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잡지>국경없는 친구들에서-From the edge of the margins

Name  
   류은숙  (2006-02-24 15:31:32, Hit : 330, Vote : 45)
Subject  
   <잡지>국경없는 친구들에서-From the edge of the margins
<잡지>국경없는 친구들에서-From the edge of the margins

산, 나무, 논은 여러날 동안 비가 와서 젖어 보인다. 부드러운 바람에 날려오는 흙냄새와 야생화들의 향기는 버마, 카렌주에 있는 마을 러퍼허(Ler Per Her)로 날 데려간다.

이곳의 공식 시간은 타이보다 30분 늦다. 하지만, 이곳의 하늘과 강, 숲은 내가 방금 건너온 Moei 강의 저편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어머니 자연은 인간들이 강제한 국경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러퍼허는 국내난민들의 마을이다. 이곳 사람들은 버마군대에게 고향이 공격당하고 불태워져서 카렌 주 각지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이다. 타이에 있는 난민캠프와는 달리, 이곳 사람들의 목적지는 타이-버마 국경지대에서 버마쪽에 속해있다.

약 수백 가구가 모여서 마을을 건설했다. 기독교회와 학교, 작은 진료소가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카렌 군인들의 초소는 멀리 있지 않다. 경사지대에 있는 작은 논에서 나는 쌀로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에게는 자연환경이 슬프게 느껴졌다. 인도주의단체들이 기부하는 의약품은 모든 환자들을 위해서는 충분치않다. 가장 나쁜 일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피난의 기억 때문에 사람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방문했을 때 나의 여정은 밝아졌다. 몇몇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입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를 작은 칠판을 놓아 구분한 나무건물일 뿐이다. 백명이 넘는 아이들이 수학, 지리, 카렌 역사, 카렌어, 버마어, 영어와 타이어를 공부한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음악과 체육같은 다른 활동도 하게 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장비가 없다고 했다. 교과서와 공책, 연필과 지우개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버마에는 이런 피난민 마을이 많이 있다. 특히 타이 국경에 근접한 동쪽 지역이 그렇다. 러퍼허의 거주자들은 그들 중에서도 가장 운이 좋은 사람들에 속한다. 다른 많은 국내난민들은 버마군이 가까이 온다는 소릴 들을 때마다 끊임없이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밀림속에서 날것을 먹어야 하고 그들의 아이들은 전혀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내가 오늘 오후에 얘기를 나누었던 어린 소년은 왜 버마군인들이 카렌 아이들에게 이런 짓을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내 영어수업에 참석했던 어린 소녀는 어른들의 끝없는 전쟁에 물렸다고 했다. 나에게 몇마디 타이어를 배운 소년은 왜 어른들이 Moei 강가에 벽을 만들고 벽 저편에서 놀거나 넘어가는 걸 금지하는지 궁금해했다.

러퍼허의 밤은 별빛으로 밝았다. 잠자기 전에 나는 학교의 아이들을 생각했고, 한 소년의 얘기를 생각했다. 러퍼허가 공격당했을 때 3살짜리였던 어린 소년을 어머니가 운좋게 깨어났기에 가까스로 도망가게 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는지 궁금했다. 혹시나 오늘 오후에 ‘작은 오리’ 춤을 추면서 나를 웃기려 했던 아이들 속에 그 아이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