236, Vote : 22)
Subject  
   핌에게서 온 편지
한국의 친구들에게

지난번에 편지 쓴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군요. 저는 여느때처럼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달(9월 초)에는 타이의 최북단에 갔습니다. 거기는 버마 Shan주의 국경지역입니다. 무역과 관광을 위해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공식적인 국경 입구가 있습니다.

Shan 주에 대해서 들어보신적이 있나요? Shan은 버마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 주이고 그 안에도 다양한 소수민족 집단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무장집단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버마 군사정권과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곳 상황은 다른 지역보다 더 나을바가 없습니다. 여전히 국경지대와 휴전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인신매매, 마약거래, 벌채․댐건설, 채굴같은 환경착취와 관련된 문제가 심각합니다.

‘국경없는 친구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Karen과 Karenni 주와 관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Shan 주 출신의 Ak-kha & Lahu 소수민족 집단이 우리의 지원을 얻고자 해서 그들의 기초적인 인권훈련 프로그램을 위해 우리를 초청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버마 출신의 Kachin과 같이 그곳에 갔습니다 Kachin은 제 말(타이어)을 버마어로 통역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아무것도 계획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감명깊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에 주최측은 Ak-kha 공동체 지도자, 여성집단, 청년집단을 위한 일주일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와야 하는데 타이쪽 국경에서의 안전 문제 때문에 그들은 참가자들이 이쪽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날마다 국경을 넘었다가 되돌아오는 일을 되풀이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게 되면 국경 경비대가 그들의 얼굴을 일주일동안 매일 보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3일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이 국경을 넘는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프로그램을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은 2-3명씩 따로 떨어져서 국경을 넘어야 했고 한번에 다같이 올 수 없었고, 밤에는 국경 문이 닫히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런 모든 어려움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 프로그램을 위해 온다는 사실 때문에 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버마에서 온 사람들은 특히 휴전지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배를 채우는 일밖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굽니까? 이 사람들은 아주 적극적입니다. 버마 내부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것을 배우려고 아주 열심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사회를 위해 뭔가 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외부인들은 대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처벌에 대한 공포와 억압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할 수 없다고요. 하지만, 제가 본 바로는, 그들이 공포 속에 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자신들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만큼 용감합니다. 여러분은 두려워하는 것과 동시에 아주 용감할 수 있지 않습니까?

또다른 감명은 여성 참가자들이었습니다. Ah-kha 문화에서 여성의 지위는 Karen이나 Karenni의 여성들보다 훨씬 낮습니다. 성과 인권과 관련된 세션이 있었는데 제 Kachin 친구(남성이었습니다)가 진행했습니다. 남성이 진행해서인지 남성 참가자들은 더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였고 문제를 발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한 여성 참가자가 종결 프로그램에서 말했습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말을 들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인간 사랑을 정말로 이해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봤습니다.

이 여행을 마친후, 저는 몇가지 일을 위해 다시 Karen 국경지대로 갔습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다음 편지에서 얘기하겠습니다. 또한 다음주에는 Ah-kha 집단 사람들을 다시 만나서 프로그램 후에 참가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얘기하지요.

‘국경 없는 친구들’의 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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