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변화된 것(2)

Name  
   류은숙  (2005-11-23 19:03:46, Hit : 202, Vote : 16)
Subject  
   변화된 것(2)
--->변화된 것(1)에서 이어지는 글

난민 캠프에서의 삶에서는 식량을 재배하거나 수확하는 일이 없다. 그저 주어진다. 도정된 쌀, 강화 밀가루, 어묵, 말린 고추, 소금, 기름이 인도주의단체들에 의해 주어진다. 난민캠프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 눈으로 보면 음식을 위해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캠프 밖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난민들의 수중에 돈이 있다할지라도, 그들의 ‘오랜 벗들’ 같은 계절음식이나 채소들은 난민들의 부엌에 등장할 일이 결코 없다. Muga의 입에서는 둘째딸이 태어난 이후로 채소나 열매의 이름이 떠난 날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카렌족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들의 이름을 결코 배울 수가 없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식량을 제공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영어 이름일 뿐이다.  

우리는 그녀가 여전히 최고 요리사라고 말하면서 Muga를 위로하려 했지만 그녀는 말했다. 요리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녀의 영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난민캠프에서의 20년간의 생활에서 가뭄, 비, 태양, 겨울 바람 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런 것들은 고향에서 농사짓고 살 때 의미가 있던 것들이다. 계절마다 찾아오던 자연의 오랜 벗들을 기다릴 희망이 없다. 오로지 희망은 언젠가는 고향에 가서 그 오랜 벗들을 찾아본다는 것이다.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Muga는 고향 쪽 절벽에서 눈을 떼고 바라봤다. 야생 버섯이 든 큰 바구니를 가진 검은 얼굴의 남자가 버섯을 좀 사겠느냐고 물었다. 야생버섯을 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버섯 채취자들은 국경을 넘어 버마 쪽에 가야하고, 그래서 한명은 최근에 대인지뢰에 왼쪽 다리를 잃었다.  

오랜 벗과 같은 야생버섯을 부엌에 들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Muga에게는 딸이 교사라서 벌어들이는 돈이 있다. Muga는 기쁜 마음으로 야생버섯을 샀다. 내일 그녀는 손님들에게 그녀의 오랜 벗인 야생버섯을 소개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앉아서 버섯 다듬는 일을 도우면서, 우리는 Muga의 얼굴에서 한줄기 미소를 봤다. 서쪽 절벽을 바라보니 비에 젖고 있었고, 우리의 마음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카렌족 출신의 또다른 아저씨는 가지의 경험을 얘기했다. 어렵게 구한 고산지대 쌀을 가지고 시내에 사는 아들을 만나러 갔던 얘기였다. 아들은 전기밥통으로 그 쌀로 밥을 지었다. 그리고 나선 뾰루퉁하게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 왜 우리 카렌족 쌀은 이렇게 짧고 딱딱해요? 가게에서 파는 쟈스민 쌀 같지가 않아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